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로봇 풀코스 마라톤’ 완주, 네이처 본지에 실렸다
사람도 완주하기 쉽지 않은 42.195km를 사족보행로봇이 배터리 교체 없이 달렸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이 세계 최초 기록을 장거리 운용을 위한 설계 원리로 발전시켜 ‘네이처(Nature)’에 발표하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의 제품화에 나선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사족보행로봇 ‘라이보2(RAIBO2)’의 장거리 주행 기술과 실제 마라톤 완주 결과가 국제학술지 ‘Nature’본지에 게재됐다고 24일 밝혔다.
국내에서 수행된 로봇 연구가 ‘Nature’ 본지에 게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으로도 로봇 분야 연구가 ‘Nature’본지에 실린 사례는 매우 드물어, 이번 성과는 국내 로봇 연구의 기술력과 학술적 수준을 동시에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된다.
라이보2는 2024년 11월 열린 상주 곶감 마라톤 대회에서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교체하지 않고 풀코스 42.195km를 4시간 19분 52초 만에 완주했다. 사족보행로봇이 실제 마라톤 대회의 풀코스를 완주한 세계 최초의 사례다.
이번 논문의 핵심은 단순히 로봇이 42.195km를 달렸다는 기록에 있지 않다. 최근 세계 로봇업계에서는 사족보행로봇과 휴머노이드의 달리기 속도와 장애물 극복 능력을 겨루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 로봇을 장시간 운용하려면 순간적인 운동 성능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과 발열, 배터리, 구동장치의 안정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연구팀은 장거리 주행을 배터리나 모터 등 개별 부품의 성능 문제가 아니라 기계 구조와 전기 시스템, 보행 제어가 긴밀하게 연결된 ‘로봇 전체의 시스템 문제’로 접근했다.
사족보행로봇은 다리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구동장치뿐 아니라 전장과 기구부 등 여러 부분에서 에너지를 잃는다. 어느 한 부품의 효율만 높여서는 빠르고 안정적인 보행 성능과 긴 주행거리를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로봇 전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높은 보행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기구와 전장, 구동 및 제어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설계했다. 이를 통해 사족보행로봇이 장시간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어떤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
특히 연구팀은 실험실의 짧은 주행 시험이나 계산으로 추정한 최대 주행거리에 머물지 않고, 실제 마라톤 풀코스에서 기술을 검증했다.
마라톤이 진행되는 동안 로봇 내부의 전압과 전류, 온도,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이를 GPS로 측정한 위치·속도·고도 정보와 동기화했다. 라이보2를 실제 참가자로 등록해 공식 구간 기록도 남겼으며, 연구진은 로봇과 함께 달리며 출발부터 결승선까지 4시간이 넘는 주행 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42.195km 완주 기록이 라이보2의 성능을 보여줬다면, 이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는 그러한 성능이 어떻게 가능했고 실제 환경에서도 어떻게 유지됐는지를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가 됐다. 연구팀은 한 번의 인상적인 시연을 분석하고 재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설계 원리와 실측 데이터 기반의 연구 성과로 발전시켰다.
연구팀의 다음 과제는 한 대의 연구용 로봇에서 구현한 성능을 산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옮기는 것이다.
라이보2는 연구진이 직접 설계하고 수작업으로 제작한 연구용 로봇이다.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제품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러 대의 로봇에서 동일한 성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면서 생산비용도 낮춰야 한다. 방수·방진과 넓은 사용 온도 범위, 충격·진동에 대한 내구성, 전자파 간섭·적합성(EMI·EMC) 등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신뢰성도 함께 확보해야 한다.
황보 교수 연구실에서 출발한 KAIST 교원창업기업 라이온로보틱스는 이번 연구 성과를 실제 제품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라이보2 개발 과정에서도 라이온로보틱스의 제조 기술은 연구실에서 확보한 높은 에너지 효율과 보행 성능을 실제 마라톤에서 4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연구팀과 라이온로보틱스는 기구와 전장, 소프트웨어, 인공지능뿐 아니라 로봇의 모터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모터 드라이버까지 자체 개발해 시스템 전체를 최적화했다. 현재 라이온로보틱스는 이러한 시스템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연구용 시제품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장시간 운용할 수 있는 사족보행로봇의 제품화와 양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실에서 한 대의 로봇이 보여준 최고 수준의 성능을 여러 대의 제품에서 동일하게 구현하고, 다양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황보제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족보행로봇이 얼마나 멀리 달릴 수 있는지를 넘어, 높은 운동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로봇 전체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실제 마라톤 데이터로 입증한 결과”라며 “연구실에서 구현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산업 현장에서 누구나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기계공학과 이충인 박사와 염동훈, 박정수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9월 23일(현지시간) 게재됐다.
※ 논문명:A quadruped robot designed to complete a marathon on a single battery charge, DOI: 10.1038/s41586-026-11102-5
※ 관련 사진 및 동영상:
- 종합 사진/영상 모음 구글 드라이브: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ye82tTr2dCK2Bt7Ih0hSgWqkgqlVXk6X?usp=sharing
한편, 라이보2의 마라톤 완주 전 과정은 유튜브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3D 프린팅으로 달걀부터 1kg 물병까지 ‘척척’ 잡는 부드러운 로봇 손 만들었다
딱딱한 물건을 찍어내던 3D 프린터가 이제 고무처럼 부드럽고 잘 늘어나는 제품까지 만들 수 있게 됐다. 한국 연구진이 AI로 소재의 최적 ‘레시피’를 찾아, 복잡한 모양으로 출력하면서도 원래 길이의 6배 이상 늘어나는 소재를 개발했다. 로봇 손부터 몸에 착 붙는 웨어러블·맞춤형 의료기기까지 3D 프린팅의 활용 범위를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이승철 교수 연구팀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오상록) 극한물성소재연구센터 나종범 박사 연구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총장 김동환) 생산시스템 및 설계공학전공 박범수 교수와 공동으로 AI를 활용해 3D 프린팅이 가능하면서도 고무처럼 크게 늘어나는 소재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최근 사람과 직접 접촉하는 소프트 로봇과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 환자 신체에 맞춘 의료기기 등이 주목받으면서 복잡한 모양을 만들면서도 부드럽고 잘 늘어나는 소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연구팀이 활용한 DLP(Digital Light Processing)는 액체 소재에 빛을 비춰 원하는 모양으로 굳히는 3D 프린팅 기술이다. 복잡한 구조를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소재를 잘 늘어나고 튼튼하게 만들수록 액체가 잘 흐르지 않을 정도로 점도가 높아져 출력하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잘 출력되도록 묽게 만들면 신축성과 강도가 떨어진다. ‘잘 뽑히면서 잘 늘어나는 소재’를 만드는 것이 핵심 난제였다.
