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KAIST 신입생 여러분,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다 KAIST에 매우 소중하고 귀한 인재들로서,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In particular, I would like to warmly welcome all of our new international students from the bottom of my heart. I am proud to have all of you here on this day of new beginnings and celebration here at KAIST.
사랑하는 자녀를 KAIST에 맡기기 위해 입학식에 참석하신 학부모님을 충심으로 환영합니다. 특히, 멀리 해외에서 방문한 교포 및 외국인 학부모님을 환영하고 축하합니다.
그동안 자녀들을 KAIST에 입학시키기 위해 참으로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신입생 여러분!
이런 자랑스러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해 주신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도와주신 주위 분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드립시다.
또한, 오늘부터 귀한 인재들을 받아 가슴에 품고 가르치고 다독이면서 이끌어줄 사명감을 가진 KAIST 교직원 여러분에게도 감사의 박수를 보냅시다.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잘 오셨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환영합니다.
여러분이 입학한 KAIST는 자랑스러운 역사와 세계적인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KAIST는 1971년에 대학원 과정을 열고 1984년에 학사과정을 개설한 이후 지금까지 63,830명이 졸업했으며 박사 졸업생만 13,000여 명에 이릅니다.
KAIST가 설립된 1971년은 우리나라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탈바꿈하려는 시점이었습니다. 국민소득은 현재의 100분의 1인 300불 정도로 여러분이 상상할 수 없는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당시 우수한 젊은이들은 선진국으로 유학을 떠나 조국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국가 발전에 필요한 인재, 특히 과학기술 인재들이 없었습니다. 두뇌 유출이 국가 발전의 큰 장애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와 과학계의 선각자, 그리고 국민 모두 한 마음이 되어 대한민국을 새로운 나라로 바꾸자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미국으로부터 6백만 불의 차관을 얻어 탄생한 것이 바로 KAIST입니다.
그 후 50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습니까?
여러분의 선배들이 밤을 지새우며 KAIST에서 실력을 연마한 후 산업체, 연구소, 대학, 정부 기관에서 열정과 노력을 쏟아 부어서 오늘날과 같은 엄청난 변화를 이룩했습니다.
산업분야의 경우 좋은 예가 반도체 산업입니다. 반도체가 세계적으로 막 발전하는 시점에 KAIST에서 새로운 과학기술의 흐름을 배운 여러분의 선배들이 불철주야 연구개발에 매진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 세계가 놀라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반도체 강대국이 되었습니다. 이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최고 기술 리더들이 모두 KAIST 출신입니다. 반도체 산업 핵심인력의 4명중 1명이 여러분의 선배들입니다.
우리나라 대학과 기업과 출연연구소의 과학기술 리더급 인력의 23%가 여러분 선배들입니다. 여러분 앞에 서 있는 저도 40여 년 전 KAIST에서 공부하고 지난 30년간 KAIST 교수로서 수많은 학생을 가르쳤고 지금은 총장으로서 KAIST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있습니다.
이제 KAIST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모르는 과학자나 교육자가 없을 정도로 세계적인 위상을 가졌습니다.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에는 하버드, MIT, 캠브리지, 옥스퍼드 대학 등 세계 대표적 대학 총장 27명이 공식적으로 초청을 받는데 한국에서는 KAIST 총장만이 유일하게 초청을 받습니다.
어느 나라의 과학기술 역사를 봐도 국제원조로 태어난 대학이 KAIST만큼 세계적인 대학으로 우뚝 선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학 역사 50년이란 짧은 기간에 이뤄진 이러한 발전을 생각하면 정말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세기 전 KAIST에 6백만 불의 차관을 주었던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KAIST는 원조를 받던 대한민국을 과학기술혁신 리더 국가로 바꾸었다”며 미국 국제개발처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발표한바 있습니다.
KAIST가 없었으면 대한민국에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과학기술의 발전도 없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이제 많은 개도국에서 KAIST를 벤치마킹하여 자국에 KAIST 같은 대학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지난 2월 12일, 아프리카 케냐에 Keny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즉 KAIST를 설립하는 Kick-off ceremony에 다녀왔습니다. 반세기 전 미국 차관을 받아 설립된 KAIST가 이제 우리나라에서 케냐에 차관을 제공하며 KAIST를 설립해 주는 것입니다.
