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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LEADERSHIP

인터뷰 및 칼럼

[조선에듀] "다가오는 로보사피엔스 시대 대비하려면… ‘가치 중심 교육’ 중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4.05 조회수2366

입력 :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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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로보사피엔스 시대 대비하려면… ‘가치 중심 교육’ 중요"

[이공계 교육의 미래를 말하다] ①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면서 전 세계 교육계는 '앞으로 어떤 인재를 길러내야 하느냐'는 거대한 질문에 직면했다. 이 가운데서도 과학기술분야의 중심에 서 있는 이공계 교육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 앞에서 국내 이공계열 학생들은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하며,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조선에듀 특별기획 ‘이공계 교육의 미래를 말하다’는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의 리더를 만나 앞으로 국내 이공계 교육의 방향에 대해 들어보는 기획 시리즈다. 첫회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으로, 신성철 KAIST 총장에게 상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신성철 총장 이미지
신성철 KAIST 총장은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인간의 고유 정체성을 계발하는 ‘가치 중심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현호 객원기자


“앞으로 20년 후에는 인간인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와 인공지능(AI) 로봇인 로보사피엔스(Robo Sapiens)가 절반씩 존재하는 세상이 될 겁니다. 이러한 세상을 대비해 지금부터 학생들에게 로보사피엔스에 뒤처지지 않고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해요. 저는 그것의 해법이 ‘가치 중심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성철(66·사진) KAIST 총장은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나날이 발전해가는 로보사피엔스는 기억력, 정보 처리·계산 능력, 운동 능력 등 기능적인 측면에서 인간이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상대”라며 “‘지혜’를 가져 호모사피엔스로 불리던 인간이 그 능력을 뛰어넘는 로봇과 공존하려면 인간만의 고유 정체성을 계발하는 ‘가치 중심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배려·사회적 기업가정신·협력 깨친 인재가 미래 사회 선도할 것”

신 총장은 지난달 20일 대전 대덕연구단지 KAIST 본원에서 열린 ‘KAIST 2031 비전 선포식’에서도 가치 중심 교육에 대해 강조했다. 앞으로 비전달성을 위한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기존 창의(Creatativity), 도전(Challenge)과 더불어 ‘배려(Caring)’를 추가해 발표한 것이다. 그는 “앞으로 창의력을 가지고, 세계와 역사 발전에 이바지하며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며 “이는 오직 인간만이 추구할 수 있는 가치이자 로보사피엔스가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1971년 KAIST가 출범하던 당시엔 우리나라 1인 국민소득이 북한보다 적은 100달러 수준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터라 대부분 물질적인 성장에만 집중했죠. 하지만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다릅니다. 앞으론 남을 위하는 ‘배려’ 정신이 필요합니다.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연구를 하며, 과학기술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인재를 키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전뇌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미래 사회에 대응하려면, 좌뇌교육인 이공계열과 우뇌교육인 인문·사회 교육을 융합한 전뇌교육으로 창의력을 한층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신 총장은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은 연구중심 평가제도로 학부교육이 소홀하고 계산력과 논리력을 중심으로 하는 좌뇌교육에 편중돼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우뇌교육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과학기술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좌뇌와 우뇌가 균형 있게 발달한 전인적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앞으로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인재가 되기 위해선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진 감성인 ‘사랑 지수(L.Q)’ 키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앞으론 똑똑함을 평가하는 지능 지수(I.Q)만으로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며,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하다는 얘기죠. 이에 따라 우리 이공계 학생들도 기초과학 연구에 집중한 좌뇌교육뿐 아니라 인문·사회 역량을 높이는 우뇌교육이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합니다.”

‘사회적 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ship)’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사회적 기업가정신이란, 이윤 극대화만 추구하기보다는 더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이윤의 대부분을 재투자하는 정신을 의미한다. 주로 일자리 마련, 사회통합, 교육 서비스 제공, 지역경제 지원 등 삶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신 총장은 “여러 가지 불확실성에도 꾸준히 도전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이를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일련의 활동들이 바로 ‘사회적 기업가정신’”이라며 “단순 경영자를 꿈꾸는 학생뿐 아니라 모든 이공계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미래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KAIST는 이 같은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오는 2031년까지 학부생 전원이 기업가정신 교과목을 필수 수강하도록 계획 중이다.

아울러 개인 경쟁 위주 교육 방식을 과감히 청산하고 팀 기반 교육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략 30년 후 지구 상의 모든 인류와 기기가 사물인터넷(IoT) 연결돼 광속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제어하는 초연결 사회에 대응하려면, 이런 협업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인들과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으로 협력 파트너를 찾으며 공유경제 기업들이 번창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자기 혼자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동료를 경쟁 상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발전하는 공생 파트너로 인식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다가오는 미래 사회에서의 성공 자산이 될 것입니다.”

신성철 이미지
/조현호 객원기자

◇ KAIST, 교육·선발 방식 변화… 융합기초학부·동문 명예 입학사정관제 도입

KAIST는 현재 이 같은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적극적인 교육 혁신을 꾀하고 있다. 신 총장은 가장 먼저 ‘융합형 인재 양성’에 대해 얘기했다. 앞으로 대학이 고수하는 학과 중심의 두터운 교육 장벽을 과감히 부수고, 기초과학(물리·화학·수학·생물 등)과 기초공학(인공지능·컴퓨터코딩·통계·엔지니어링 디자인 등) 교육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학문의 경계를 초월해 여러 전공을 주저 없이 넘나드는 자신감과 도전 정신은 새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의 자격”이라며 “이를 위해 KAIST는 내년부터 전학년에 걸쳐 기존 전공을 융복합한 커리큘럼을 배우는 ‘융합기초학부’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근 새로운 발견과 발명은 전통적인 세부 전공이 아닌 학문 간의 접경에서 융·복합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더는 한 분야만으로 지식이 창출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에 따라 KAIST는 내년 기초과학 실력과 인문학적 소양이 튼튼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융합기초학부를 신설합니다. 아울러 이에 맞는 교과과정과 교과목 등도 전부 새롭게 마련할 생각입니다.”

교육 현장에도 변화가 있다. 학생들의 협업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강의는 온라인으로 듣고 오프라인에선 토론하는 학습인 ‘에듀케이션 4.0’ 교과목을 지난해 581개에서 2031년 1500개로 늘린다. 무료 온라인 강좌 교과목 수도 지난해 12개에서 2031년 3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입시에서도 새로운 선발 방식을 시도한다. KAIST는 내년도 입시부터 동문 추천서를 받거나, 동문과 입학사정관이 함께 면접하는 방식인 ‘동문 명예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다. 신 총장은 “단순히 수학·과학 실력만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배려 등의 가치가 정립된 인재인지 더욱 가까이서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뢰할만한 동문 입학사정관 인력 풀(Pool)을 만들어 학생들의 잠재력을 더욱 자세히 평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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