연구팀은 AI를 활용해 이 두 조건을 만족하는 최적의 ‘소재 레시피’를 찾았다. 특히 프린터에서 잘 출력되는 소재뿐 아니라 점도가 높아 출력하기 어려운 소재까지 학습 데이터에 포함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배합의 액체 소재를 작은 틀에 넣어 굳힌 뒤 얼마나 잘 늘어나는지, 얼마나 단단한지, 빛을 받으면 얼마나 빨리 굳는지, 얼마나 잘 흐르는지 등을 측정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소재의 배합과 각각의 성능을 연결한 데이터를 구축했다.
이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데이터를 학습해 규칙과 관계를 찾아내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소재의 배합과 성능 사이의 관계를 학습시켰다. AI는 이를 바탕으로 3D 프린팅이 가능하면서도 잘 늘어나는 최적의 소재 조합을 찾아냈다.
AI가 찾아낸 소재는 실제 DLP 3D 프린터에서도 안정적으로 출력됐으며, 잡아당겨도 쉽게 끊어지지 않고 원래 길이의 6배 이상 늘어나는 높은 신축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실제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 소재로 ‘소프트 액추에이터(soft actuator)’를 3D 프린팅했다. 소프트 액추에이터는 공기압 등을 이용해 사람의 근육처럼 부드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장치다. 공기를 넣자 풍선처럼 부풀면서 사람의 손가락처럼 자연스럽게 휘어졌다.
여러 개의 액추에이터를 결합해 만든 소프트 로봇 손은 1kg짜리 물병을 들어 올렸으며, 깨지기 쉬운 달걀부터 유리병, 달걀판, 컴퓨터 마우스까지 모양과 단단한 정도가 다른 물체를 안정적으로 잡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잘 늘어나는 소재 하나를 개발한 것을 넘어 AI를 활용해 원하는 성능의 소재를 보다 빠르게 찾아내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연구자가 수많은 소재를 직접 배합하고 시험하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했다면, 앞으로는 AI가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망한 소재 조합을 먼저 찾아내고 연구자가 이를 실험으로 검증하는 방식으로 시행착오와 소재 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연구자의 실험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해 기존에는 찾기 어려웠던 최적의 소재 조합을 효율적으로 찾아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소프트 로봇과 웨어러블 기기, 맞춤형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한 성능을 갖춘 3D 프린팅 소재를 보다 빠르게 개발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영한 박사와 박범수 교수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6월 4일 게재됐다.
※논문명: Machine learning guided formulation design of digital light processing printable elastomers beyond viscosity stretchability tradeoff,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3735-4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부 기계·장비산업기술개발사업(20023762)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RS-2026-25534767), 우수신진연구사업(RS-2024-00350423)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전기차 ‘급속충전·배터리 수명’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전기차는 빠르게 충전하면서도 배터리를 오래 쓸 수 있을까? 우리 대학 연구진이 실제 배터리 내부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한 ‘3차원 디지털 트윈’을 통해 그 해법을 찾았다. 배터리에서 전기를 저장하는 ‘전극’ 안의 재료와 빈 공간을 얼마나 넣느냐뿐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급속충전 성능과 수명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이강택 교수팀이 신소재공학과 조은애 교수팀과 공동으로, 실제 상용 리튬이온배터리에 사용되는 흑연 음극의 내부 구조를 3차원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고, 급속충전 과정에서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원인을 정량적으로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배터리 전극은 리튬을 저장하는 흑연, 이를 붙여주는 바인더,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빈 공간으로 이뤄진다. 배터리를 충전하면 리튬이온이 음극의 흑연 입자 안으로 이동해 저장된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충전하면 일부 리튬이 흑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표면에 금속 리튬이 쌓이는 ‘리튬 도금(Li plating)’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주차장에 차가 한꺼번에 몰려 미처 들어가지 못한 차량이 입구에 쌓이는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면 배터리 성능과 수명이 떨어질 수 있다.
충전 과정에서는 흑연 표면에 배터리를 보호하는 얇은 막인 ‘고체전해질 계면층(SEI)’도 만들어진다. 적절하게 형성된 보호막은 필요하지만 너무 두껍거나 고르지 않게 만들어지면 배터리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충전할 때 흑연 입자가 팽창하면서 전극 내부에 힘이 가해지는 ‘기계적 응력’도 발생한다.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매우 작은 배터리 내부에서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실험만으로는 어디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 컴퓨터 모델도 전극 전체의 평균적인 특성을 주로 이용해 실제 배터리 내부의 복잡한 구조와 위치에 따른 차이를 충분히 보여주기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실제 상용 흑연 음극의 구조를 바탕으로 배터리 전극의 ‘가상 쌍둥이’를 만들었다. 흑연 입자와 입자들을 서로 붙여주는 접착제 역할의 바인더,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빈 공간인 기공까지 3차원으로 구현했다.
연구팀은 이 가상 전극에서 전극의 두께와 빈 공간의 양, 바인더의 위치를 바꿔가며 빠르게 충전했을 때 리튬이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분석했다. 또 리튬이 어디에 쌓이고 보호막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전극의 어느 부분에 힘이 집중되는지도 함께 살펴봤다.
그 결과, 전체 충전용량이 비슷해 보여도 전극 내부의 바인더와 빈 공간이 어떻게 배치돼 있느냐에 따라 배터리의 손상 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두께 50마이크로미터(μm)의 전극에서는 바인더 배치에 따른 전체 충전용량 차이가 4% 이내였다. 겉으로 보이는 충전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전극 내부에서는 리튬이 저장되는 위치와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리는 반응이 일어나는 위치가 뚜렷하게 달랐다.
특히 바인더가 전극의 한쪽에 몰리면 리튬이온이 지나갈 수 있는 빈 공간이 줄어 이동이 어려워졌다. 도로가 좁아지면 교통체증이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경우 전류가 모이는 부분인 집전체 주변에 쌓이는 리튬도금의 양이 바인더가 고르게 분포한 전극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반대로 바인더가 전극 전체에 비교적 고르게 퍼져 있으면 리튬이온이 보다 원활하게 이동했고, 배터리를 보호하는 막도 상대적으로 고르게 형성됐다.
