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KAIST LEADERSHIP

인터뷰 및 칼럼

[과학의거인] [인터뷰]우리나라 대표 연구중심대학 KAIST의 ‘첫 동문 출신’ 수장, 신성철 총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2.08 조회수1891

입력 : 2018-02-08
저작권자 ⓒ 과학의거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바로가기

[인터뷰]우리나라 대표 연구중심대학 KAIST의 ‘첫 동문 출신’ 수장, 신성철 총장

신성철 이학부 정회원이 지난 3월 한국과학기술원(이하 KAIST) 총장으로 취임했다. 2004년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선배 및 동료교수들의 강권으로 시작된 도전이 13년 만에 결실을 맺은 셈. KAIST 역시 1977년 제3회 석사과정 졸업생 중 하나로 배출한 그를 40년만에 수장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그 사이 신 총장은 ‘탁월한 연구자이자 교육자’를 넘어 ‘혁신의 경영인’으로 거듭났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초대총장을 맡아 단기간에 신생기관의 체계를 혁신적으로 갖추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아 과학기술정책 자문 활동을 맡는 등 ‘젊은 리더십’ 이상의 공력을 쌓은 것. 우리나라 연구중심대학의 대표주자인 KAIST를 이끌어 나가야 할 중책을 맡은 신성철 신임 총장에게 향후 계획과 운영 철학을 들어봤다.

KAIST 신성철 총장 사진
<신성철 KAIST 총장>

- 4번째 도전을 결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KAIST는 태생적으로 과학기술 인력 양성과 연구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할 국가적 책무가 있고, 이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때 그 존재가치를 내세울 수 있습니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열어갈 새로운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을 선도적으로 감당해야 할 책무 역시 KAIST에 주어지고 있습니다.
총장 발굴위원회의 추천 제의를 받고 깊이 고민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쌓은 경험과 능력을 살려 KAIST와 한국의 미래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KAIST가 앞으로 추구해 나가야 할 가치가 있다면 무엇이라 보십니까?
제가 제시하는 KAIST의 비전은 ‘글로벌 가치창출 세계선도대학(Global Value-Creative World-Leading University)’입니다. 이제는 국내 기관도 세계적 수준에 맞는 가치를 창출해야 할 때입니다. 학문적인 가치, 기술적인 가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척도는 국제적 영향력(Global Impact)입니다. 훌륭한 논문만으론 부족합니다. 단순히 특허를 내는 것만으로도 부족합니다. 그것이 세계적인 수준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고 그 결과가 기관, 대한민국, 나아가 전 세계의 경쟁력을 얼마나 높여갈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KAIST는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가치를 창출해서 과학기술 발전을 견인하고 인류 문명사회 구현에 기여해야 합니다. 교육기관으로서는 글로벌 융합인재 양성의 허브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연구 측면에서는 국가 신산업 창출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신지식·신기술 진원지로서 책무를 다해야 합니다.

- KAIST는 지난 몇 년간 해외석학 총장들이 이끌어 왔습니다. 13년만에 KAIST 교수 출신이 다시 총장이 되었는데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까요?
개혁은 리더의 혁신적 아이디어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를 내부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가능합니다. 바꿔 말하면 개혁을 위해 필수적으로 수반돼어야 하는 것은 신뢰와 소통 능력입니다. 제 가장 큰 차별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첫 동문 출신 총장으로서 구성원들의 신뢰를 자산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내부 사람이기 때문에 외부인사가 해오던 개혁을 이어가지 못할 것이란 우려를 내비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개혁 마인드가 굉장히 강한 편입니다. 제가 추진하고자 하는 개혁의 방향이 옳은 명분을 가졌고, 구성원들과 충분히 공유와 공감이 되도록 노력한다면, 내부 구성원들도 한마음으로 동참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KAIST 교수님들은 한 분 한 분 모두가 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자존감이 높으신 분들입니다. 그 능력과 자존감이란 것은 교수님 각자가 국가와 세계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KAIST 교수님들과 구성원이 자신들의 자존감을 걸고 함께 추진할 수 있는 개혁들을 누구보다 잘 수행해내고자 합니다.

- 전임총장들의 정책 중 지속·발전시키고 싶은 정책은 무엇인가요?
전임 총장님들이 추진했던 개혁 가운데 효과적인 것들은 지속해서 보완하고 발전시킬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서남표 총장님의 주요 업적인 영어 강의와 영년직 교수(tenure) 제도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년직 심사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교수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하나의 동기로 작용합니다. 우수한 역량의 교수가 있는 대학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듭니다. 그것은 곧 대학의 발전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제도는 앞으로도 계승해서 유지할 계획입니다. 또한 KAIST 국제화를 위해서는 영어 강의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교육의 효과가 상실되어서는 안 되므로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한국인 학생들을 위해서 강의 전에 우리말로 개요를 설명한 뒤 영어로 강의하고 마지막에는 또다시 우리말로 요약해서 진행하여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합니다. 한국의 대학들은 국제화 지수가 낮아서 저평가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캠퍼스 안에서 영어와 한국어의 사용이 활성화되면 국제 교원 및 학생을 더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고, 한국 학생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도 큰 경쟁력이 됩니다. KAIST는 전임 총장님들의 정책으로 이중언어(bilingual) 캠퍼스를 조성했습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이중언어로 소통하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재임기간 동안 학생들의 이중언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영어사용지역(English-Only Zone)을 설정하여 특정 빌딩이나 구역에서는 영어로만 의사소통을 하도록 만드는 등 여러 정책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
과학기술 개발을 통해 국가의 경제력 향상에
기여하는 것은 KAIST의 태생적인
존재의 이유입니다. 46년이 지난 지금도
그 가치를 변함없이 추구하고 있으며 오히려
지난 세기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필요할 때입니다