KAIST가 설립된 시점에 두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0여 달러로 세계 최빈국이었습니다. 하지만 반세기 만에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대, 세계 경제 10위권, 특허경쟁력 4위 등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지만, 케냐는 1,600달러로 여전히 빈국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케냐 정부는 한국의 빠른 발전을 이끈 핵심 성장엔진은 바로 KAIST라고 판단하고, 국가발전 로드맵 ‘케냐 비전2030’을 수립하면서 KAIST를 벤치마킹한 케냐-KAIST 설립을 추진해 왔습니다.
케냐-KAIST 프로젝트는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대학 모델을 외국에 통째로 수출하는 첫 케이스입니다.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과학기술의 기적, KAIST의 기적, 대한민국의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입학생 여러분, 어떻게 이런 기적이 가능했을까요?
그것은 KAIST 출범 초기부터 ‘도전’과 ‘창의’의 DNA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KAIST 캠퍼스 곳곳에는 이런 ‘도전’과 ‘창의’의 정신이 숨어있습니다. 신입생 여러분들이 가장 자주 가게 될 창의학습관에는 터만 (Terman)홀이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프래데릭 터만 교수를 기념하는 곳입니다. 프래데릭 터만 교수는 KAIST 설립을 준비하는 정근모 박사님을 위시한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너희 힘으로 조국의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보라”, “미국을 본 따지 말라”고 충고했습니다. ‘도전’과 ‘창의’의 정신을 주문한 것이지요.
여러분 선배들이 밤을 지새우며 공부하고 실험하던 연구실에는 ‘도전’과 ‘창의’의 정신이 배어 있습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일에 ‘도전’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 정신이 바로 KAIST DNA 입니다.
여러분도 향후 4년간 이곳 KAIST에서 공부하면서 과학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인 ‘도전’과 ‘창의’의 정신을 교육과 연구를 통해 연마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제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KAIST의 ‘도전’과 ‘창의’ 정신에 새롭게 추가한 시대정신이 바로 ‘배려(Caring)’ 정신입니다. 이웃과 사회와 국가와 나아가 세계를 생각하는 정신입니다. 앞으로 리더가 될 여러분에게 매우 필요한 정신입니다. 여러분의 ‘도전’과 ‘창의’의 DNA가 ‘배려’라는 바구니에 담겨 있으면 더욱 가치 있고 빛을 발할 것입니다.
이런 인식하에 작년 3월 ‘비전2031’ 선포식을 통해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을 KAIST의 새로운 비전으로 대내외에 제시했습니다. 자신의 재능과 자산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려’의 정신으로 사회와 국가와 인류 발전을 위해 사용하는 ‘사회적 가치창출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이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 캠퍼스에는 이미 ‘배려’의 정신이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캠퍼스에 있는 멋진 건물들은 모두 ‘배려’의 정신을 가진 독지가들의 기부에 의해서 지어진 것입니다. 정문술 회장님, 류근철 박사님, 이수영 이사장님, 김병호 회장님, 조천식 회장님, 박병준 회장님 등 많은 분들이 커다란 ‘배려’의 정신으로 KAIST에 통 큰 기부를 해 주셨습니다. 이분들은 KAIST와 아무 관련이 없는 분들입니다. 그러나 KAIST와 KAIST 학생들이 국가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확신을 가지시고 자신의 자녀들에게 유산을 물려주기 보다는 KAIST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셨습니다.
큰 ‘배려’는 작은 ‘배려’에서 시작됩니다. 아무쪼록 KAIST 캠퍼스에서 4년을 생활하면서 동료, 선후배, 교직원을 ‘배려’하고 이웃의 어려운 사람들을 ‘배려’하는 삶의 태도를 키워가기 바랍니다.
KAIST에서는 여러분들에게 ‘배려’의 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개발하여 시행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바랍니다. ‘배려’하는 넓이와 깊이와 높이만큼 삶의 가치와 행복을 더욱 경험하며 여러분은 인격적으로 성장해 갈 것입니다.
KAIST는 ‘도전’과 ‘창의’와 ‘배려’의 정신, 소위 ‘C3’ 정신을 KAIST의 새로운 인재상으로 삼고 여러분을 교육할 것입니다. ‘C3’ 정신을 겸비한 여러분들은 훗날 직장에서 존경 받는 리더이자, 인류 사회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하는 훌륭한 인물이 될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학부모님들께서도 자녀들이 국가와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확신을 가지시고 자녀들과 KAIST를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KAIST에서 대학생활 4년은 여러분들이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로서 성장하기 위한 첫 준비기간입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지만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면 ‘시작이 99%’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작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대학 4년은 참으로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들이 대학 재학기간 중 준비해야 할 3가지를 조언하고자 합니다.