이러한 차이는 전극이 두꺼워질수록 더욱 커졌다. 두께 83μm의 전극에서는 바인더 배치에 따른 충전용량 차이가 약 18%까지 벌어졌다. 전극을 두껍게 만들어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려면 재료의 양뿐 아니라 내부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까지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빈 공간의 위치는 전극이 받는 힘에도 영향을 미쳤다. 빈 공간이 충분하면 충전할 때 팽창하는 흑연 입자를 주변 공간이 받아줘 힘이 분산됐다. 반면 빈 공간이 부족하면 흑연 입자가 팽창할 여유가 없어 특정 부분에 힘이 집중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급속충전용 배터리를 설계할 때 전극의 바인더와 빈 공간이 ‘얼마나 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분포하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새로운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3차원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 여러 종류의 전극을 일일이 만들어 실험하기 전에 가상공간에서 배터리 내부의 문제를 미리 살펴볼 수 있다. 향후 최적의 전극 구조를 찾는 데 활용돼 전기차 충전시간은 줄이고 배터리 수명은 늘리는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강택 교수는 “이번 연구는 겉으로 보이는 충전 성능만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배터리 내부의 문제를 3차원 디지털 트윈으로 찾아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전극 안의 바인더와 빈 공간을 적절하게 배치하면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면서도 빠르게 충전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계공학과 강예진 박사과정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인포맷(InfoMat, IF 19.6)’에 게재됐으며, 지난 7월 7일 후면 표지(Back Cover) 논문으로 선정됐다.
※ 논문명: Digital twin quantifies spatial-heterogeneity-driven failure in fast-charging lithium-ion battery anodes, DOI: https://doi.org/10.1002/inf2.70141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융합기술개발사업 및 InnoCORE 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표면 ‘결함’ 활용해 물방울 ‘잘 맺히고 잘 떨어지게’…열전달 5.5배 향상
물방울이 더 잘 맺히고, 더 빨리 떨어지게 해 열전달 성능을 최대 5.5배 높이는 기술이 개발됐다. 발전소와 담수화 설비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전자기기의 냉각 성능을 개선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남영석 교수와 생명화학공학과 임성갑 교수 공동연구팀이 표면에 입히는 매우 얇은 고분자 코팅막의 두께와 구조를 조절해, 수증기가 물로 변할 때 물방울은 더 많이 생기고, 생긴 물방울은 더 빨리 떨어지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수증기가 물로 변하는 ‘응축’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차가운 음료수 컵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발전소의 증기를 다시 물로 바꾸거나, 바닷물에서 민물을 얻고, 전자기기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는 데 폭넓게 이용된다.
응축 과정에서는 표면에 생긴 물이 얼마나 빨리 빠져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일반 금속 표면에서는 작은 물방울들이 서로 합쳐져 얇은 물막을 만든다. 겨울철 옷을 여러 겹 입으면 체온이 빠져나가기 어려운 것처럼, 이 물막도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가로막는 ‘열저항’ 역할을 해 열전달 효율을 떨어뜨린다.
반대로 물이 작은 물방울 형태로 맺혔다가 계속 떨어져 나가면 새로운 표면이 반복해서 드러난다. 이렇게 물방울 형태로 응축되는 현상을 ‘적상응축’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물이 표면을 계속 덮고 있는 대신, 물방울이 생기고 떨어지는 과정이 빠르게 반복되는 것이다. 이 경우 열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기술에는 딜레마가 있었다. 물방울이 처음 만들어질 자리를 늘리기 위해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들면 물방울이 그 구조에 걸려 잘 떨어지지 않았다. 반대로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면 물방울은 잘 떨어지지만 새 물방울이 만들어질 자리가 줄어들었다. 씨앗을 심을 자리를 많이 만들면 수확한 열매를 꺼내기 어렵고, 꺼내기 쉽게 만들면 씨앗을 심을 자리가 부족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기존에는 고분자막의 ‘결함’으로 여겨졌던 나노 크기의 작은 알갱이(응집체)를 활용해 해결했다. 고분자막은 플라스틱과 비슷한 성질의 고분자 물질을 표면에 매우 얇게 입힌 코팅막이다.
연구팀은 기체 상태의 원료를 표면에 입혀 아주 얇은 고분자막을 만드는 ‘개시제를 이용한 화학 기상 증착법(iCVD)’을 활용했다. 고분자막을 얇게 만들자 표면에 나노 크기의 작은 알갱이가 촘촘하게 생겼고, 이들이 물방울이 처음 맺히는 ‘씨앗 자리’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얇은 고분자막에서는 두꺼운 막보다 물방울이 약 3배 많이 생겼다.
여기에 열처리를 더해 물방울이 표면에 달라붙는 힘도 줄였다. 덕분에 물방울이 크게 자라기 전에 쉽게 떨어질 수 있었다. 즉, 고분자막을 얇게 만들어 물방울이 생길 자리는 늘리고, 열처리로 생긴 물방울은 빨리 떨어지게 한 것이다. 물방울을 많이 만드는 것과 빨리 없애는 것을 동시에 해결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물방울이 떨어진 자리에는 다시 새로운 물방울이 생긴다. 빈자리가 생기면 곧바로 다음 사람이 앉는 것처럼, 물방울이 생기고 떨어지는 과정이 빠르게 반복될수록 수증기를 물로 바꾸면서 열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제 응축기에 많이 쓰이는 구리관에 이 고분자막을 입혀 성능을 확인했다. 그 결과 열을 전달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응축 열전달계수’가 최대 약 88 kW·m⁻²·K⁻¹를 기록했다. 이는 물막이 생기는 일반 구리 표면보다 열전달 성능이 최대 약 5.5배 높은 수준이다. 물을 잘 튕겨내는 기존 발수 코팅 표면과 비교해도 50% 이상 높은 성능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거나 물을 잘 튕겨내는 데 집중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표면의 작은 ‘결함’을 적극 활용했다. 그동안 없애야 할 것으로 여겼던 나노 크기의 작은 알갱이가 오히려 물방울이 잘 생기도록 돕는다는 점을 발견해 새로운 표면 설계에 활용했다.
