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의 미래 ◆
"미래 대학 교육의 열쇠는 융합입니다."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은 미래 대학의 비전으로 융합을 꼽았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이상 한 분야만으로 지식이 창출되지 않는다"며 대학이 생존하려면 학제 간 두꺼운 칸막이를 걷어내고 학문 간 결합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연구자의 도전정신, 연구평가제도의 혁신, 대학 자율성 신장 등 내실 있는 융합 연구가 활성화되기 위한 선결 과제들을 날카롭게 쏟아냈다.
최근 "카이스트를 2031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선언한 신 총장이 그리고 있는 대학의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총장님이 생각하는 미래대학은.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이상 한 분야에서 지식이 창출되지 않는다.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이미 우리 대학의 많은 연구진은 융합 연구로 새로운 결과물을 낳고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연구가 있나.
▷최근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와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뇌의 수많은 신경회로 중 소유욕을 조절하는 신경회로를 발견했다. 뇌의 신경회로에 광섬유를 삽입해 신경세포를 강제적으로 발현시킴으로써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연구다. 다시 말해 신경과학과 IT 기술 융합의 성공적인 예인 동시에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사례 중 하나다. 논문 저자들에게 연구 중 제일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놀랍게도 `협력과 융합`이라고 대답했다. 또 "과학자와 기술자가 만나 성과를 내는 게 쉽지 않았다"며 "지난 3년간 서로의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토의하면서 가설과 실험 디자인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물을 낸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대답했다. 이제 막 박사를 마친 청년들이 그런 대답을 해서 매우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카이스트 교육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자부심도 들었다.
―카이스트의 미래 비전은.
▷제시한 사례와 같은 융합 연구 및 교육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인재 양성이 카이스트의 새로운 비전이다. 교육, 연구, 기술화 사업화, 국제화, 그리고 미래전략 분야에서의 장기 혁신 발전 계획을 이미 수립했다.
―융합연구 정착을 위한 선결 과제들이 있다면.
▷문제는 조급함이다. 정부를 포함한 투자자들은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한다. 인재 양성과 시스템 혁신은 시간이 필요하고 장기적인 투자가 급선무다. 기술혁신이 세상을 바꿀 기술산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과학자들이 도전정신을 갖고 실패를 무릅쓰고 매진해야 한다. 정부도 장기적 관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연구개발 투자 비용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술 개발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은 크게 세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 첫째는 연구자들이 너무 쉬운 것에만 도전해왔다는 것이다. 한국 연구는 90% 이상이 성공으로 기록돼 있다. 실패의 후폭풍이 너무 두렵기 때문이다. 둘째는 연구평가제도가 문제다. 논문 수로만 연구를 평가하고, 실제 어떤 결과를 창출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미미하다. 셋째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다. 정부 시책에 맞춘 단기 성과에 급급하다 보면 제대로 된 결과는 내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정부의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로 그간 국내외 논문 수와 특허 등록 건수는 증가했으나 기술사업화로 연결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점이다.
―대학 인프라 차원의 혁신 노력은.
▷카이스트는 오래전부터 Education 4.0을 통해 학습자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해왔다. 우리 교육 혁신의 키워드인 융합교육과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2019년 3월 기초융합학부를 신설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한 가지 직업으로 평생을 살 수 없는 시대다. 평생 교육을 통해 `re-skilling` 또는 `upskilling`과 같은 재교육을 통해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산업 및 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카이스트는 삼성, LG 등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과 손잡고 기업 인력의 재교육을 위한 가상 캠퍼스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