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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LEADERSHIP

인터뷰 및 칼럼

[중앙일보] [이광형의 퍼스펙티브] 세계는 AI 전쟁 중, 반도체 같은 기간산업으로 키우자

작성자 전체관리자 작성일 2024.02.21 조회수203

입력 : 2024.2.2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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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AI 전략

이광형 KAIST 총장, 리셋 코리아 4차산업혁명분과장

이광형 KAIST 총장, 리셋 코리아 4차산업혁명분과장

인공지능(AI)의 열풍이 거세다. 일반 회사에서 이용하고, 교육 현장에서 이용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한다.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오픈 AI 회사가 출시한 챗 GPT는 이용자의 질문에 똘똘한 답을 준다. 심지어 질문에서 요구하는 그림도 그려준다. 현재의 추세로 보면 AI의 발전과 활용은 더욱 가속할 것이다.

이처럼 놀라운 속도의 AI 발달에 따라 우리 인간도 많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떠오르는 것이 일자리의 변화다. 이미 교육과 회사 업무에서 상당 부분 AI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갈수록 거세지는 AI 열풍, 기술 넘어 문화·국방 영역에도 확장

소프트웨어 산업 특성상 소수 기업이 세계 시장 독과점 전망

질적으론 미국 우위지만 논문·특허 출원 수에선 중국이 앞서

한국은 전략적 대응 미흡…글로벌 경쟁력 가진 기업 육성해야



퍼스펙티브
퍼스펙티브



AI는 사람 말의 맥락을 정확히 읽어내고 음식점을 추천해주는 일부터 변호사나 세무사 등 전문직만이 할 수 있던 깊이 있는 자료 분석과 결론 도출까지 해낸다. 앞으로는 검색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 나아가 일자리 판도 자체가 모두 바뀔 것이다. 방대한 자료를 단숨에 요약하는 비교적 단순한 업무 처리부터 의사와 상담 시간을 잡을 필요 없이 24시간 사람보다 더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까지 가능해진다. AI는 인류의 생활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인간의 창의적인 영역까지 AI가 침투한다. AI가 소설을 쓰거나 음악을 작곡하는 일은 이미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래 전쟁은 AI에 크게 의존

AI는 기술이다. 그러나 AI의 발전 추세를 보면 기술의 단계를 뛰어넘어 문화와 국방까지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AI의 도움을 받는다. 이때 학생들은 AI가 가르쳐 주는 대로 배운다. AI가 존댓말을 하면 존댓말을 배운다. 독도가 한국 땅이라 가르치면 그렇게 배운다. 만약 AI가 독도는 일본과 분쟁 지역이라고 하면 그런 줄 알고 배운다. 국어도 AI가 가르쳐 주는 대로 배울 것이다. 정부에서 한글 맞춤법을 바꿔도 AI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일반 국민은 사용할 수 없다. AI는 국가의 문화와 정체성에도 영향을 끼친다.


미래의 전쟁도 AI에 크게 의존할 것이다. 미래에는 AI 미사일과 무인탱크·무인전투기·무인함정 같은 무기가 전투에 나설 것이다. 전통적인 전투에선 아군이 적을 발견하면 작전사령부가 대응할 무기를 결정하고 반격을 지시한다. 그러나 미래전은 사람이 개입할 시간이 없다. 드론이나 인공위성이 적을 발견하면 이 정보를 받은 작전사령부의 AI가 대응 전략을 세운다. 각각의 무기도 중요하지만, 작전 계획을 세우는 AI의 성능이 무척 중요해진다. 만약 자체적인 국방 AI 기술이 없으면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특성상 AI 산업은 약 10년 뒤에는 몇 개 기업이 독과점 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지구 위에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몇 개로 압축되고 이들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그날이 되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이들 회사가 제공하는 언어·역사·과학·문화·윤리의 영향을 받는다. 현재 전 세계 인터넷 검색 시장이 독과점 체제로 굳어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미·중, AI 경쟁에 전력투구

이러한 AI의 잠재력을 아는 선진국은 AI에 전력투구하는 모양새다. 미국에선 오픈 AI의 챗 GPT를 시작으로 구글·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중국도 막대한 인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결전을 준비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기술 기업인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은 AI에 집중한다. 이들 기업은 아직 챗 GPT와 경쟁할 만한 제품을 선보이지 못했지만 기세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미국 스탠퍼드대가 발간한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AI 연구 활동에서 미국을 앞섰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표한 AI 관련 논문에서 중국은 전체의 39.8%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발표한 논문은 10.3%에 그쳤다.