향후 이 기술을 발전소나 산업용 열교환기에 적용하면 열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담수화·수분 포집 장치에서는 물을 더 효과적으로 모으고, 전자기기에서는 열을 빠르게 빼내 냉각 성능을 높이는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영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에 결함으로 여겨졌던 나노 구조를 물방울이 잘 생기도록 돕는 요소로 활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물방울의 생성과 제거를 각각 조절해 열전달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술은 복잡한 모양의 표면에도 매우 얇고 균일하게 코팅할 수 있어 산업용 열교환기를 비롯한 다양한 에너지·환경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기계공학과 김준수 연구원과 생명화학공학과 강민정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7월 16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Rational design of polymer film morphology via structure–performance linkage for enhanced condensation performance,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5621-5
한편, 이번 연구는 중견연구사업(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사업(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딥사이언스 창업 활성화 지원사업(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리튬-황 구조배터리 기반 차세대 감시정찰 드론 개발
KAIST 연구진이 리튬-황 구조배터리, 생체모방형 비행체, 자율비행, 퍼칭(perching) 그리퍼 기술을 하나의 무인비행 플랫폼에 통합한 차세대 국방 감시정찰 드론을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KAIST 기계공학과 MSC 연구실(김경수 교수, 최근하 연구교수), SRIM 연구실(오일권 교수), MDAM 연구실(김성수 교수), 전기및전자공학부 Ctrl 연구실(장동의 교수), 생명화학공학과 EED 연구실(김희탁 교수)이 참여한 다학제 공동 융합 연구의 결과다.
연구팀은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지원을 받아 2020년 12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약 5년간 미래도전국방기술 연구개발과제 ‘구조배터리 기반 초고효율 감시정찰 자율비행로봇 개발’을 수행했다. 미래 전장에서 장시간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구조배터리 기반의 새로운 무인비행체 개념을 제시하고, 이를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개별 요소기술을 독립적으로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터리와 소재, 비행체 설계·제어, 자율비행, 퍼칭용 그리퍼 등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을 하나의 자율비행 시스템으로 통합했다는 점이다.
생명화학공학과와 기계공학 분야 연구진은 고에너지밀도 에너지원인 리튬-황 배터리와 구조체의 기능을 결합한 구조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무인비행체에 적용했다. 구조배터리는 에너지 저장장치가 비행체 구조의 일부 역할까지 동시에 담당하도록 하는 기술로, 기존처럼 배터리와 기체 구조물을 별도로 탑재할 때 발생하는 중복 중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행체 분야에서는 조류(알바트로스)의 효율적인 비행에서 착안한 생체모방형 가변익 비행 플랫폼을 개발했다. 기존의 고정된 형상을 갖는 무인기와 달리 비행 조건과 임무 상황에 따라 날개의 받음각과 후퇴각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수직이착륙과 고정익 순항비행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또한 전기및전자공학 분야 연구진은 군 작전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GPS 신호 제한 상황을 고려해 카메라 기반 장애물 인식 및 회피, 목표지점 접근과 호버링 등 자율비행 기술을 구현했다. 수림과 같이 장애물이 많은 환경에서도 목표지점까지 접근하여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상황을 고려했다.
연구팀은 조류가 나뭇가지 등에 내려앉아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행동에 착안해 비행체 하부에 줄꼬임 구동기 기반 퍼칭용 그리퍼를 적용했다.
드론이 지속적으로 호버링하며 감시임무를 수행할 경우 배터리가 빠르게 소모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목표지역의 구조물이나 지지물에 착지해 비행동력을 사용하지 않고 감시임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퍼칭 이후에는 그리퍼를 해제하고 다시 이륙해 추가적인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하거나 원대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구조배터리를 이용한 기체 경량화와 에너지 저장 효율 향상뿐 아니라, 비행 자체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운용 개념까지 함께 적용함으로써 작전가용시간을 증가시키는 새로운 감시정찰 무인체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과제를 통해 연구진은 리튬-황 구조배터리를 실제 비행체 구조에 적용하고, 생체모방형 비행체와 자율비행, 퍼칭 기술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계함으로써 차세대 국방 무인체계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특히 리튬-황 구조배터리를 기반으로 생체모방 비행과 자율비행, 퍼칭 그리퍼를 통합한 국방 감시정찰 드론을 국방 분야에서 최초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개발된 핵심기술을 단순히 결합하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임무체계로 설계하고 실제 비행 플랫폼에서 구현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연구팀은 약 5년간의 과제 수행 과정에서 구조배터리와 복합재료, 생체모방 비행체 설계, 공력 해석 및 제어, 자율비행, 퍼칭 기술 등을 주제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관련 성과는 국내외 학술지 논문과 국제·국내 학술대회 발표 등으로 이어졌다.
과제 수행을 통해 권위 있는 주요 학술지 Small 등 SCI(E)급 국제학술지 논문 3편, 국내외 학술대회 발표 11건, 특허 1건 등의 연구성과를 창출했으며, 과제 종료 이후에도 일부 연구결과는 후속 논문 및 관련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기계공학과 김경수 교수는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배터리와 소재, 비행체, 제어, 자율비행 등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을 하나의 국방 무인비행 플랫폼으로 구현했다는 데 있다”며 “5년간의 융합연구를 통해 확보한 기술과 경험이 향후 장기체공 감시정찰과 다목적 국방 무인체계 개발을 위한 기반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환자 대신 ‘칩’이 먼저 항암제 맞아본다…뇌종양 맞춤치료 가능성 열어
같은 뇌종양에 같은 항암제를 써도 환자마다 효과는 다를 수 있다. 앞으로는 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하기 전, 환자의 종양 환경을 재현한 ‘칩’에서 먼저 약효를 확인해보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환자의 종양세포와 뇌혈관 환경을 칩에 구현해 환자별 치료 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향후 환자 맞춤형 뇌종양 치료와 신약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안송이 교수팀이 성균관대학교(총장 유지범) 안중호 교수팀, 분당차병원(원장 윤상욱) 임재준 교수, 차의과학대학교(총장 차원태) 강윤정 교수팀과 함께 교모세포종 환자의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환자 맞춤형 혈액-뇌종양 장벽(Blood-Brain Tumor Barrier, BBTB) 칩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교모세포종은 가장 치명적인 악성 뇌종양 중 하나다. 암세포가 정상 뇌조직으로 빠르게 퍼지는 데다 종양의 특성도 환자마다 달라 치료가 어렵다.
