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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LEADERSHIP

인터뷰 및 칼럼

[중앙일보] [이광형의 퍼스펙티브] AI 기술로 육아 부담 덜어주고, 획일적 입시 바꿔야

작성자 전체관리자 작성일 2024.08.19 조회수112

입력 : 2024.8.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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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저출산, 대학은 어떤 역할 해야 하나

이광형 KAIST 총장, 리셋 코리아 4차산업혁명분과장

이광형 KAIST 총장, 리셋 코리아 4차산업혁명분과장

한국의 출산율 저하는 드라마틱하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2명을 기록하며 신생아 23만 명이 태어났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기준이다. 이를 남녀 기준으로 바꾸면 0.36명이 된다.

출산은 대체로 30세 정도에 한다. 지난해 태어난 23만 명은 30년 뒤인 2054년께 아이를 낳을 것이다. 출산율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30년 뒤 약 8만2800명(23만×0.36명)이 태어날 것이다. 2054년에 태어난 아이가 다시 30년 뒤인 2084년에 아이를 낳는다면 연간 출생아 수는 2만9800명이다. 5000년 역사는 이렇게 마무리될 것이다. 불과 60년 뒤의 일이다.




7월 25일 오후 서울시내 한 폐원한 어린이집 놀이터가 잡초로 뒤덮여 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문을 닫는 어린이집이 늘어나면서 작년 전국에서 운영중인 어린이집의 수가 전년 대비 2천개 가까이 줄었다. 뉴시스
7월 25일 오후 서울시내 한 폐원한 어린이집 놀이터가 잡초로 뒤덮여 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문을 닫는 어린이집이 늘어나면서 작년 전국에서 운영중인 어린이집의 수가 전년 대비 2천개 가까이 줄었다. 뉴시스



급격한 출산율 저하…과도한 경쟁이 종족 보존 본능도 거슬러

직장이 있어야 결혼·출산도 가능, 일자리 미스매치 극복 시급

AI 유모차·침대 등 육아용품 잠재력 커…요소 기술은 이미 확보

수능 쉽게 출제해 사교육 줄이되,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 줘야


이미 한국의 연간 출생아 수는 북한보다 적다. 북한의 연간 출생아 수는 30만 명 선으로 알려져 있다. 30년 뒤에는 북한의 청년이 한국의 청년보다 많아진다. 특히 한국은 노인 국가가 됐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남북 간 경쟁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가만 놔두면 정해진 미래처럼 될 수밖에 없다.


출산율 높이기에 대학도 노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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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고소득 국가들의 공통된 현상이다. 오래전부터 저출산 이슈를 고민해온 프랑스는 선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성공적으로 출산 문제를 다루고 있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도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1.68명이다. 일본도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1.20명이라고 한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 시절인 2015년 ‘1억총활약상(相)’이란 특명 장관 자리를 신설하며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현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어린이가정청을 신설해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도 노력하면 희망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해 활동 중이다. 윤석열 정부는 부총리급 중앙행정기관으로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기로 하고 대통령실에는 저출생대응수석을 임명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인구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생긴다고 저절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생명체의 본능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종족보존의 본능이다. 만약 종족보존의 본능이 없으면 지구 위에 이미 존재하지 못한다. 그런데 한반도에 사는 한국인은 지금 종족보존의 본능이 마비돼 멸종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여기에는 매우 많은 원인이 있지만, 따지고 보면 과도한 경쟁이 종족보존의 본능을 마비시킨 것이다. 어느 한 가지로 완전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대학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세 가지(직장·육아·사교육비) 분야에서 대학이 거들 수 있는 방안을 경험담과 함께 제시해 본다.


청년은 취업난, 기업은 구인난


한국외국어대학교 2024년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린 2월 16일, 한 학생이 한국외대 건물 내에 게재된 취업 관련 홍보물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한국외국어대학교 2024년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린 2월 16일, 한 학생이 한국외대 건물 내에 게재된 취업 관련 홍보물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첫째는 직장의 이슈다. 직장이 있어야 결혼을 하든 아이를 낳든 할 것이다. 그러니 가장 기본이 직장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청년 실업자가 30만 명이나 있다. 구직난이 심하다는 뜻이다. 동시에 기업에는 구인난이 심하다. 학교가 길러낸 인력과 기업이 원하는 인력 사이에 ‘미스매치’가 심하다는 뜻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학교가 길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의 학과별 정원이 경직돼 사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학교의 책임이 매우 크다.


대학 등의 교육기관이 노력하면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있는 KAIST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비정규 과정 교육 실험을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 교육센터는 3년 전부터 직장을 잡지 못한 청년을 모집해 교육하고 있다. 교육생이 5개월간 수업을 마친 뒤 시험에 통과하면 수료증을 받는다. 거의 모든 수료생이 취업한다. 그중에는 창업하는 학생도 있다.


