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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LEADERSHIP

인터뷰 및 칼럼

[조선일보] 카이스트 총장 “성적 낮아도 ‘괴짜’ 뽑아 인재로 키워… 이런 게 교육”

작성자 전체관리자 작성일 2023.07.26 조회수576

입력 : 2023-07-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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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총장 “성적 낮아도 ‘괴짜’ 뽑아 인재로 키워… 이런 게 교육”


정부가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등 입시와 교육을 개혁하겠다고 발표했다. 입시는 대학 교육과 직결되는 문제다. 대학 경쟁력은 미래 인재 양성을 좌우한다. 전국 대학 총장을 연쇄 인터뷰해 입시와 대학 개혁 등 우리 교육을 근본부터 혁신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이광형 총장사진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대학 자율권을 확대하면 입시 부정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선발을 엉망으로 하는 대학에 '사후 페널티'를 주면 각자 신용 관리에 힘쓸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교육부가 모든 대학을 신용 불량자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훈 기자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개발은 ‘불의 발견’에 버금가는 문명사적 사건”이라며 “AI 대전환 시대에 맞는 교육을 논의하자”고 했다. 그는 “카이스트는 성적은 좀 낮아도 로봇·게임 개발에 미친 ‘괴짜’에게도 기회를 준다”며 “대학 선발 자율권을 확대해 수능과 킬러 문항의 중요도를 줄여나가자”고 했다. 이 총장은 학생들에게 ‘내 컴퓨터를 해킹하라’는 과제를 내고, 뇌를 자극한다며 TV를 거꾸로 세워 보기도 했다. 평소 ‘창의력 교육’을 강조했다.


-수능과 ‘킬러 문항’ 논란이 컸다.


“수능은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정확히 푸는 능력을 보는 ‘스피드 게임’이다. 시간을 아끼고 분배하기 위한 문제 풀이 기술이 유독 발달한다. 수학도 논리를 이해하기보다는 패턴을 분류하고 암기해 푸는 학생이 너무 많다. ‘킬러 문항’의 변별은 최상위 0.1% 이야기다. 수능 응시자 45만명 중 중간 그룹인 10만~20만은 수능 성적으로 변별이 하나도 안 되는데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다. 만점자가 1000명 나오면 어떤가. 각 대학의 선발 자율권을 확대하면 만점자가 많아도 변별할 수 있다.”


-대입 제도 개선 방향은.


“교육부가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대입 제도를 촘촘히 규제하니까, 우리나라 대학엔 서열만 있고 특색이 없다. 학생들이 알아서 성적순으로 입학한다. 대학의 선발 자율권을 확대하면 각 대학도 학생에게 어필할 수 있는 특색을 찾으려고 알아서 경쟁할 것이다. 수능 성적보다 중요한 기준이 생기면 수능 비율은 줄고 자연스럽게 자격고사화된다.”


-대학 자율권을 확대하면 입시 부정이 생기는 것 아닌가.


“대학이 선발을 엉망으로 하면 그 결과를 평가해 페널티를 주면 된다. 일반인도 신용이 떨어지면 금융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생길까 봐 신용 관리에 힘쓰지 않나. 대학도 마찬가지로 ‘사후 페널티’를 주면 각자의 선발 신용 관리에 힘쓸 수밖에 없다. 지금은 교육부가 모든 대학을 신용 불량자 취급하고 있다. 선발 전부터 이런저런 규제를 꼼꼼히 적용한다.”


-카이스트는 다른 대학보다 자율권이 있는데.


“카이스트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능 성적 우수자를 입학 정원의 10분의 1 정도만 뽑는다. 90%는 수시 선발이다. 자기 소개서에 고교 때 활동이 뭔지, 어떤 질문과 의문을 품고 있는지 쓰게 하고 꼼꼼히 확인한다. 면접은 한 시간 정도를 주고 수학·과학 지문 문제를 읽고 말로 풀게 한다. 문제는 문제 은행에서 뽑아서 낸다. 매년 기출 문제도 공개한다.”


-학원 안 가도 풀 수 있나.


