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총장 신성철 입니다.
평소 존경하고 좋아하는 교수님들의 정년퇴임식을 갖게 되어 매우 뜻깊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열네 분이 정년을 하시는데 사정상 행사에는 아홉 분만 참석하셨습니다.
세계적인 대학이자 국민의 대학인 KAIST에서 많은 분들의 축복을 받으며 건강한 모습으로 정년퇴임을 맞이하는 것은 인생의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축복되며 건강하고 기쁜 정년을 맞이하신 것은 누구보다도 여러분 스스로가 지난 30여 년간 치열하게 살아오셨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여러분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내조해 주신 사모님들과 가족 분들의 이해, 그리고 제자들의 수고가 있었기에 오늘의 영광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정년하시는 교수님들은 저보다는 한 살 내지 두 살이 적지만 인생의 공통 궤적을 그리며 함께 걸어온 분들입니다. 어떤 분은 거의 40여 년을 저와 같이 교류했기 때문에 남다른 감회와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조금 전 영상에서도 보셨지만 대부분 6‧25전쟁 직후에 태어났고, 1인당 국민소득 300달러의 최빈국 시절에 대학을 다니면서 미래를 치열한 준비를 했습니다. 대부분 80년대 박사학위를 받고 KAIST에 부임하셔서 짧게는 10년, 길게는 30여 년을 학문의 높은 뜻과 교육에 큰 열정을 가지고 학교와 국가의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교수님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KAIST가 있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이 이렇게 발전할 수도 없었고,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이 지금의 국가적 위상을 가질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회고 영상에서처럼 오늘 정년하시는 교수님 모두 과학기술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한평생을 사셨습니다.
김성호 교수님께서는 학생들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캠프를 개최하셨습니다. 당신의 재능과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시며 큰 보람을 갖는 배려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저는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학교의 핵심가치였던 도전(Challenge)과 창의(Creativity)에 더해 배려(Caring)의 정신을 추가해 ‘C3’ 정신을 학교 문화에 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김성호 교수님이 보여주신 배려의 정신은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병석 교수님은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한 축을 세우는 데 크게 공헌하셨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보려고 부단히 노력하셨습니다. 최 교수님의 도전과 창의 정신을 구성원 모두가 잘 이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Professor David Helfman joined Professor joins the Department of Biological Sciences and Graduate School of Nanoscience and Technology at KAIST in 2009 through the World Class University (WCU) program. He has continuously demonstrated outstanding research ability and an international way of thinking. We should stimulate international innovation in order to become ‘World Bridge KAIST’ and encourage our members to engage themselves in global projects and ideas. I hope Professor Helfman's experience will stimulate our professors to value the advantages that come with building a global network.
양민양 교수님께서는 CNC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기셨고 특별히 산업현장과 긴밀하게 일하셨습니다. 지난 1월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R&D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내용의 조선일보 기고문을 읽고 깊게 감명 받았습니다. 대학의 교육과 연구가 학문적인 수월성을 추구하는 것에 더해 국가 산업 경쟁력 제고를 선도할 수 있도록 산업현장에 빨리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특히, ‘혁신’은 점진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개선’과 달리 현저하며 긍정적인 변화, 즉 탁월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말씀을 귀담아 듣고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을 향한 KAIST의 혁신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성대 교수님께서는 “제자들이 각 분야의 리더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교수로서의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엄사출고도(嚴師出高徒)라는 말처럼 ‘훌륭한 스승이 있었기에 훌륭한 제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교수님의 모습이 후배 교수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명로훈 교수님도 굉장히 많은 제자들을 키우셨는데 영상 속에서 제자들과 연구원들이 웃고 있는 사진들을 보면 굉장히 행복한 연구실을 만들어 오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총장으로서 행복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 캠퍼스에 행복감이 충만할 수 있도록 많은 비법을 전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채영 교수님은 “우리 모든 후세대를 위한 삶이되길 간절히 소망한다”는 글을 써주셨는데 이는 굉장히 의미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KAIST가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의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고, 국제적 수준의 학문적 가치, 기술적 가치,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근간에는 우리 후손들, 나아가 세계인들의 번영과 행복에 기여하고자 하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안병태 교수님께서는 “2세대 교수들의 건강을 기원하고, 3세대 교수들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남기셨습니다. 오늘 은퇴하시는 교수님들은 우리나라 학문의 2세대를 담당하셨습니다. 과학기술이 찬란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3세대에 걸친 역사가 필요합니다. 1세대는 학문 뿌리를 내리고, 2세대는 나무를 자라게 하고, 3세대에 접어들어 학문의 꽃이 피며 열매를 맺습니다. 비록 은퇴하시지만 교수님들께서는 지난 30여 년간 쌓아온 학문의 유산이 3세대의 후배 교수들과 학교에 잘 남겨질 수 있도록 노력해주셔야 합니다.