지난해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 다국적 정보분석 기업인 엘스비어(Elsevier)가 제시한 데이터도 비슷한 결론을 보여준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9년간 발표한 AI 논문 건수의 1위는 중국이었다. 2021년만 해도 중국이 발표한 AI 논문은 4만3000건으로 미국의 두 배 수준이었다. 이 기간 중국의 AI 논문은 전 세계 AI 논문의 32%를 차지했다. 논문의 질에서도 중국은 미국을 앞섰다. 피인용지수 상위 10%에 들어가는 논문 건수에서 중국은 7401건으로 미국보다 70% 많았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이 출원한 AI 특허는 2만9853건이었다.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같은 해 미국이 출원한 AI 특허는 1만7000건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2022년만 보면 중국의 AI 특허 출원이 미국보다 75.6% 많았다. 다만 질적인 면에선 중국이 미국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그렇더라도 논문과 특허는 미래를 보여준다. 중국이 미국에 절대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은 AI를 활용한 얼굴 인식 기술에서 두각을 보인다. 길거리에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이름을 알아낼 정도라고 한다. 그 배경에는 중국의 느슨한 개인정보보호 정책이 있다. 데이터의 자유로운 활용은 AI 발전에 날개를 달아준다.


미국은 다양한 조치로 중국을 견제한다. AI 기술이 경제와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AI 기술의 중국 수출을 고강도로 규제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 생산 장비나 엔비디아가 개발한 고사양 반도체 칩의 중국 수출을 막았다.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미국 투자도 강력하게 제한한다.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해야

이런 AI 세계대전 속에서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많은 기업이 각각 AI를 개발하고 응용 서비스를 만든다. 그러나 국가적인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기업들은 각각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부는 ‘기업이 알아서 잘 해봐라. 그러면 도와주겠다’ 정도인 것 같다. 그렇게 해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AI 기업을 만들기 어렵다고 본다.


AI 비즈니스에도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챗 GPT처럼 직접 생성형 범용 AI를 제공하는 방식도 있고, 특별한 분야에 특화된 AI를 개발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육·역사·자동차·건강·여행·운동·문화 등 전문 영역에 강점을 가진 AI도 가능하다. 아마존처럼 AI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도 가능하다.


아니면 남이 만든 AI를 이용해 편리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비즈니스가 있을 수 있다. AI를 이용한 전자상거래나 기업 맞춤형 컨설팅, 헬스케어 서비스 등도 가능하다. 엔비디아처럼 AI 전용 칩을 제공하는 비즈니스도 있다. 한국은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어느 형태의 비즈니스에 집중할 것인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AI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꿔야

어느 비즈니스 모델을 택하든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에 정면으로 맞붙어 경쟁하긴 어려운 면이 있다. 한국은 틈새시장을 개척하든지, 다른 나라들과 연합해 공동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일본·동남아·아랍권도 한국과 비슷한 처지다. 이들과 힘을 합해 공동 개발과 서비스를 하면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AI를 대하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12대 국가 전략기술에 AI가 포함되긴 했지만, AI의 중요성에 비하면 국가 차원의 전략적인 대응은 매우 부족하다. AI는 지금 뒤처지면 영원히 따라잡기 어렵다. 현재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기간 산업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생각해 보자. 될성싶은 기업에 낮은 이자로 막대한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투자를 도와줬다. 그 방식을 AI 산업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두 단계에 걸친 10년짜리 국가 AI 전략을 만들고 2조원의 투자 계획을 세우자. 1단계에선 국가 전략에 적합한 기업 두 개를 선정한다. 이 두 개 기업에 5년간 매년 1000억원씩 저금리 융자를 제공해 AI 투자를 유도한다. 5년이 지난 뒤 2단계에선 두 개 기업 가운데 하나를 선정한다. 여기엔 매년 2000억씩 5년간 지원한다. 그렇게 하면 10년 뒤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AI 기업 하나를 가질 수 있다. 30년 전 선배들의 지혜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광형 KAIST 총장·리셋 코리아 4차산업혁명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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