특히 뇌에는 혈액 속 해로운 물질이 뇌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혈액-뇌 장벽’이 있다. 하지만 이 장벽은 치료에 필요한 항암제가 뇌종양까지 충분히 도달하는 것도 방해한다. 교모세포종이 생기면 종양 주변의 혈관장벽 역시 변하는데, 그 정도와 특성이 환자마다 다르다. 같은 치료제를 사용해도 환자마다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기존에는 교모세포종 환자의 치료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종양의 유전자나 바이오마커를 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만으로는 환자마다 다른 종양 주변 혈관 환경과 실제 약물 반응까지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의 종양뿐 아니라 항암제가 종양까지 도달하는 ‘길’인 혈관장벽까지 함께 칩 위에 구현했다.
환자에게서 얻은 교모세포종 세포와 뇌혈관 내피세포, 별아교세포를 작은 미세유체 칩 안에서 함께 배양해 실제 종양과 정상 뇌조직이 맞닿는 경계 부위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었다. 혈관 주변 세포와 면역세포도 추가할 수 있도록 설계해 실제 사람의 뇌종양 주변 혈관 환경을 보다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교모세포종 환자 3명의 종양세포로 각각의 환자를 모사한 혈액-뇌종양 장벽 칩을 제작했다. 이어 교모세포종 치료에 사용되는 테모졸로마이드(TMZ)와 베바시주맙(BEV)을 적용해 환자별 치료 반응을 비교했다. 테모졸로마이드는 암세포 자체를 공격하는 항암제인 반면, 베바시주맙은 암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표적치료제다.
그 결과, 기존 유전자 검사에서는 비슷한 치료 반응이 예상됐던 환자들도 칩에서 나타난 혈관장벽의 특성과 치료제 반응은 서로 달랐다. 특히 칩에서 확인한 환자별 치료 반응은 실제 환자의 치료 경과와도 높은 수준으로 일치했다. 이는 유전자 정보가 비슷하더라도 환자의 종양 주변 혈관장벽 상태에 따라 치료 반응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를 환자 맞춤형 칩을 통해 확인할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암세포가 이 약에 반응하는가’를 넘어 ‘이 환자의 종양 환경에서 이 치료가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함께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예측 성능과 재현성이 검증된다면, 환자의 종양세포로 만든 칩에 여러 치료제를 먼저 적용해보고 효과가 높은 치료 전략을 선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가 여러 치료법을 직접 경험한 뒤 효과를 확인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환자 대신 칩에서 치료 반응을 먼저 살펴보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맞춤형 치료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약 개발에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 뇌종양 치료제는 암세포에 대한 효과뿐 아니라 뇌종양 주변의 혈관장벽 환경에서 제대로 작용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플랫폼을 활용하면 실제 환자의 종양과 혈관장벽을 모사한 환경에서 신약 후보물질의 효과를 평가하고,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지 탐색하는 전임상 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다.
안송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자 유래 종양세포와 혈액-뇌종양 장벽을 함께 재현함으로써 환자마다 다른 치료 반응을 실제와 가깝게 평가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보다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검증해 교모세포종 환자의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과 신약 개발을 위한 전임상 평가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기계공학과 류민수 박사과정과 성균관대학교 이가은 박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나노 분야 국제학술지 ‘Small’에 2026년 6월 27일 게재됐으며, 연구의 우수성과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해당 학술지의 Front Cover로 선정됐다.
※ 논문명: Human Blood-Brain Tumor Barrier on a Chip to Investigate Personalized Treatment for Glioblastoma Patients, DOI: 10.1002/smll.202506712
한편, 이번 연구는 보스턴코리아혁신연구지원(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RS-2024 -00468873)과 신진연구지원사업(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RS-2026-25487930)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KAIST–삼성중공업, 32년 산학협력 결실…‘차세대선박연구센터’ 출범
우리 대학은 삼성중공업(대표이사 최성안)과 13일 대전 본원 학술문화관 존해너홀에서 ‘SHI-KAIST 차세대선박연구센터(AMRC, Advanced Maritime Research Center)’ 개소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센터 출범은 1995년부터 32년째 이어지고 있는 양 기관 산학협력의 결실이다. 우리 대학과 삼성중공업은 지난 30여 년간 축적한 공동연구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기존 산학협력 체계를 미래 조선해양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거점으로 확대한다.
양 기관은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AI·로보틱스·친환경 기술 등 산업 현장의 수요와 연계한 미래 핵심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연구성과의 산업적 활용과 전문인재 양성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앞으로는 실제 산업 현장을 혁신하는 Physical AI가 제조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조선해양 산업은 기계공학과 AI, 로보틱스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이번 연구센터가 산업 현장의 난제를 해결하고 미래 기술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는 연구 거점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부회장)는 “32년간 이어온 KAIST와의 협력이 차세대선박연구센터 설립으로 결실을 맺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자율운항과 친환경 선박, 스마트 제조 등 미래 조선해양산업의 기술 경쟁력 확보와 인재 양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센터는 미래 조선해양 산업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자율운항·지능항해 AI 기술 ▲무탄소·저탄소 연료 추진 시스템 ▲스마트 조선소·디지털 트윈 제조혁신 ▲조선해양 특화 로보틱스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자율운항 분야에서는 선박의 상황 인식과 최적 항로 설정, 충돌 회피 등 자율운항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AI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무탄소·저탄소 연료 분야에서는 암모니아와 수소 등 친환경 연료를 적용한 선박의 핵심 기자재와 연료공급 기술을 연구해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기조와 해운·조선산업의 친환경 전환에 대응한다.
스마트 조선소 분야에서는 블록 탑재와 생산관리 등 복잡한 조선 제조공정을 AI와 디지털 트윈 기술로 최적화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원가와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조선해양 특화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용접·도장·검사 등 고난도 현장 공정의 자동화를 위한 로봇 기술을 연구해 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작업자의 안전성과 생산 효율을 동시에 높일 계획이다.
연구센터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미래 조선해양 산업을 이끌 전문인재 양성의 거점 역할도 맡는다. 양 기관은 산학협력기금 등을 활용한 학생 연구 지원과 장학사업을 추진하고, 산업 현장과 연구실을 연계한 인력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해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전형 연구인재를 지속적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센터의 출범은 양 기관이 30여 년간 구축해 온 산학협력의 성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양 기관의 협력은 1995년 삼성중공업 조선해양연구소와 KAIST 기계공학과가 ‘SHI-KAIST 산학협력협의회’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구조·유체·극저온·친환경·스마트십·자율항해 등 조선해양 전 분야에 걸쳐 공동연구를 수행하며 핵심 원천기술을 축적해 왔다.