"

- KAIST에서 다시 혁신의 바람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갓 시작되던 시기에 가장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은 과학기술 개발과 인재입니다. KAIST는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설립된 학교입니다. 과학기술 개발을 통해 국가의 경제력 향상에 기여하는 것은 KAIST의 태생적인 존재의 이유입니다. 46년이 지난 지금도 그 가치를 변함없이 추구하고 있으며 오히려 지난 세기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필요할 때입니다.
21세기 선진대학들은 단순히 새로운 지식 창출의 진원지가 아닙니다. 현재는 2차 대학개혁을 통해 지식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R&DB(Research, Development, Business) 허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결과가 논문이나 특허 실적에서 그치지 않고, 상용성 있는 결과들을 기술이전과 벤처창업을 통해 기술사업화로 연결하여 연구의 선순환이 일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KAIST를 이런 R&DB 구현의 역할모델(role model)이 될 수 있는 대학으로 육성시킬 것입니다. KAIST는 학교의 원천기술을 활용하여 교직원이 벤처기업을 설립하는 교원창업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KAIST가 보유한 지식재산권의 활용 및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바로 기술출자기업입니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가치 평가하여 현물로 20% 이상 출자하고, 기업인이 현금을 출자하고 경영을 맡는 산학 협업의 이상적인 창업 모델입니다. 특구 안에 기술출자기업이 설립되면 관련법에 따라 법인세 혜택 등 여러 가지 지원을 받게 되어 창업 성공 확률이 교수 직접 창업에 비해 훨씬 높아지게 됩니다. 이런 혁신적인 기술사업화 모델을 도입하여 국내 경제 및 산업계 전반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 총장님은 대학 경영자이기 이전에 세계적인 석학이기도 합니다. 존경받는 과학자로서 하고자 하는 역할은 무엇입니까?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큰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일례로 지난 2002년부터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비 증액이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여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5%로 올려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제안하였습니다. 당시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2% 수준이었기 때문에 과학기술계 정책을 담당하는 분들이 너무 과도한 제안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모든 대선 후보들이 하나같이 5%를 선거 공약으로 제시하였고 집권 후 연구개발비를 증액하여 현재는 4.23%로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또한 지난 3년간 국가과학기술 자문위원회 분과의장, 부의장을 역임하며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기초연구비 증대, 기술사업화 제고를 위한 기술출자기업 활성화 방안 등을 제시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선도적인 과학기술정책 제안에 앞장서고자 합니다.

KAIST 전경사진
<KAIST 전경>

- 총장님은 지난 2000년부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으로서도 꾸준히 활동하셨습니다. 한림원의 역할에 대해서도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두 가지를 제언하고 싶습니다. 첫째, 한림원 회원들이 과학기술계의 싱크탱크(think-tank)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추격의 단계에서 선도의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 정권을 초월하여 미래지향적 과학기술, 교육 정책들을 제시할 싱크탱크 그룹이 필요한데 한림원이 바로 이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야 합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한림원들은 과학기술 분야의 싱크탱크 역할을 충실히 하며 자국의 과학기술 정책 발전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둘째, 국내 과학자들, 특히 젊은 과학자들의 업적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매개체가 되어야 합니다. 과학 선진국에 비해 과학기술 역사가 100여 년 이상 뒤진 우리나라로서는 과학자와 과학기술 업적이 저평
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림원이 국내 과학자의 ‘선진국 한림원 회원 추천’, ‘국제 주요 상훈 추천’ 등을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한 제언 부탁드립니다.
국내 연구개발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66조 원에 이르고 있지만 절대 규모면에서는 아직도 미국의 1/9, 중국의 1/3 수준입니다. 따라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연구개발비 투자 정책이 필요합니다. 무
엇보다도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거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임팩트 있는 연구결과를 내는 소위 ‘U자형’ 투자를 하여야 합니다. 또한, 지금까지 정부주도의 연구 분야 중심 투자에서 민간주도 연구자 중심의 투자로 투자 정책이 바뀌어 가야 합니다. 아무리 중요한 연구분야라도 그 분야를 국제적인 수준에서 선도할 연구자가 없으면 투자하지 말아야 합니다.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과제의 지원을 늘리고 도전적 실패를 용인하는 제도와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 본 콘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 있습니다

콘텐츠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