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KAIST 가족 여러분,
개교 48주년 기념식을 갖게 되어 매우 뜻깊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특별히 개교 48주년을 축하해 주시고, ‘송암 미래석학 우수 연구상’ 시상을 위해 귀한 발걸음을 해주신 이종우 회장님께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회장님께서는 우리 학교와 아무런 연고가 없으심에도 불구하고 KAIST가 선도하는 미래에 희망을 갖고 발전기금과 장학금을 후원해주셨고, 발전재단 이사를 역임하시는 등 물심양면으로 우리 대학을 성원해주고 계십니다. 자수성가하신 이 회장님은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대표적인 중견 기업인이시며, 굉장히 검소하게 생활하시지만 끊임없이 사회를 위해 기부를 이어가며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계십니다.
오늘 기념식은 지금의 KAIST를 있게 한 선배님들과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특별히 동문 총장으로서 KAIST 혁신의 주역들과 이 자리를 함께 하게 되어 대단히 기쁘고 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늘 65분이 상을 받으셨습니다. 학술, 연구, 강의, 행정 분야에 더해 우리 학생들 그리고 환경미화와 안전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수상자 분들께 진심으로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 상을 드려야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몇 분만을 대표로 선정해 시상했지만 여러분 한분 한분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 학교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KAIST 3회 입학생으로 ’75년∼’77년까지 석사과정을 했기 때문에 우리 대학 초창기의 모습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1971년 학교 설립 당시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00불의 세계 최빈국이었습니다. 당시는 농촌국가에서 산업국가로 전환하던 시기로 국가적으로 고급과학기술 인력이 절실했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와 과학계의 리더 분들이 비전을 가지고 설립한 학교가 바로 KAIST 입니다.
사실 우리 대학의 시작은 굉장히 미약했습니다. 100여 명의 학생과 20여 명의 교수진으로 첫 출발을 했습니다. 제가 입학할 당시에는 150명을 선발했고, 캠퍼스에 400여 명의 학생과 50여 명의 교수가 있었으니 지금 하나의 큰 학과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초라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교수진과 학생들이었습니다만 외부적으로는 큰 존재감을 갖지 못했습니다.
국민 모두가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시기였기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과연 우리가 국가 발전에 기여를 할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고, 미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교수, 학생,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했기에 오늘과 같은 영광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개개인도 KAIST 구성원으로서 학교의 높은 위상을 피부로 느낄 것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의 과학기술 역사를 봐도 국제 원조로 태어난 대학이 KAIST만큼 세계적인 대학으로 우뚝 선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반세기 전 미국 USAID로부터 600만 불의 차관을 받아 출범한 KAIST는 USAID의 차관을 받은 나라 중에서 가장 성공한 모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USAID는 “KAIST는 원조를 받던 대한민국을 과학기술 혁신 리더 국가로 성장‧변화시킨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평가합니다.
언론을 통해 접하셨겠지만, 지난 2월 12일 아프리카 케냐에서 케냐과학기술원(Keny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KAIST)을 설립하는 Kick-Off Ceremony가 있었습니다. 우리 정부가 1,100여억 원의 차관을 케냐에 제공하는 대규모 원조 사업의 일환으로 KAIST가 이 프로젝트의 총괄책임자로 향후 36개월간 KAIST와 같은 교육‧연구 모델을 통째로 케냐에 수출하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KAIST의 자랑이자 우리나라의 큰 자랑입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제적으로 우리나라는 6‧25전쟁을 거친 어려운 나라로만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중동건설을 통해 그 존재가치를 알리기 시작했고, 2000년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최첨단제품들을 통해 그 존재가치가 더욱 부각되었고, 더 나아가서 이제는 문화‧예술을 통해 대한민국의 존재가치를 알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나라가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평가하는 데 있어 마지막 단계로 ‘그 나라가 지식산업을 수출하고 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은 교육산업을 수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과 영국을 살펴보면 MIT, 하버드, 스탠퍼드, 캠브리지, 옥스퍼드가 세계의 인재를 흡수하고 있고, 전 세계 교육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케냐과학기술원 설립을 통해 이제 우리나라도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것입니다. 그 시작을 우리 대학이 선도하고 있으며, 지난 48년간의 역사가 이것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케냐와 우리나라의 여러 지표들을 비교해니 1960년 말까지만 해도 양국의 국민소득이 거의 같았습니다. 우리 모두 세계 최빈국에 속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 양국은 완전히 다른 위치에 서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의 경제 10위권 국가로 성장했고, 케냐는 1인당 국민소득 1,600불의 빈국으로 남아 있습니다.
불과 반세기의 역사 속에서 두 나라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기적적인 성장을 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케냐 정부의 관계자들은 KAIST가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으로서 엄청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기적을 일굴 수 있었다고 의견을 모읍니다. 우리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과 여러분의 선배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모든 것이 가능했습니다.
국내외 주요 인사들을 만날 때면 “KAIST가 단 시간 내에 어떻게 ‘World-Class University’로 도약했고, 대한민국이 이룬 기적적인 성장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느냐?”에 대한 질문을 항상 받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다음의 3가지로 정리해서 답을 드립니다.
첫째, 미션(Mission)입니다.
KAIST는 Mission Oriented University입니다. 국가가 시급히 필요로 하는 고급인력과 과학기술을 공급해야 할 미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이 미션에 공감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둘째, 비전(Vision)입니다.
우리는 꿈이 있었습니다. 터만 보고서 마지막 Chapter ‘The Dream of the Future(미래에 대한 꿈)’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2000년이 되면 KAIST는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장을 여는 선봉장이 되었을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높은 자긍심을 주었을 것이다”라고 미래완료시제로 쓰여 있습니다. 미래, 비전성취에 대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열정(Passion)입니다.
엄청난 열정이 있었고, 그 열정이 지금도 면면히 내려오고 있습니다. 초장기 교수님들의 교육과 연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이러한 학문적 태도를 배운 학생들의 열정으로 KAIST가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Mission과 Vision과 Passion, 소위 MVP 정신이 지금의 KAIST를 우리나라 대학의 Most Valuable Player(MVP)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국내에서 MVP였다면 이제는 국제무대에서 Most Valuable Player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Global Value-Creative Leading University)’의 비전을 제시한 이유입니다.
이 비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우리는 다방면에서 성장해야 합니다. 세계 20위에 들어가는 대학들의 지표를 살펴보면 ‘그 역사와 규모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때론 걱정하게 됩니다. 세계선도대학들과 경쟁하기 위해 재원을 확충하고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구성원 하나하나가 어떤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는가가 매우 중요합니다.
Job을 Occupation(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Vocation(천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Job을 Occupation(직업)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호구지책으로 일하는 사람들이고, Vocation(천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관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KAIST가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의 새로운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얼마나 많은 구성원들이 Vocation(천직)의 의식을 가지고 일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세계선도대학에 비하면 우리 대학의 규모는 작지만 구성원 모두가 Vocation(천직)의 의식을 가지고 맡은 바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비전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열정과 헌신에 감사드리며, 수상자 분들께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올 한해 여러분 모두 소원성취하시고, 구성원 모두가 KAIST에서 행복감을 느끼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9. 2. 18.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