특히 자문교수제도(Advisory Board), 산업체 맞춤형 강좌, 공동연구 시드(SEED) 과제 등을 운영하며 연구 현장과 산업 현장의 연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자문교수제를 기반으로 수행한 공동연구 프로젝트와 기술자문 등 협력 실적은 1,000여 건을 넘어섰으며, 연구원 단기 연수와 코업(Co-op) 프로그램 등을 통한 기술 인력 교류도 활발하게 이어져 왔다.
이날 개소식에는 배충식 KAIST 총장을 비롯한 기계공학과 교수 및 명예교수,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부회장)를 비롯한 임원과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해 연구센터의 출범을 기념했다.
미국 에너지부 성능 목표를 넘어선 PEMFC 복합재분리판 개발
수소연료전지는 자동차, 버스, 트럭 등을 운행하면서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동력원이다. 그러나 연료전지 내부에서 전기와 열을 전달하고 수소와 공기의 흐름을 관리하는 핵심 부품인 분리판은 수소연료전지의 대량생산과 상용화를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기존 분리판은 주로 무거운 금속이나 깨지기 쉬운 흑연으로 제작되며, 가격이 높고 대량으로 생산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우리 대학 기계공학과 김성수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볍고 강하면서도 전기와 열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복합재 분리판을 개발했다. 핵심은 서로 다른 탄소 소재의 장점을 결합한 독창적인 샌드위치 구조이다. 중앙에는 카본블랙과 환원 그래핀 산화물로 만든 초박형 흑연화 시트를 배치하고, 그 양쪽에는 다중벽 탄소나노튜브가 고르게 분산된 팽창흑연층을 형성했다. 전체 구조는 열과 화학물질에 강한 고성능 고분자인 폴리벤족사진을 이용해 하나로 결합했다.
개발된 분리판은 전기전도성, 내식성, 수소 차단성, 방열성 및 기계적 강도 등 연료전지 분리판에 요구되는 주요 성능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으며, 미국 에너지부(U.S. Department of Energy)의 주요 성능 목표를 충족하거나 초과했다. 또한 기존 복합재 분리판보다 적은 양의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압력에서 제조할 수 있어,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와 공정 부담을 줄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본 연구는 고성능과 제조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한 복합재 분리판을 통해 수소연료전지의 대량생산과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어드밴스드 컴포짓 앤 하이브리드 머티리얼즈(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 IF 21.8)’에 2026년 7월 13일 자로 게재되었다.
※ 논문명 : Polybenzoxazine composite bipolar plates with hierarchical sandwich architecture of freestanding laser-induced graphitized sheet core and MWCNT-dispersed expanded graphite skin layers for PEMFCs
DOI : https://doi.org/10.1007/s42114-026-01962-w
KAIST-엔비디아, 인간의 움직임 이해하는 피지컬 AI 테크놀로지센터(NVAITC) 설립
사람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예측해 웨어러블 로봇과 휴머노이드를 더욱 정밀하게 제어하는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웨어러블 로봇 연구 역량을 보유한 우리 대학과 엔비디아(NVIDIA)가 인간의 움직임과 물리지능을 학습하는 ‘인체 동작 파운데이션 모델(Human Motion Foundation Model)’개발에 나선다.
우리 대학은 엔비디아와 피지컬 AI(Physical AI) 분야 공동연구 추진을 위해 엔디비아 AI 테크놀로지센터(NVIDIA AI Technology Center, NVAITC)를 설립한다고 26일 밝혔다.
정부가 피지컬 AI를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핵심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가운데, 이번 협력은 KAIST가 축적해 온 인간 중심 로봇 기술과 실제 동작 데이터에 엔비디아의 AI 기술과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결합해 차세대 피지컬 AI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번 협력은 KAIST 기계공학과와 엔비디아가 ‘인간물리지능 테크놀로지센터(Human Physical AI NVAITC)’를 설립해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KAIST 기계공학과 인간물리지능연구센터(Human Physical AI Research Center, https://huphailab.com)가 공동연구의 핵심 거점 역할을 맡으며, 양 기관은 이를 기반으로 웨어러블 로봇과 휴머노이드, 디지털 트윈, 제조 등 피지컬 AI 전 분야로 협력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피지컬 AI 시대의 경쟁력은 AI 자체보다 인간과 로봇을 깊이 이해한 도메인 기술과 데이터에서 나온다”며 “KAIST가 축적해 온 인간 중심 연구와 엔비디아의 세계 최고 수준 AI 인프라와 피지컬 AI 기술을 결합해 인간을 더 잘 이해하고 돕는 피지컬 AI를 구현하고,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피지컬 AI 연구와 산업을 선도하는 거점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간물리지능연구센터는 웨어러블 로봇 분야의 공경철 교수 연구실과 바이오로봇 분야의 김정 교수 연구실을 중심으로 설립된 연구센터로, 김정 교수와 공경철 교수가 공동센터장을 맡고 있다.
연구센터는 인간이 실제 환경에서 움직이고 힘을 사용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AI와 로봇 기술로 구현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웨어러블 로봇을 활용해 축적한 대규모 인간 동작 데이터와 보행·운동 제어기술은 인간 중심 피지컬 AI 개발을 위한 핵심 기반으로 평가받는다.
공동센터장인 공경철 교수는 웨어러블 로봇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로, 보행 보조와 재활을 위한 로봇 기술을 연구해 왔다. 또한 창업기업 엔젤로보틱스를 통해 연구성과를 실제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하며 웨어러블 로봇 기술의 상용화를 이끌어 왔다. 이번 공동연구에서는 그동안 축적한 인간 동작 데이터와 로봇 제어기술을 기반으로 인체 동작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주도한다.
엔비디아에서는 찰스 청(Charles Cheung) 엔비디아 AI 테크놀로지센터(NVIDIA AI Technology Center, NVAITC) 시니어 매니저가 참여해 기술 전문가 자문과 개발자 기술 지원을 제공한다. 아울러 엔비디아 옴니버스(NVIDIA Omniverse)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플랫폼을 활용한 연구·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찰스 청 시니어 매니저는 “KAIST 인간물리지능연구센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간 동작 데이터와 웨어러블 로봇 연구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인간의 움직임을 AI로 구현하는 이번 연구는 피지컬 AI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 기관은 공동연구의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를 구성하고, 6개월마다 연구 목표와 추진 성과를 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매년 국내외 연구자를 초청하는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해 피지컬 AI 분야의 최신 연구성과와 산업 동향을 공유한다.