반도체 설계 교육센터는 청년을 모아 4개월 동안 교육한다. 여기서도 교육이 끝나면 거의 모두 취업한다. 수료식에 가보면 수료생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불과 4개월 전에는 길을 잃고 세상을 어둡게 바라보던 청년들이었다. 교육센터에 입학하기 위한 기초 전공에는 제한이 없다. 인문계 학문을 공부한 사람도 섞여 있다. 세상에 이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것은 KAIST의 실험이었다. 다른 학교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KAIST가 길러내는 비정규 과정 인력이 매년 300명 정도다. 만약 100개 학교가 비슷한 노력을 하면 매년 사회가 원하는 인력 3만 명을 길러낼 수 있다. 물론 학교마다 특성에 맞게 사회적 수요에 맞는 인력을 교육할 수 있을 것이다.


신기술 적용한 육아용품의 미래


한 산모가 아기를 돌보고 있다. 뉴시스
한 산모가 아기를 돌보고 있다. 뉴시스



둘째는 육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육아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아기가 좀처럼 잠을 안 자고 우는 것이다. 어떤 아기는 엄마가 안아서 흔들어 줘야 잠이 든다.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것도 일이지만 트림이 나올 때까지 아기를 안고 등을 토닥거려 줘야 한다. 유모차에 태워 밖에 나가 산보도 시켜줘야 한다. 걸음마를 시작하면 놀이터에 나가 함께 놀아줘야 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AI 침대를 개발하면 좋을 것이다. 아기가 엄마 품처럼 느끼도록 적당하게 움직여 주며 자장가도 들려준다. 아기가 젖병을 물고 혼자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AI 의자도 개발한다. 아기가 젖을 먹을 때는 뒤로 눕혀주다가 다 먹은 다음에는 일으켜 세워 트림을 도와준다. 아기의 등을 토닥거려 주면 더욱 좋다.


AI 유모차는 아기를 태우고 공원을 자율주행으로 돌아다닌다. 아기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잠이 든다. 아기가 걸음마를 하면 AI 목걸이나 팔찌를 하고 다닌다. 부모가 아기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고, 주변 모습도 휴대전화를 이용한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산모의 유산 방지를 위해 산모 건강 모니터링 앱(애플리케이션)도 만들 수 있다. 이런 용품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요소 기술은 이미 갖고 있다. 목표를 정하고 투자가 이뤄지면 어렵지 않게 개발할 수 있는 상태다. 기술이 육아 부담을 상당 부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려면


3월 14일 교육부와 통계청은 지난 2023년 사교육비 총액이 27조1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1조2천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3월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뉴시스
3월 14일 교육부와 통계청은 지난 2023년 사교육비 총액이 27조1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1조2천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3월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뉴시스



셋째는 사교육비 걱정이 출산을 망설이게 한다고 한다. 여기에도 교육계와 대학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교육의 가장 큰 원인은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있다고 본다. 수능이 대학 입시를 거의 좌우하기 때문에 수험생은 수능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이것은 대학에 입시 자율권을 주면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수능을 쉽게 출제한다. 수능을 자격시험 정도로 만들어 입시에서 변별력을 약하게 한다. 그리고 대학에 입시 자율권을 대폭 부여한다. 각 대학은 교육 철학과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잣대를 갖고 학생을 선발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수능 점수도 반영하겠지만 학생의 다른 특성도 반영해 획일화를 완화할 것이다.


이것이 수능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 시행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선 우리의 수능에 해당하는 SAT 만점자가 한 해에 1000명 넘게 나온다. 각 대학은 각기 다른 잣대를 더해 학생을 선발한다. 모든 학생이 한 줄로 서서 입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렇게 해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입시 경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획일화의 폐단은 줄일 수 있다.



2월 16일 오후 2024 학위수여식이 열린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졸업생들이 웃고 있다. 연합뉴스
2월 16일 오후 2024 학위수여식이 열린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졸업생들이 웃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대표적인 사례가 필자가 있는 KAIST의 입시다. 여기에서는 수능 점수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개인별 개성과 탐구 정신이 중요하다. 시험을 잘 봐서 점수를 올리는 학생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즉 대학의 교육 철학에 맞는 학생을 선발한다. 지난해부터는 다자녀 가정(3인 이상)과 다문화 가정 학생에게 특혜를 주는 입시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입학한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만족도가 높다. 요즘엔 대학 입학 후에도 의대 입시를 위해 중간에 자퇴하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KAIST에는 그런 학생 비율이 현저히 낮다. 자신에게 진정으로 맞는 학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KAIST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이라서 입시에서 자율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대학이 자율권을 갖는다면 학교 특성에 맞는 입시 제도를 개발하게 된다. 결혼과 출산을 회피하게 하는 경쟁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서 조금씩 노력하면 상당히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광형 KAIST 총장·리셋 코리아 4차산업혁명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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