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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단독] 정부, 대학등록금 10년째 묶어두고 논술까지 일일이 감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3.12 조회수2528

입력 : 2018-03-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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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대학등록금 10년째 묶어두고 논술까지 일일이 감시  

◆ 대학의 위기/총장 긴급좌담회 ◆

 

"현재 200개에 달하는 국내 4년제 대학 가운데 약 50개는 이미 망했다고 봐야 한다. 추락할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해 계속 달리는 기차와 마찬가지다."

한국 대학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때부터 여기저기에서 경고음이 터져 나왔지만 모르는 척 덮어뒀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현재 국내 4년제 대학은 197개, 전문대는 137개다.

2019학년도 기준 4년제 대학 모집인원은 34만8834명, 전문대 모집인원은 20만6207명으로, 모두 55만5041명이다.

반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교육통계서비스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고1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1학년도 고교 졸업생 수는 약 45만명이다. 대학 진학이 상대적으로 적은 특성화고 졸업생을 제외하면 대학 진학을 택하는 졸업생은 약 38만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년 뒤면 국내 대학은 전체 모집정원의 고작 67%만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매일경제신문에서 서양원 편집국장 사회로 열린 '긴급 좌담회'에서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 정무영 유니스트 총장, 김창수 중앙대 총장도 한목소리로 "유례없는 위기감에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대학의 위기는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김창수 총장=우리나라 대학 상당수가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 절체절명의 위기다. 지방 대학 위기만 강조되는데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수도권도 이미 대학원 정원을 못 채우고 있다. 대학 줄도산은 시간문제이고 이는 교육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정치, 나아가 경제 문제로 갈 수 있다. 등록금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상태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재정이 압박 받고, 이로 인해 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도연 총장=특히 지방에 있는 대학은 저 앞으로 달려가면 추락하는 기차인데, 서지도 못하고 달리고 있다. 추락하는 게 뻔한데 계속 가는 형태다. 200개 대학 중 절반은 경쟁력을 잃었고 그중에서도 50개 대학 이상은 진짜 위기이고 망했다고 봐도 된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200만명 정도 된다. 그중 70만~80만명이 지방 사립대에 다닌다. 지방 사립대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근간이자 허리다. 이 허리가 무너지고 있다.

▷정무영 총장=결국은 돈 문제다. 도대체 이 재원을 어디서 확보할 것이냐. 굉장히 심각하다. 재정부담이 엄청나게 가중되고 있다. 추가 재원은 없는데 경상비 사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앞이 안 보인다. 덧붙여 우리나라는 대학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엄청나다. 지방 대학들은 진짜 존폐 위기에 들어가 있다.

▷신성철 총장 =첫째는 교육 관련 주변 환경이 급변한 것을 지적하고 싶다.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저출산 시대를 맞아 학생 과다 시대에서 정원 과다 시대로 간다. 둘째는 e러닝 기반의 가상대학(버추얼유니버시티)이 비상하고 있다.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피지컬 유니버시티는 2030년께면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미국은 대학의 10%가 10년 내 없어지는 것으로 예측한다. 셋째는 학생 유치에 전 세계가 고전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에서 대한민국 교육 환경에 도전이 오고 있다.

▷김용학 총장=대학 위기는 수요 측면의 위기도 있다. 수요자는 과연 대학이 공급했던 것을 바라고 있나. 예를 들면 장수시대에 100세 이상 살아가는데 대학 지식을 갖고 평생 살 수 있느냐 하는 위기감이 수요자 측면에서 있다. 대학에서 공부한 지식을 인공지식(AI)에 물어보면 금방 얻을 수 있는데 대학에서 이것을 얻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근본적인 측면에서 수요가 없다. 근본적인 정체성 위기가 왔다.

―대학 위기가 결국 재정난에서 비롯됐다면 10년간 등록금을 동결한 영향 때문인가.

▷김창수 총장=우리나라는 국립대와 사립대 비중이 20대80이다. 유럽은 국립대 비중이 훨씬 높아 대부분 학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다. 선진국은 정부 지원, 기부금, 기업의 연구비 지원 등이 상당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절대금액이 매우 낮다. 사립대는 학생 등록금 의존 비중이 높은데,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다른 재원으로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다.

▷김도연 총장=반값 등록금이란 것이 정치구호로 나왔다가 사회적 규범이 됐다. 미국, 일본, 한국은 사립대 비중이 높은 편인데 미국이나 일본의 사립대는 등록금이 비싸다. MIT와 경쟁하라고 하는데 MIT는 등록금이 5만달러(약 5300만원)에 달한다. 국내 197개 4년제 대학 등록금이 거의 같다는 것은 문제다. 등록금을 대학에 맡겨 자율화해야 한다. 우리도 등록금 5000만원을 받고 5000만원어치 교육을 시켜줄 자신이 있는 대학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김용학 총장=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는 인식이 퍼졌을 당시, 정부가 내놓은 통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한 것이다. 그건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OECD 국가 대부분은 국립대가 큰 비중을 차지해 국가가 재정을 엄청나게 보전해준다. 그 부분은 고려가 안 되고 단순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높다고 지적한다. 이런 인식은 바뀔 필요가 있다.

―등록금 동결 등 정부 규제가 대학 자율성을 훼손하고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떤 규제를 없애야 하나.

▷김용학 총장=최근 포스텍과 공유 개방 캠퍼스 전략을 짜면서 김도연 총장과 논의한 것 중에 많은 내용이 이게 법으로 허용되느냐는 거였다. 우선 연세대와 포스텍 양교에서 봉급을 받는 겸임교수 임용이 안 된다. 해외 대학과는 되는데, 국내 대학 간에는 안 된다. 무엇 하나 움직여 보려 해도 옭아매는 밧줄이 뭐가 있는지부터 알아봐야 한다.

대학에서 학생들 창의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논술시험을 보는데 논술시험 내용까지 국가가 검사한다. 대입 논술시험 문제가 교과서 범위를 벗어났다고 최근 서울대와 연세대가 경고를 받았다. 대학에서 내는 시험문제를 일일이 정부가 들여다보고 규제한다는 것이 상식적인가. 또 시대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학과를 만들었는데 이 학과에 정원을 새로 배정하려면 학칙을 수정해야만 한다. 법으로 그렇게 돼 있다. 학내 수요에 따라 학과 정원은 계속 바뀌는데 그때마다 오랜 시간을 들여 학칙을 바꾸는 실정이다.

▷김도연 총장=대학 총장을 직선제로 뽑는 것은 프로의 세계답지 못하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팀 감독을 선수들이 투표해 뽑는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연봉을 똑같이 나눠주겠다는 사람이 될 게 뻔하지 않나. 밖에서 선수를 스카우트해오고 못하는 선수는 퇴출시키겠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절대 뽑히지 않는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총장 임기가 4년으로 교육법에 정해져 있다. 프로팀에 임기가 정해져 있는 감독이 어디 있나. 잘하면 더 할 수 있고 못하면 빨리 퇴출되는 게 맞다.

김효혜 기자 / 정리 = 조성호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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