KAIST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생 앰배서더 프로그램(Student Ambassador Program)’도 운영한다. 엔비디아 전문가가 강의와 정기 오피스아워(멘토링·상담)를 제공하고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첫 기수는 5~10명 규모로 선발할 예정이다. 참가 학생들은 엔비디아 옴니버스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중심으로 교육받으며, 프로그램 이수자에게는 수료증도 발급한다.
공동연구의 1단계 핵심 목표는 ‘인체 동작 파운데이션 모델(Human Motion Foundation Model)’구축이다.
인체 동작 파운데이션 모델은 대규모 인간 동작 데이터를 학습해 사람의 다양한 움직임을 이해하고 예측하며 새롭게 생성할 수 있는 생성형 AI 기반 모델이다. 향후 웨어러블 로봇과 휴머노이드가 사용자의 의도와 움직임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반응하도록 하는 핵심 기반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발된 기술은 보행장애 환자의 재활과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웨어러블 로봇뿐 아니라 인간과 함께 작업하는 휴머노이드, 운동 기능 분석,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연구진은 인간이 움직임을 계획하고 근육과 관절을 제어하는 원리를 AI 관점에서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행장애를 극복하고 인간의 신체 능력을 확장하는 차세대 로봇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협력은 개별 연구에 그치지 않고 국내 피지컬 AI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공동센터장인 김정 교수와 공경철 교수는 현재 피지컬 AI 분야 딥테크 스케일업 밸리 사업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공경철 교수가 창업한 엔젤로보틱스의 기술사업화 경험과 KAIST의 로봇·기계·AI 연구 역량, 엔비디아의 AI 기술 및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연구개발부터 인재 양성, 스타트업 지원, 기술사업화까지 폭넓은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형순 KAIST 기계공학과장은 “이번 협력은 기계공학과의 AI 연구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인간물리지능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피지컬 AI 연구를 로봇과 제조 등 국가 전략산업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막는 초정밀 검사기술 개발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예방하고 안전성을 높일 초정밀 검사기술이 개발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열폭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배터리 전극의 미세한 두께 불균일을 배터리를 뜯거나 손상시키지 않고도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분의 1 수준까지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생산 단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불량을 미리 찾아내 배터리의 안전성과 품질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김영진 교수 연구팀이 빛과 전파의 중간 영역에 있는 전자기파인 테라헤르츠파(THz, Terahertz Wave)로 배터리 전극 내부의 정보를 얻고, 광주파수빗(Optical Frequency Comb, 빛의 주파수를 자의 눈금처럼 일정하게 나눠 초정밀 측정의 기준으로 활용하는 기술)으로 이를 정밀하게 읽어내는 기술을 결합해, 리튬이온배터리 전극의 두께를 비접촉·비파괴 방식으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분의 1에 해당하는 미세한 두께 차이까지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전기차에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전극은 전기가 흐르는 핵심 부품이다. 전극의 두께가 아주 조금만 달라도 충·방전 과정에서 전류가 특정 부분에 집중돼 열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열이 계속 쌓이면 열폭주(Thermal Runaway, 배터리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는 현상)가 일어날 수 있어,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는 전극의 두께를 균일하게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검사 기술은 생산현장에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X선 컴퓨터단층촬영(CT)은 내부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지만 검사 시간이 오래 걸려 빠른 생산라인에 적용하기 어렵다. 초음파 기반 음향현미경은 시료에 액체를 접촉시켜야 하고, 레이저 변위센서는 빠르게 측정할 수 있지만 전극 내부까지 정밀하게 분석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광주파수빗과 테라헤르츠파를 결합해 해결했다. 먼저 테라헤르츠파를 배터리 전극에 쏘아 내부에서 여러 번 반사되며 생기는 신호를 얻고, 광주파수빗을 기준으로 이 신호를 초정밀하게 분석해 전극의 두께를 계산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를 손상시키지 않고도 내부를 나노미터 수준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테라헤르츠파가 전극의 앞면과 뒷면 사이를 여러 번 왕복하며 만들어내는 일정한 간격의 간섭무늬인 파브리-페로(Fabry-Pérot) 간섭을 이용한 것이다. 마치 자의 눈금을 읽어 길이를 재듯, 연구팀은 이 간섭무늬를 광주파수빗을 기준으로 정밀하게 분석해 전극의 두께를 계산했다.
그 결과 별도의 보정(Calibration, 측정 오차를 줄이기 위해 기준값을 맞추는 과정) 없이도 전극의 두께는 물론 복소 굴절률(Complex Refractive Index, 빛이 물질을 얼마나 잘 통과하고 얼마나 흡수되는지를 나타내는 소재의 광학적 특성)까지 한 번에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사람 머리카락 한 올과 비슷한 두께인 50~150마이크로미터(㎛)의 배터리 전극을 대상으로 기술을 검증했다. 단 0.2초의 짧은 측정만으로도 머리카락 굵기의 약 1,400분의 1에 해당하는 미세한 두께 차이(음극 70.1나노미터, 양극 465.5나노미터)까지 측정했으며, 이는 빠르게 움직이는 배터리 생산라인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측정 시간을 25.6초로 늘리자 정밀도는 더욱 높아졌다. 음극은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분의 1에 해당하는 7.8나노미터(nm)까지 구분할 수 있었고, 양극도 25.2나노미터까지 측정했다. 이는 기존 시간영역 분석 방식보다 최대 100배 높은 정밀도로, 눈으로는 전혀 확인할 수 없는 미세한 두께 차이까지 찾아낼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기술은 단순히 한 지점의 두께만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극 전체의 두께를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 두께가 조금씩 변하는 모습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으며, 전극이 약 45도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 빠르게 움직이는 실제 배터리 생산라인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배터리를 분해하거나 손상시키지 않고도 생산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불량을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검사기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리튬이온배터리는 물론,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 생산공정에서도 불량을 조기에 찾아내 배터리의 안전성과 품질을 높이고 더욱 안정적인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진 교수는 “이번 기술은 전극의 두께와 소재 특성을 별도의 보정 없이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통합형 계측 플랫폼”이라며 "차세대 리튬이온배터리뿐 아니라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의 실시간 품질관리를 위한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기계공학과 강구선 박사(現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제1저자로, 김영진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10일 게재됐다.
