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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LEADERSHIP

연설문

2019 인문사회과학부 강사 임명장 수여식 격려사

작성자 PR Office 작성일 2019.08.28 조회수961


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되는 오늘, 아름다운 캠퍼스 전경을 배경 삼아 신임 강사님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임명장을 받으신 24명의 신임 강사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우리 대학의 강사직 제안을 수락해 주셔서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 대학은 연구중심의 이공계 특화대학이지만 인문사회교육 강화를 위해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만, 전임교원의 정원 확대에는 한계가 있어 이를 극복하면서도 우수한 인문사회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여러분을 강사진으로 임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여러분이 맡게 될 강의는 인문사회교육의 강화뿐만 아니라 우리 대학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는 교육에서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의 기하급수적인 발전으로 인해 여러분이 지도할 학생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30년 후에는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와 AI 로봇인 로보 사피엔스가 공존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결국,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며 로보 사피엔스와 공존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는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직면하게 될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며,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다움을 가르치고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이공계 교육도 기능 중심에서 가치 중심의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인간의 내재적 가치와 존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교육과정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 이공계 교육혁신을 위해서는 AI 로봇이 인간보다 우월성을 가진 암기와 데이터 처리 및 계산 능력을 학습하는 교육을 탈피하고, 인문사회 교육을 융합해 인간의 고유한 능력인 창의력과 감성, 통찰력, 그리고 지혜를 체득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융합형 교육을 강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인문사회 분야 교육자들이 더욱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우리 대학의 새로운 구성원이 된 여러분에게 KAIST에 대해 잠깐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은 반세기 만에 기적과도 같은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국민소득은 반세기 만에 약 340배, 수출액은 약 1만 7백배, 그리고 국내총생산(GDP)은 약 720배가 증가했습니다. 인류역사상 이러한 성장을 이룩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 1960년대에는 국제학술지 논문성과나 미국특허 실적이 전무하다시피 했지만, 반세기 만에 대한민국은 매년 SCI 논문을 6만건 이상 발표하는 세계 10위권의 학술논문연구 선도 국가가 되었으며, 미국 등록특허는 미국과 독일,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외 많은 주요 인사들이 이러한 기적의 역사에 KAIST가 큰 기여를 했다고평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기간산업이며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분야만 살펴보더라도 KAIST에 대한 평가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1974년에 반도체 산업을 시작했을 때 일본 후지쯔 회장은 “후진국에서 어떻게 겁도 없이 반도체 산업에 뛰어드냐?”며 조롱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40여 년 만에 우리의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경쟁력의 원천은 1973년 KAIST에서 시작했던 반도체 교육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공계 대학원 중심 교육체제를 도입하며 시작했던 반도체 인력양성 교육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견인할 핵심인력들이 배출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박사급 인력 중 25%, 반도체 분야의 대표적인 CTO와 CEO가 모두 KAIST 출신입니다.

이외에도 국내 대학 이공계 교수 중 약 20%, 대덕연구단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사급 인력의 약 25%가 KAIST 출신입니다. 이러한 수치만 보더라도 KAIST가 설립되지 않았다면 반세기 만에 이룬 기적적인 국가성장이 가능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KAIST는 QS 세계대학 랭킹(QS University World Rankings)에서 40위권을, Reuters 선정 혁신대학 순위에서는 2016년부터 3년 연속 아시아 1위와 세계 6위(2016~17년), 세계 11위(2018년)를 각각 차지했습니다.

이처럼 높아진 KAIST의 국제적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던 기회가 최근 있었습니다.

구소련이 붕괴한 직후인 1993년, 저는 정부 대표단의 단장으로 러시아의 유명 대학들을 방문했습니다. 새로운 과학기술과 지식 습득을 목적으로 한 방문이었기 때문에 모든 비용은 우리 측에서 부담할 수밖에 없었고, 당시 시내를 가득 메운 광고판은 모두 일본기업 제품 광고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7월 러시아 측으로부터 경비 전액을 지원받고 ‘러시아 대학혁신 컨퍼런스’에 참석해 초청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러시아 출장 중 국내 기업이 생산한 차량과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호텔을 제공받았습니다. 호텔 내에 비치된 전자제품을 보니 모두 우리나라 기업의 것이었습니다. 이동 간에 마주한 시내의 광고판 또한 한국 기업의 제품들로 가득했습니다.

컨퍼런스에는 러시아 전국 대학 총장들과 산·학·연 관계자 등 1,500여 명이 참석해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의 임무와 역할’을 주제로 한 저의 기조연설에 큰 관심을 보였고, 협력을 위한 MOU를 맺자는 제안이 쇄도했습니다. 기조연설 후 이어진 좌담회와 러시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도 ‘대한민국 발전비결과 그 중심에 있는 KAIST의 역할’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불과 25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발전상과 이를 선도한 KAIST의 기여에 대한 국제적 평가가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반세기 만에 KAIST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동인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비전(Vision) 입니다.