“교수가 학생의 풀이 과정을 듣고 몇 가지 질문을 하면 이해 수준을 바로 평가할 수 있다. 학원 다니며 패턴을 외우고 반복 연습하는 건 통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 내용이 중요하다. 살면서 어떤 도전을 했는가. 이것이 카이스트 인재 선발의 핵심 가치이다. 특출하게 좋아하는 분야가 있는 이른바 ‘괴짜’ 성향이 있는 걸 높이 평가한다.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아도 입학 기회를 준다. 자기가 파고들고 싶은 공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으면, 그것이 카이스트 학풍에 맞는 학생이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새를 관찰하는 활동에 미친 학생이 지원했을 때 성적이 다소 낮은데도 뽑았다. 어릴 때부터 ‘새 박사’가 되겠다고 몰두하는 것 자체가 카이스트 DNA이기 때문이다.”


-성적이 낮은 학생 뽑아도 문제가 없나.


“그 학생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짜주면 된다. 성적이 다소 낮은 학생도 성장하도록 돕는 게 대학의 역할이다. 그렇게 뽑아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은 없었다. 오히려 하고 싶은 공부가 뚜렷한 학생이 모이니, 캠퍼스가 서울 아닌 대전에 있는데도 자퇴하고 의대 가는 학생이 별로 없다. 우리 입시 결과를 보고 ‘부정 입학’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없다.


-’사회적 배려자(형편이 어려운 학생)’ 전형도 늘릴 계획이라고 들었다.


“사회적 배려자 전형이 현재 전체 정원의 5% 수준인데 10%까지 늘릴 생각이다. 이 학생들의 입학 성적은 조금 낮지만 졸업할 때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된다. 이런 게 교육이다. 우리와 조인트 캠퍼스를 운영하는 뉴욕대는 세계에서 학비가 가장 비싼 학교다. 그런데 정원 25%는 사회적 배려자로 뽑고 학비를 면제해 준다. 미국 사회가 역동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사교육이 대입 성적을 좌우한다. 성적순으로 줄 세워 대학 가는 구조가 고착화했다. 그러니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같은 청년 좌절감이 커지는 것이다.”



카이스트 거위사진
카이스트(KAIST) 학생들이 대전 캠퍼스 내 연못가에서 이 학교의 명물 '거위'를 구경하는 모습. 2000년대 초반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학생들을 위해 거위를 캠퍼스에서 기르기 시작했다./카이스트 제공



-우리 교육 개혁의 방향은.


“시대정신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AI가 사람의 지능을 능가하는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하는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이는 불, 언어, 전기의 발견에 버금가는 문명사적 사건이다. 인간이 개발한 무언가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고, 지배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는 건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AI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는, 창의적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학생에게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자. 대신 학생들이 직접 생각하고, 직접 질문하도록 해야 한다. 카이스트는 학생이 질문하고 해결하는 ‘질문왕’ 제도를 운영한다. 각 교수가 ‘네가 직접 시험 문제를 만들고 해결해 보라’고 하거나 학생 자기만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라는 과제를 준다. 올해 어떤 학생은 ‘카이스트 연못에 사는 거위는 몇 번이나 만나야 사람을 알아볼까’를 질문으로 내고 답을 찾으려 했다. 거위가 사람을 하도 못 알아봐서 흐지부지됐지만 그래도 좋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한 학생은 ‘자연에서 새로운 종(種)을 찾고 싶다’고 하더니 전국 하천을 돌며 민물조개를 수집하고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그 학생에게 총장상을 줬다. 교육부에도 초·중·고마다 ‘질문왕’을 뽑아 상을 주는 제도를 도입해보자고 제안했다. 어릴 때부터 질문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칭찬도 해주자는 것이다. 좋은 성적만 칭찬할 일이 아니다. 학생들은 지금보다 공부를 덜 해야 한다. 대신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며 가슴 뛰는 일을 찾아야 한다. 학생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도와주는 게 결국 교육이다. 책만 들여다보면 답이 없다. 카이스트 학생에게도 A+ 받으려고, 졸업 점수 따려고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라고 늘 강조한다.”


-AI 시대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AI에 지배당하지 않고, AI를 활용하려면 결국 코딩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이 개발된 뒤 카메라, 녹음기, 전화기가 사라지고 일자리 수십만 개가 날아갔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스마트폰이 일자리 수십만 개를 만들어줬다. 이제 AI 혁명 시대가 온다. 우리 교육열을 바른 방향으로 발산하면, AI 시대에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다.”


☞이광형 총장은


서울대와 카이스트에서 산업공학 학·석사를, 프랑스 응용과학원(INSA) 리옹에서 전산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 2021년 총장이 됐다. 2001년 ‘바이오 및 뇌공학과’ 설립도 이끌었다.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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