홍순영 교수님은 우리 학교의 대표적인 리더입니다. 영상에서 보셨듯이 복합재료 분야에서 큰 연구업적을 남기셨을 뿐만 아니라 지경부 MD, 학회장, 연구재단 본부장 등을 역임하시며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셨습니다. 그간에 쌓아 오신 경험을 토대로 후학들이 세계적인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KAIST는 1971년에 미국 USAID로부터 600만 달러 차관을 받아 출범한 대학입니다. 학교 설립 당시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00달러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으로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의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산업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수 이공계 인력이 굉장히 많이 필요했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지로 유학을 떠난 이공계 인재들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두뇌유출(Brain-drain)이 국가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국가적 상황에서 훗날 우리나라를 과학기술 강국으로 성장시킨 아이디어를 낸 역사적인 분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는 정근모 박사님입니다. 정 박사님은 한국에서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방안을 USAID 존 한나(John A. Hannah) 처장에게 제안했고, 6백만 달러 차관을 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원조가 결정이 되고 역사의 지평선 너머를 보는 대통령의 비전속에서 KAIST는 문교부가 아닌 과기처 산하로 설립되게 됩니다. 역사적으로 이 순간은 우리 대학에 큰 행운이자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단초가 됩니다. 우리가 문교부 산하로 설립되었다면 아마도 다른 국립대학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설립 반세기가 지난 지금 KAIST는 명실공이 ‘World-Class University’로서 자리매김했고 이제는 ‘World Leading University’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아프리카 케냐에서 케냐과학기술원(Keny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KAIST)을 설립하는 Kick-Off Ceremony가 있었습니다. 우리 정부가 케냐에 차관을 제공하는 대규모 원조 사업으로써 KAIST가 이 프로젝트의 총괄책임자로 3년간 KAIST와 같은 교육‧연구 모델을 통째로 케냐에 수출하게 됩니다.
KAIST가 출범하던 반세기 전 만해도 케냐와 우리나라 모두 세계 최빈국이었습니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 양국의 국제적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의 경제 10위권 국가로 성장했고, 케냐는 1인당 국민소득 1,600불의 빈국으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 케냐 정부는 산업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Kenya Vision 2030’을 수립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비전 달성을 위한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Kenya KAIST 건립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100세 시대가 도래 하면서 인생을 3기로 나누어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30세까지를 준비기, 65세까지를 제1활동기, 그 이후를 제2활동기로 구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65세 정년퇴임은 제1활동기인 전반전을 마치고, 제2활동기인 후반전으로 넘어가는 시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은퇴는 retire가 아니고, 타이어를 다시 갈아 끼우고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는 Re-Tire의 시기입니다.
첫 번째 활동은 자기 인생의 비전을 가지고 정말 치열하게 달려온 것이고, 두 번째 활동은 이제 노년의 품격을 두고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우아하고 품위 있게 늙어가는 연습을 시작하시길 권해봅니다.
‘노년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한 일곱 가지 행동 요령, 소위 ‘7 Up’을 조언해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Clean Up’입니다. 항상 깨끗하게 하시고, 주변도 청결히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둘째, ‘Make Up’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외모에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합니다. 화장품을 쓰시고 향수도 뿌리십시오.
셋째, ‘Dress Up’입니다. 의복도 계속 갖추고 다니시면 좋겠습니다.
넷째, ‘Show Up’입니다. 모임에 초청을 받으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참석하십시오.
다섯째, ‘Shut Up’입니다. 행사에 자주 참석하시되 후배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들어주시고 가능한 말을 아끼시면 좋겠습니다.
여섯째, ‘Get Up’입니다. 행사에 참석하시면 후배들이 더 계시라고 말씀드리겠지만 적당히 상황을 보신 후 자리를 이석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Open Up’입니다. 지갑을 열어 더 많이 베풀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은퇴 후 인생이 더욱 행복하고 축복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행사 준비에 수고하신 교학부총장과 교무처장 이하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리고, 행사에 참석한 모든 분들의 행복을 기원하며 축사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 2. 19.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