세상에 없는 기술을 제안하라는 KAIST 글로벌 특이점 연구사업으로 시작된 ‘자석으로 양자컴퓨팅 기술을 개발한다’는 아이디어가 현실로 실현되었다. KAIST와 국제공동 연구진은 ‘자기 성질을 가진 물질(자성체)’을 활용해 양자컴퓨팅의 핵심 기술을 세계 최초로 실증하는데 성공했다.
우리 대학 물리학과 김갑진 교수 연구팀이 미국 아르곤 국립 연구소(Argonne National Lab.),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Univ. of Illinois Urbana-Champaign, UIUC)와 공동연구를 통해, ‘광자-마그논 하이브리드 칩’을 개발해 자성체에서 다중 펄스 간섭 현상을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 물리학과 송무준 박사(왼쪽), 물리학과 김갑진 교수(오른쪽) >
쉽게 설명하면, 연구팀은 ‘빛’과 ‘자석 내부의 진동(마그논)’이 함께 작동하는 특수한 칩을 개발하여 멀리 떨어진 자석 사이에서 신호(위상 정보)를 전송하고, 여러 개의 신호가 서로 간섭하는 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조절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자석이 양자 연산의 핵심 부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세계 최초의 실험으로, 자성체 기반 양자컴퓨팅 플랫폼 개발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석의 N극과 S극은 원자 내부에 존재하는 전자의 스핀(spin)에서 나오게 되는데, 여러 원자가 모였을 때 나타나는 스핀들의 집단적인 진동 상태를 마그논(magnon)이라고 한다.
마그논은 특히, 정보를 한쪽으로만 전달하는 비상호성(nonreciprocity) 특성을 가질 수 있어, 양자 노이즈 차단을 통한 소형 양자 칩 개발에 응용될 수 있고, 광 및 마이크로파와 동시에 결합할 수 있어 양자 정보를 수십 km 거리로 전송하는 양자 통신 소자로도 응용이 가능하다.
또한, 특수한 자석 물질인 반강자성체(antiferromagnet)를 이용하면 양자컴퓨터의 작동 주파수를 훨씬 빠른 속도, THz(테라헤르츠) 대역으로 높여서 현재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한계를 뛰어넘는, 복잡한 냉각 장비 없이도 상온에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의 개발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마그논을 기반으로 한 양자컴퓨팅과 통신 시스템 전반의 구현에 필요한 이 모든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마그논 위상 정보, 즉 마그논의 파동이 언제부터 시작되고 움직이는지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 및 측정하고, 그것을 제어하는 기술이 필수적이었다.
< 그림 1. 초전도 회로 기반 마그논-광자 하이브리드 시스템. (a) 소자 개략도. 실리콘 기판 상에 제작된 NbN 초전도 공진기 회로와 구형 YIG 자성체(지름 250 μm)를 결합하고, 수직 안테나를 통해 마그논을 생성, 실시간으로 측정함. (b) 실제 소자 사진. 두 YIG 구체 간의 거리는 12 mm로, 초전도 회로 없이는 서로 영향을 줄 수 없는 수준의 거리임. >
김갑진 교수 연구팀은 작은 자석 구슬인 이트륨 철 가넷(Yttrium Iron Garnet, YIG) 2개를 12 mm 간격으로 배치하고, 그 사이에 구글, IBM 등의 양자컴퓨터에서 사용되는 회로인 초전도 공진기를 설치하여 한쪽 자석에 신호(펄스)를 넣어서 다른 자석까지 정보가 잘 전달되는지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수 나노초(ns) 길이의 아주 짧은 하나의 펄스부터 최대 네 개의 마이크로파 펄스를 입력하였을 때 그로 인해 생기는 자석 내부의 진동(마그논)이 초전도 회로를 통해 멀리 있는 다른 자석까지 손실 없이 전달되는 것을 확인하였고, 여러 펄스 사이에 간섭을 일으켰을 때 각각의 위상 정보를 유지하며 신호가 예측대로 보강 또는 상쇄되는 것(결맞음 간섭 현상)을 실시간 도메인에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여러 펄스(신호)의 주파수와 이들 간의 시간 간격을 조절하여 자석 안에 생기는 마그논의 간섭 패턴을 임의로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함으로써, 전기 신호 입력을 통해 마그논의 양자 상태(위상 정보)를 자유롭게 제어할 가능성을 처음으로 입증하였다.