첫째, 기초과목을 폭넓게 공부하기 바랍니다.
세계적 프로 스포츠 선수에게 기초 체력이 중요하듯이 여러분이 세계적 과학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초 과목을 폭넓게 공부하여 기초를 탄탄히 준비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학문의 경계를 초월하여 발명과 발견이 이루어지는 초융복합의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학문의 경계를 초월하여 여러 전공분야를 어려움 없이 넘나들기 위해서는 폭넓은 기초 지식이 필요합니다. 물리를 전공해도 생물학 기초를 공부하기 바랍니다. 생물학을 전공해도 탄탄한 수학 실력을 쌓기 바랍니다. 공학을 전공해도 기초과학을 열심히 공부하기 바랍니다. 어떤 전공을 택하더라도 인공지능 지식을 연마하기 바랍니다.
또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문사회예술 과목도 충실히 공부하라는 것입니다. 인문사회예술 공부를 통해 이공계 교육에서 결여되기 쉬운 삶의 지혜와 철학과 통찰력과 감성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인문사회예술 교육이 창의력 증진에도 중요하다는 사실은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등 여러 천재들이 이미 언급한 바 있습니다.
여러분도 주지하다시피 우리 대학은 1학년 새내기 기간 동안 다양한 기초지식을 쌓고 1학년 말에 학과를 선택할 수 있는 무학과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여러분이 2학년이 되는 2020년 3월에 ‘융합기초학부’ 교육트랙을 도입합니다. 무학과 트랙으로 운영되는 ‘융합기초학부’는 특정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분이 튼튼한 기초과학, 기초공학 지식을 갖추고 다양한 전공 분야를 넘나들며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융합기초학부’ 트랙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기 바랍니다.
둘째, 미래 글로벌 리더로서 비전을 가지고 자질을 연마하기 바랍니다.
제가 대학을 다닌 70년대 초 대한민국은 세계 최빈국이고 아시아 변방의 나라였습니다. 가난을 탈출하기 급급한 시대였기에 ‘글로벌 리더가 되라’는 비전을 심어 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세계경제 10위권 대한민국에 있는 세계적인 대학 KAIST의 학생입니다. 더욱이 여러분은 우리나라 이공계 전공 학생 0.3% 이내의 과학영재들이고 외국학생들은 자국에서 최고의 과학영재들입니다. 그러므로 미래 과학기술계의 글로벌 리더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여러분의 숙명입니다.
그러나, 리더십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세계를 무대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대학시절부터 글로벌 리더로서 꿈을 갖고 훈련하며 준비해야 합니다.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가져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여러분이 대학시절 연마해야 할 중요한 자질은 소통능력(Communication skill) 입니다. 여러분이 살아갈 초연결 수평사회에서 소통은 과학자로서, 리더로서 반드시 가져야 할 중요한 자질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논리적이며, 조리 있고, 설득력 있게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특히, 글로벌 리더로서 비전을 갖고 있는 여러분은 영어 소통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학문적 업적이나 전문성을 쌓아도 영어 소통 능력이 부족하면 국제사회에서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대학 재학 중 영어 소통 능력을 열심히 키워가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친구를 폭넓게 사귀기 바랍니다.
이공계 학생들은 학문 특성상 친구의 폭이 좁은 경향이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는 캠퍼스내의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므로 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가 무척 많습니다. 고등학교 동문을 초월하고, 전공을 초월하여 다양한 배경의 친구들을 사귀기 바랍니다.
다양한 친구들과의 사귐을 통해 여러분의 학문과 삶과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질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들이 힘들고 지치고 외로운 순간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해 관계없이 사귄 학창시절의 친구는 인생의 큰 자산입니다. 특별히 외국인 학생들과도 열심히 사귀기 바랍니다. 그들은 미래에 자국의 리더가 될 인재로서 글로벌 시대에 중요한 국제협력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입학생 여러분
KAIST 전 교수님들은 여러분들이 ‘도전’과 ‘창의’와 ‘배려’의 ‘C3’정신을 갖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도록 열심히 가르칠 것입니다. 또한 교직원과 선배들은 여러분의 캠퍼스 생활이 즐겁고 안전하도록 성심 성의껏 도와 줄 것입니다.
총장인 저도 여러분과 가까이하며 KAIST 대학생활이 보람차고 행복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KAIST가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에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다시 한 번 KAIST 입학을 충심으로 축하하고, 또한 이 자리에 참석하신 학부모님께 감사드리면서 축사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 2. 20.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