※ 논문명: Nanometre-precision terahertz interferometry for battery electrode metrology,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4193-8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의 RS-2024-00401786, RS-2025-00523273, RS-2025-25455397 및 NRF-2022M1A3C2069728 과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MSIT) 재원으로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의 지원(2710107298), 그리고 대한민국 방위사업청(DAPA)의 지원(KRIT-CT-22-040)을 받아 수행되었다.
성형진 명예교수, ‘글로벌 석학 연구역량 활용 지원사업’ 최종 선정
우리 대학 기계공학과 성형진 명예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2026년도 국내 글로벌 석학 연구역량 활용 지원사업’의 신규과제 연구책임자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국내 글로벌 석학 연구역량 활용 지원사업’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성과와 경험을 보유한 연구자가 정년 이후에도 국내에서 연구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연구 단절을 방지하고, 평생 축적된 연구역량을 국가연구개발과 후학 양성에 활용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각 대학은 자체 심사를 거쳐 기관별로 최대 3명의 석학급 연구자를 추천할 수 있으며, 이후 전 학문 분야를 대상으로 연구자의 학문적 탁월성, 국제적 위상, 연구역량의 지속가능성, 소속 기관의 지원계획, 연구성과의 활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전국에서 최종 20명을 선정했다.
이번 선정에서 우리 대학에서는 성형진 명예교수가 유일하게 최종 선정됐다. 이는 성 교수가 수십 년간 유체역학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국제 학계를 선도해 온 학문적 탁월성과 연구 리더십을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된다.
성형진 명예교수는 난류, 유체-구조 상호작용, 유동소음 및 마이크로유체역학 등 유체공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유체역학 및 융합공학 분야의 주요 국제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과 미국물리학회(American Physical Society) 펠로우로 선출됐다. 또한 KAIST 학술대상과 수당상 등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 학계에서 연구의 우수성과 영향력을 인정받아 왔다.
성형진 명예교수는 이번 사업을 통해 ‘리소그래피에서의 다물리 유동역학(Multi-Physics Flow Dynamics in Lithography)’ 2026년 7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총 54개월 동안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빛만 비추면 버튼이 솟아오른다
전선도 구동 장치도 없다. 빛만 비추면 금속 표면이 버튼처럼 스스로 솟아오른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빛을 잘 흡수하기 위한 별도의 코팅 없이도 빛만으로 형태를 바꾸는 금속 구조를 개발했다. 실제 버튼처럼 솟아오르는 금속 구조는 촉각 인터페이스와 형상 디스플레이는 물론,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와 소프트 로봇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오일권 교수 연구팀이 하나의 UV(자외선, Ultraviolet) 레이저 공정만으로 평평한 니켈-티타늄 형상기억합금(SMA, Shape Memory Alloy, 일정 온도 이상에서 원래 형태를 기억해 되돌아가는 특수 금속) 시트를 빛을 받으면 스스로 입체 구조로 변하는 메타모핑(Meta-morphing, 외부 자극에 따라 미리 설계한 형태로 변형되는) 구조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와 소프트 로봇은 얇고 가벼우면서도 필요할 때 원하는 형태로 자유롭게 변형될 수 있는 기술이 핵심이다. 이러한 기술은 형상 디스플레이와 적응형 표면(필요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표면), 웨어러블 인터페이스, 소프트 로봇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의 기반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평평한 금속판에 정교한 절개와 접힘 패턴을 설계해 미리 정한 입체 모양으로 변형되도록 구현했다. 이는 종이를 오려 입체 구조를 만드는 키리가미(Kirigami) 원리를 금속에 적용한 것이다.
형상기억합금은 가볍지만 큰 힘을 낼 수 있어 웨어러블 기기와 소프트 로봇의 핵심 구동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기술은 이 금속이 빛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별도의 광흡수 코팅이 필요했다. 그래핀 산화물(Graphene Oxide)이나 질화티타늄(TiN) 같은 코팅은 반복 사용하면 벗겨질 수 있고, 제작 공정이 복잡하며 반응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UV 레이저 미세가공 기술을 활용했다. 레이저를 한 번 조사하는 것만으로 금속을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는 동시에 표면이 빛을 잘 흡수하도록 만들어, 별도의 광흡수 코팅이 필요 없는 제작 방식을 구현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금속이 얼마나 변형될지 뿐만 아니라 어떤 순서로 형태를 바꿀지까지 하나의 금속 안에 미리 설계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레이저 가공 방식을 조절해 같은 빛을 비춰도 어떤 부분은 먼저, 다른 부분은 나중에 변형되도록 구현했다. 별도의 전기 신호나 복잡한 제어장치 없이도 금속 스스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 형태를 바꾸도록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근적외선(NIR, Near Infrared) LED와 결합해 화면 일부가 실제로 솟아오르는 형상 디스플레이(화면이 실제로 입체 형태로 변하는 디스플레이)와 햅틱(Haptic, 촉각을 전달하는 기술) 인터페이스를 구현했다. 문자 'K→A→I→S→T'를 순차적으로 표시하고, 손끝으로 방향을 안내하는 촉각 신호를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오일권 교수는 "이번 기술은 별도의 코팅 공정 없이 단일 금속 소재 안에 기계적 변형과 광학적 특성을 동시에 새겨 넣은 새로운 제조 플랫폼"이라며 "빛만으로 형상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어 적응형 표면, 인터랙티브 햅틱 인터페이스,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 광열 기반 소프트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계공학과 김현수 석사과정이 제1저자로, 오일권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으며,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26년 6월 4일 발행된 Advanced Science Vol. 13, No. 31의 이면 표지 논문(Inside Back Cover)으로 선정됐다.
※ 논문명: Monolithic UV-Laser Programming of Photothermally Meta-Morphing SMA Structures: Dual-Encoded Kirigami Mechanics and Photonic Absorbance, DOI: https://doi.org/10.1002/advs.74930
※ 관련 동영상: 홍보 영상 [Advanced Sciecne] - Google Drive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지원사업(RS-2024-00345241), 미래융합파이오니어사업(RS-2023-00302525),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RS-2025-25441263)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nnoCORE 프로그램(N10250154)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