이번 연구는 양자 정보 처리 분야에서 필수적인 여러 개의 신호(다중 펄스)를 활용한 양자 게이트 연산이 자성체-초전도 회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도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결과는 자성체 기반 양자 소자가 실질적으로 양자컴퓨팅에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 자성체-초전도 회로 하이브리드 시스템: 자성체의 마그논과 초전도 회로를 결합해, 서로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양자 연산 시스템
< 그림 2. 실험 데이터. (a) 연속파 측정을 통한 마그논-마그논 밴드 안티크로싱(band anticrossing) 측정 결과. 강결합(strong coupling)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줌. (b) 단일 펄스 인가에 따른 YIG 구체 간 마그논 펄스 교환 진동 현상. 마그논 정보가 초전도 회로를 통해 결맞음을 유지하며 일정 시간 간격으로 전송됨을 알 수 있음. (c,d) 이중 펄스 인가에 따른 마그논 간섭 현상. 펄스 간 시간 간격과 캐리어 주파수의 조절을 통해 마그논 정보 상태를 임의로 제어할 수 있음. >
김갑진 교수는“이번 연구는‘세상에 없는 기술을 제안하라’는 KAIST 글로벌 특이점 연구사업에‘자석으로 양자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을까?’라는 다소 엉뚱하지만 모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시작되었다”며
“그 여정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으며,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양자 스핀트로닉스(quantum spintronics)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의 가능성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고효율 양자정보 처리 장치 개발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물리학과 송무준 박사후연구원이 제1 저자로 참여하고 미국 아르곤 국립 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의 이 리(Yi Li) 박사, 발렌틴 노보사드(Valentine Novosad) 박사, 일리노이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 UIUC)의 악셀 호프만(Axel Hoffmann) 교수 연구팀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네이처 출판 그룹이 출간하는 국제 학술지 ‘엔피제이 스핀트로닉스(npj spintronics)’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4월 1일, 4월 17일에 연이어 출판되었다.
※ 논문명 1: Single-shot magnon interference in a magnon-superconducting-resonator hybrid circuit, Nat. Commun. 16, 3649 (2025),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58482-2
※ 논문명 2: Single-shot electrical detection of short-wavelength magnon pulse transmission in a magnonic ultra-thin-film waveguide, npj Spintronics 3, 12 (2025),
DOI: https://doi.org/10.1038/s44306-025-00072-5
이번 연구는 KAIST 글로벌특이점연구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 선도연구센터, 양자정보과학인적기반 조성사업 및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기존 양자점(quantum dots)에는 카이랄 방향성, 광학적 또는 자기적 특성을 복합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기술이었다. KAIST 연구진이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최초로 광학적 카이랄성과 자성의 융합 특성을 동시에 갖춘 ‘카이럴 자성 양자점’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여 사람의 뇌처럼 정보를 보고, 판단하고, 저장하며 초기화할 수 있는 기능을 단일 소자에 집약해, 고성능 AI 하드웨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염지현 교수 연구팀이 빛에 의해 비대칭 반응하는 카이랄성과 자성을 동시에 갖는 특수 나노입자인 양자점(CFQD)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저전력 인간 뇌 구조와 작동 방식을 모방한 인공지능 뉴로모픽 소자(ChiropS)까지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신소재공학과 염지현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카이랄 양자점을 활용한 광 시냅스 트랜지스터는 편광 구분, 멀티 파장 인식, 전기 소거 등 다양한 기능을 단일 소자에 집