KAIST 설립의 근거를 마련한 터만 보고서의 마지막 장의 제목은 ‘미래에 대한 꿈(The Dream of the Future)’ 입니다.

여기에는 “2000년경이 되면 KAIST는 국제적 명성의 훌륭한 기술대학이 될 것이고, 교육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선봉에 설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국민들의 자신감을 고양할 뿐 아니라 안정되고 자유로운 한국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되어 있을 것이다”라는 비전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보고서의 저자들은 이러한 비전의 내용을 미래완료시제를 사용해 명시함으로써 KAIST의 밝은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은 KAIST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시키는 동인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혁신(Innovation) 입니다.

터만 보고서에서 제시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KAIST는 교육과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해 왔습니다.

우리 대학은 1971년 설립 당시 국내 최초로 대학원 중심 체제를 도입해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풍토 조성을 선도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세대를 뛰어넘는 ‘협업 연구’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초세대 협업 연구실’ 제도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운영 중이고, 내년 3월부터는 창의융합형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해 융합기초학부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이와 같이 KAIST는 각 분야에 걸쳐 혁신적인 제도를 지속적으로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학계, 산업계와 국가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열정(Passion)입니다.

KAIST의 교수와 학생 그리고 직원들은 터만 보고서에 명시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남다른 열정과 사명감을 발휘해 왔습니다. 교수들은 열정을 갖고 연구를 수행했으며, 학생들 역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학업과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KAIST 3회 졸업생인 제가 석사과정에 재학하던 당시를 떠올려보면 학생들은 누가 더 늦게까지 연구실에 남아 공부와 연구를 수행하는지 서로 경쟁할 정도로 큰 열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비전(Vision), 혁신(Innovation), 열정(Passion)의 V·I·P 정신이 오늘날 KAIST를 세계적인 VIP(Very Important Player)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V·I·P 정신을 바탕으로 여러분도 학생지도와 강의에 임해주시길 바라며, 이를 위해 세 가지를 당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KAIST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비전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길 바랍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한 KAIST는 2021년 설립 50주년을 맞이합니다. 지난 50년을 회고하고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자 KAIST 제16대 총장으로 취임하며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Global Value-Creative Leading University)’의 새로운 비전을 수립했습니다.

비전의 핵심은 KAIST가 이제는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대학(World Class University)’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World Leading University)’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오늘 신임 강사로 임명장을 받으며 우리 대학의 새로운 구성원이 된 여러분 모두 우리 대학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인문사회 강의를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도약하려는 KAIST의 비전 실현에 기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강의 현장에서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혁신을 추구하기 바랍니다.

KAIST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강의실에서부터 교육혁신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많은 고민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학생의 창의력을 배양하는 교육혁신이 필수적이며, 교수법을 포함해 교육 콘텐츠 역시 창의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KAIST에서 활용하고 있는 온·오프라인 교육을 결합한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을 강의에 적용해 토론과 쌍방향 교육을 강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팀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혁신적 교수법을 활용해 학생들의 창의성 함양을 도모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셋째, 사명감과 열정을 갖고 강의를 수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수 재직시절 일반물리 강의를 많이 담당했습니다. “교수님의 강의가 저를 오늘과 같이 성장시키는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졸업생을 조우(遭遇)할 때 마다 교수로서 큰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어제(8월 27일) 대전시청에서 개최된 ‘대전시 4차 산업혁명 추진위원회’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제2기 위원회 출범식을 겸한 이번 회의에서 공동위원장을 다시 맡게 되었고, 19명의 위원 중에는 성공한 벤처기업을 대표하는 두 명의 젊은 기업인들이 새롭게 포함되었습니다.

위원들이 각자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새로 선임된 한 위원이 “학창 시절 신 총장님의 일반물리 강의를 수강했다”고 소개하며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지난 5년간 260억의 투자를 유치할 만큼 투자자들의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성공한 벤처기업의 대표가 제 강의를 수강했고 이를 기억하며 뜻밖의 자리에서 감사를 표하던 순간 저는 교육자로서 다시금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KAIST에서 강의하실 과목을 수강한 학생이 10~20년 후에 찾아와 “그때의 강의 덕분에 새로운 인생의 비전과 도전정신을 갖게 되어 이만큼 훌륭하게 성장했습니다”라는 말을 듣게 되면 그보다 큰 보람은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이 대한민국과 인류 사회를 변화시키는 글로벌 리더가 되었을 때 여러분이 받게 될 감동을 상상한다면 열정을 갖고 강의를 준비하고 학생지도에도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과 인연을 맺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인문사회 강의를 통해 여러분 자신과 학생들의 발전,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대학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께 거듭 축하드리며 격려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 8. 28.

KAIST 총장 신 성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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