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아름다운 캠퍼스를 배경 삼아 KPF(KAIST Presidential Fellowship) 장학생으로 선발된 여러분을 축하하며 함께 교류할 수 있는 행사를 갖게 되어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가 대학 생활을 하던 반세기 전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북한보다 낮은 300달러에 불과했으며 일상적인 생활 수준을 포함해 모든 부분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뒤처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세기 만에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돌파했으며 무역수출액은 약 일만 배가 증가했고 2019년 기준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를 달성하는 등 우리나라는 기적과도 같은 경제성장을 달성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1970년대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불모지나 다름없었지만, 현재 우리의 과학기술 역량은 세계 10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반세기 만에 달성한 눈부신 국가 발전 사례는 전 세계 역사와 경제학자들에게 좋은 연구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국가 발전의 동인으로 선진국을 재빠르게 따라 하는 ‘Fast follower, 빠른 추격자’ 전략이 가장 주효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우리 경제와 과학기술 발전 상황을 고려할 경우, 향후 지속적인 국가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의 발전 전략을 탈피해 새로운 ‘Global first-mover, 글로벌 선도자’ 전략을 채택하려는 파라다임 전환(Paradigm Shift) 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특히, 이공계 분야 인재들이 이러한 글로벌 선도자의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여부가 향후 반세기 국가의 위상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며,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여러분이 이러한 책임을 수행할 주역입니다.
이와 같은 큰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께 KPF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멘토 교수님들도 각별한 애정으로 여러분을 지도하고 있고, 저를 포함해 우리 대학 주요 보직자 모두가 오늘 행사에 참석해 여러분을 격려하는 것입니다.
KAIST에 입학한 것만으로도 여러분이 자랑스럽지만, 우수한 학생 중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KPF 장학금을 받고 학업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무척 대견하고 든든하게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KPF 장학생으로 선발된 여러분께 세 가지를 특별히 당부하고자 합니다.
첫째, 글로벌 선도자로서의 미래를 설계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자신만의 진로를 개척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향후 어느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든 그 길은 대부분의 사람이 가는 길이 아닌 새로운 도전의 길이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글로벌 선도자가 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추구해야 합니다.
저를 포함해 과학기술계에 몸담은 기성세대들은 대부분 특정 전공 분야에 관한 연구 수행의 길을 걸으며 대학의 교수와 연구소의 연구원 및 기업의 임원으로 성장하는 목표를 추구했었습니다. KAIST 박사급 인력의 약 95%에 이르는 절대다수는 졸업 후 과학기술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 사회에서 여러분 중 2/3가량은 이공계 학문 분야에서 승부를 걸고, 1/3은 이공계 전공을 배경 삼아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였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서 대학 생활 동안 어떤 진로를 선택할지 심사숙고하고, 자신의 길을 정한 후에는 독특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선택이 무엇이든 그 길에서 좌절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선배 중 한 사람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20여 년 전 우리 대학 전산학과 재학 시절 창업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갖고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창업했습니다. 당시 그가 창업 활동에 전념하도록 2년 가까이 휴학을 허락했으며, 이후 중퇴를 하고 여러 벤처기업에서 성공을 거두어 지금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지역의 초기 벤처기업 투자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가 창업 분야에서 쌓아온 역량과 사회에 대한 영향은 과학기술계 학자들의 연구 역량과 성과 못지않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준표 대표의 사례를 거울삼아 다양한 스펙트럼의 직업군을 탐색하며 진로를 설계하고 그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는 꿈을 가져주길 당부드립니다.
둘째, 폭넓은 교우관계를 가져야 합니다.
이공계의 학문 특성상 여러분들은 같은 분야의 전공자들을 중심으로만 교류하며 친구의 폭을 상대적으로 좁게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4년의 대학 생활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보내며 폭넓은 교우관계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친구들과 사귀며 여러분의 학문과 삶과 생각의 폭을 확장한다면 재학 기간에 학업적인 성취는 물론 힘들고 외로운 순간도 잘 극복할 힘을 얻을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이 졸업 후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게 될 때 도움을 주고받을 동료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깨달을 것입니다.
폭넓은 교우관계 형성의 필요성은 여러분이 과학기술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우수한 연구자일수록 국내외 연구 네트워크를 폭넓게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탁월한 연구 성과를 창출하기 때문입니다.
졸업 후 타인과 폭넓은 관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KAIST 재학 기간 중 고등학교 동문과 전공을 초월해 많은 친구와 대화하며 동아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새로운 친구를 사귈 여러 기회를 활용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여러분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며 협업하는 방식을 습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창 시절 사귄 친구들을 여러분 인생의 소중한 자산으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감사와 배려의 습관을 지녀야 합니다.
KAIST 졸업생을 채용한 기관들은 대부분 이들의 전공역량과 성과에 크게 만족합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는 각자가 우수한 인재라는 점에 기인하는 바가 크지만, 이들이 개인적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많은 구성원의 조력과 시스템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불가능할 것입니다.
특히, 글로벌 리더들은 그들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어떻게 하면 타인을 배려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역시 각자의 탁월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음을 평소에도 인식하고 이에 대해 감사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성공을 타인을 위한 배려의 실천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세계적인 온라인 상거래 기업 알리바바(Alibaba)를 창업한 중국의 입지전적인 인물인 마윈은 1조 원의 매출을 달성했을 때만 해도 “기업경영자로서 내 역량이 탁월하기 때문에 이런 성공을 이루었다”고 생각했고 10조 원으로 매출이 증가했을 때는 “어떻게 하면 이런 경제적인 성공을 지키면서 기업을 잘 운영할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매출이 100조 원에 달한 시점에서는 “이 수익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 창출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 수익을 세상의 변화를 위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고 합니다.
2018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에서 마윈은 기조 강연을 통해 성공을 위해서는 ‘감성지수(Emotional Quotient, EQ)’가 필요하고, 빨리 잃지 않으려면 ‘지능지수 (Intelligence Quotient, IQ)’가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높은 ‘사랑지수 (Love Quotient, LQ)’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가 성공한 리더로서의 비결을 이야기하며 제시했던 LQ라는 덕목은 세계경제포럼에서 큰 화제가 되었으며 당시 저도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여러분도 각자의 노력을 통해 성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를 지원하는 주위 사람들과 시스템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이들에 대한 배려의 정신을 실천하는 습관을 지녀주기 바랍니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폭넓은 대인관계를 맺고 감사와 배려의 마음을 갖춘다면 여러분은 KAIST의 미래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 나아가서는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는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것임을 확신합니다.
다시 한 번 KPF 장학생으로 선발되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자유롭게 교류하고 소통하는 유익한 시간을 갖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9. 11. 25.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