2025-04-25수학에서는 도형을 분류할 때 구멍(genus)의 개수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구멍이 하나 있는 도넛(torus)은 구멍이 없는 구(sphere)와는 구분되지만, 머그컵과는 같은 부류에 속한다. 구멍의 개수처럼 도형을 구부리거나 늘이는 연속적인 변형에도 변하지 않는 성질을 위상적 성질이라 하며, 위상수학에서는 이러한 성질을 기준으로 도형을 구분한다. 이와 유사하게, 음향 양자 결정(phononic crystal)도 파동 특성이 갖는 위상적 성질에 따라 분류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1차원 음향 양자 결정은 Zak 위상이 0인 구조와 π인 구조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 대학 기계공학과 전원주 교수 연구팀이 메타물질의 파동적 특성 관점에서 “도넛 구멍의 개수가 꼭 자연수여야만 할까?"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위상적 성질이 0이나 π로 양자화된 기존 분류 체계를 넘어, 0과 π 사이의 비양자화된 성질을 갖는 메타물질을 개발하였다. 이러
2025-04-14우리 대학 물리학과 서선옥 교수가 양자 중력 이론에 관한 연구로 국제 기초과학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f Basic Science)에서 수여하는 2025년 프런티어 과학상(Frontiers of Science Award, FSA)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26일 밝혔다. 프런티어 과학상은 해당 분야에서 최근 10년 이내에 중요한 성과를 이룬 연구 논문을 대상으로 수여된다. 시상식은 2025년 7월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다. 서선옥 교수는 공동 연구자인 다니엘 제프리스 (Daniel Jafferis), 아이토 루코위즈 (Aitor Lewkowycz), 후안 말다세나 (Juan Maldacena)와 함께 2016년 6월에 저널 오브 하이 에너지 피직스(Journal of High Energy Physics)에 발표된 논문 ‘상대 엔트로피는 벌크 상대 엔트로피와 동등하다(Relative entropy equals bulk relative entrop
2025-03-25양자 컴퓨팅은 고전 컴퓨터로는 계산하기 어려운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양자 기술이다. 양자 컴퓨터가 복잡한 연산을 정확히 수행하려면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자 오류를 정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에 필요한 양자얽힘 상태를 구현하는 것은 매우 큰 난관으로 여겨져 왔다. 우리 대학 물리학과 라영식 교수 연구팀이 양자오류 정정 기술의 핵심이 되는 3차원 클러스터 양자얽힘 상태를 실험으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측정기반 양자 컴퓨팅은 특수한 양자얽힘 구조를 가진 클러스터 상태를 측정하여 양자 연산을 구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양자 컴퓨팅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의 핵심은 클러스터 양자얽힘 상태의 제작에 있으며, 범용 양자컴퓨팅을 위해 2차원 구조의 클러스터 상태가 사용된다. 하지만 양자연산에서 발생하는 양자오류를 정정할 수 있는 결함 허용 양자컴퓨팅(Fault-Tolerant Quantum Computing)으로 발전하려면 더욱 복잡한 3차원
2025-02-25최근 양자 큐비트 기술 분야에서는 양자 상태를 확보하기 위해 결정질 반도체를 활용한 아발란체 광다이오드 소자*들이 활용되고 있으나, 높은 열잡음으로 인해 극저온 구동이 필수적이며, 적외선 대역에서 높은 탐지 효율을 갖는 소재의 부재로 기술적 한계에 직면했다. 우리 연구진이 양자점 소재가 차세대 양자 기술로 활용될 돌파구를 제시했다. *아발란체 광다이오드 소자: 매우 미세한 빛을 증폭하여 감지하는 고성능 센서 소자로서 야간 투시경이나 자율주행차, 우주 관측, 양자통신 등에 사용 우리 대학 전기및전자공학부 이정용 교수 연구팀이 콜로이드 양자점을 활용해 하나의 적외선 광자 흡수를 통하여 85배의 전자를 생성할 수 있는 아발란체 전자 증폭 기술*을 개발하여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 넘는 감도를 달성했다고 8일 밝혔다. *아발란체 전자 증폭: 기술 강한 전기장이 인가된 반도체에서 전자가 가속되어 인접 원자와 충돌을 통해 다수의 전자를 생성하는 신호 증폭 기술 화학적으로 합성된
2025-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