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연구실 안전의 날’ 행사를 개최하게 되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올해 여섯 번째를 맡이 하는 ‘연구실 안전의 날’이 작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연구실 안전 포스터나 영상제작 등 공모전 참가자 뿐 만 아니라 많은 대학원생들이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총장으로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연구실에서 불의의 사고로 학생 여러분들이 상해를 입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 대학은 연구실 안전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매년 약 30억원의 예산을 안전 분야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지난 5년간 큰 대형사고는 캠퍼스에서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연구실 단순사고는 매년 10여건 정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안전의식을 좀 더 높여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878건의 연구실 안전사고 중 약 84%는 안전의식 부족으로 발생 한 반면, 안전시스템 결함으로 인한 사고는 16%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하인리히의 법칙에 의하면 사고는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에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여러 번의 작은 사전 경고들을 보낸다고 합니다. 따라서 평소에도 작은 부주의에 대해 더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KAIST 연구실 안전의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사항들을 오늘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과 직원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주인의식을 갖고 연구실 안전 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내가 아닌 누군가 신경을 쓰겠지’라는 방관자적인 자세를 갖거나 ‘학교에서 알아서 규정을 만들고 시행하겠지’라는 Top-down 방식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여러분 각자가 연구실 안전을 지킨다는 주인의식을 갖고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Bottom-up 방식의 안전관리를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둘째, 예방적인 안전의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다’는 방식이 아닌 소를 잃기 전 외양간을 고치는 예방적 안전의식을 바탕으로 연구실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제가 1970년대 KAIST 대학원 재학 당시에는 연구실 안전교육이 없었으며, 사람과 안전 보다는 실험을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박사과정으로 유학을 하면서 X선회절기 분석실험을 하게 되었을 때 경험한 안전교육, 그리고 방사선 노출을 기록하고 일정기간 피폭량의 변화를 모니터링 하는데 활용되는 Safety Ring을 지급받으면서 연구실과 연구자 안전을 위한 선진시스템에 대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KAIST에는 안전체험관이 아직 없습니다. 주변 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안전체험 시설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행정처장께서는 캠퍼스에 안전체험관을 설치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DGIST 총장으로 재임 중 설치한 안전체험관을 벤치마킹하여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연구실 안전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의식이 필요합니다.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연구실 구성원 전체의 문제이고, 더 나아가 학교 전체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KAIST 구성원 각자가 적극적으로 연구실 안전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1980년대 미국 이스트만 코닥(Eastman Kodak)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할 당시 사례를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당시 최신 기술이었던 삼오족 반도체(III-V semiconductor) 연구를 진행하면서 인체 독성이 강한 ‘갈륨 아세나이드(Gallium arsenide)’를 이용해 실험을 하던 연구실이 있는 연구동에서는 자주 비상훈련이 있었는데도 매번 연구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적극 참여하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이와 달리, 30~40년 전 서울 KAIST 캠퍼스에서도 ‘갈륨 아세나이드’를 이용한 실험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비상탈출 훈련을 받아보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연구실 안전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선진화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도 참여의식을 갖고 이러한 연구실 안전 활동에 적극 동참해 주십시오.
이러한 세 가지 당부와 더불어, 연구실 안전교육 참여가 저조한 실험실을 찾아가 교육하는 ‘맞춤형 안전교육 서비스’의 개발과 제공이 필요합니다. 온라인 교육만으로는 실효성 있는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총장으로서 약속드릴 수 있는 사항은 학교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연구실 안전 시스템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자율적 안전의식 제고를 통해 안전하고 행복한 캠퍼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9. 5. 13.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