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의 창립 30주년을 충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로 가득한 캠퍼스에서 축하 행사를 하게 되어 더욱 뜻깊게 생각합니다.
오늘 참석하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이신 최원호 국장님께서 자리를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공위성연구소의 발전을 위한 그간의 전폭적인 지원에 사의를 표하며 향후에도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참석해 주신 한국천문연구원의 이형목 원장님께도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또한, 인공위성연구소의 초대 소장이신 故 최순달 박사님을 기억하고 계신 많은 분이 창립 30주년 기념행사에 함께해 주셔서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축하 행사를 더욱 빛내주고 계신 특별한 손님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최순달 박사님의 사모님이신 홍혜정 여사님과 따님이신 Judy Choi 님이 미국에서 먼 걸음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참석해 주셨습니다. 감사와 환영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인공위성연구소가 창립된 1989년은 제가 KAIST에 부임한 해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당시의 기억이 더욱더 생생합니다.
제가 처음 배치받았던 연구실은 최순달 박사님의 연구실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서 서로 전공은 다르더라도 자주 뵙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 덕분에 최순달 박사님께서 갖고 계셨던 인공위성 개발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집념을 자주 접하고 감탄했던 기억들이 어제의 일처럼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1989년 당시 우리나라는 인공위성을 포함해 과학기술 전 분야에서 불모지나 다름없었습니다. 인공위성연구소 설립을 전후해 ‘인공위성 연구가 너무 시기상조는 아닐까? 과연 우리가 이 분야의 연구개발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견해와 우려가 무척 컸음은 이러한 배경에서 상당 부분 기인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주과학기술의 미래 가치에 대한 선견지명을 갖고 계셨던 최순달 박사님의 비전과 열정 덕분에 많은 분이 인공위성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토대 위에 인공위성 연구개발사업의 본격적인 시작이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인공위성연구소 창립과 함께 최순달 박사님이 가장 먼저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우수한 카이스트 학생들이 인공위성 연구개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독려했던 것입니다. 실제 전기·전자와 물리학 등 다양한 전공 분야의 많은 학생들이 최순달 박사님의 비전과 열정에 이끌려 인공위성연구소에 합류했었습니다.
㈜쎄트렉아이(Satrec Initiative)의 박성동 의장님을 비롯해 오늘 행사에 참석하신 많은 분이 최순달 박사님의 이러한 열정에 반해 연구소 설립 초창기에 함께 하셨던 핵심 인재들입니다.
당시 최순달 박사님의 열정적인 설득으로 인공위성연구소 합류에 대해 고민하던 연구자 중 몇 분은 제게도 상담을 요청했었는데, 그때마다 저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도전하라’고 조언했었습니다.
젊고 우수한 인재들을 영입한 후 최순달 박사님은 이들이 인공위성 분야의 선진기술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영국 Surrey 대학에 유학을 지원하는 등 핵심인력의 역량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셨습니다.
이러한 열정과 노력에 힘입어 인공위성연구소는 창립 3년 만인 1992년에 최초 국적 위성인 우리별 1호 발사를 성공시키고 우리나라를 세계 22번째 위성 보유국으로 도약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창출했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부품과 기술의 집약체인 우리별 1호는 당시만 해도 우주과학기술 분야에서 존재가치가 미약했던 우리나라를 세계무대에 알릴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우주 분야에서도 우리가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던 성과입니다.
“혼자서 꾸는 꿈은 단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A dream you dream alone is only a dream, but the dream you dream together becomes reality”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30년 전 우주를 향한 최순달 박사님의 꿈이 혼자만의 꿈이었다면 결코 현실이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최 박사님과 함께 꿈을 꾼 학생, 교수, 연구원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지난 30년간 이룬 찬란한 업적을 함께 기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인공위성연구소가 이룬 지난 30년의 업적을 발판삼아 향후 30년을 내다보고 새로운 꿈을 가져야 할 시점에 서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은 2016년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라는 책을 집필한 후 2년 뒤에 새롭게 발표한 「THE NEXT」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인류는 우주산업, 우주 관련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목도할 것이다”라고 예측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가속화될 우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인공위성연구소 관계자 여러분께 세 가지 꿈을 갖기를 이 자리를 빌려 부탁드립니다.
첫째, ‘BFO’의 꿈을 추구해 주십시오.
‘BFO’의 꿈이란 세계 최고인 ‘Best’가 되거나, 세계 최초인 ‘First’ 이거나, 세계에서 유일한 ‘Only’ 결과를 창출하는 꿈입니다.
과거 우주과학기술 연구개발은 미국과 구소련이 양분했었지만, 이제는 EU, 일본, 인도, 중국 등 많은 국가가 기존 우주 강국에 버금가려는 우주굴기(宇宙堀起)를 추구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향후 30년간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이런 BFO의 연구 성과 창출을 통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에서 존재감을 더욱 확고히 하는 연구소로 도약하기 바랍니다.
둘째, 세계적인 기업을 창출하겠다는 꿈을 가져 주십시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우리별 1호 개발의 초창기 주역들이 창업한 기업인 ㈜쎄트랙아이는 소형 인공위성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혁신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인공위성연구소의 혁신성과를 기반으로 향후 제2·제3의 ㈜쎄트랙아이와 같은 스타트업을 다수 출현시키고, 이를 통해 ‘기업가형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을 꿈꾸는 KAIST 비전의 실현에도 기여해주길 당부드립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전 세계 우주산업이 2040년경 약 1조 1,000억 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처럼 발전 가능성이 큰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인공위성연구소의 연구 성과가 논문과 특허에만 머물지 않고 기업가치 1조 원 규모의 유니콘(Unicorn) 기업, 더 나아가 10조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데카콘(Decacorn) 기업 육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꿈과 노력의 결과는 우주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가능케 함으로써 국가혁신성장을 견인하는 지렛대가 될 것입니다.
셋째,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꿈을 품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총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GDP 대비 약 4.5%로 투자 비율 측면에서는 세계 1위며 투자액의 절대 규모 면에서도 세계 5위 수준입니다. 인공위성 분야의 경우에는 연간 약 3,2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을 포함해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과학기술계는 국가와 국민에게 무엇으로 보답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의 답은 1992년 우리별 1호를 발사했을 당시를 떠올리면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별 1호 발사의 성공을 통해 인공위성연구소가 국민들에게 큰 자긍심과 희망을 선사한 것을 많은 분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연구소가 30년 전 국민들에게 자긍심과 희망을 선사한 것과 같이 향후 세계적인 연구 성과 창출을 통해 국민들에게 ‘대한민국도 4차 산업혁명 기술패권 시대에 우주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꿈을 갖고 노력한다면 국민들은 여러분의 연구에 더욱 큰 성원을 보낼 것입니다.
이제 이립(而立)을 맞이한 인공위성연구소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탄탄한 실력을 쌓아왔습니다. 이러한 실력을 기반으로 세계를 향해 도전하며 KAIST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국민들에게 높은 자긍심을 선사하는 인공위성 분야 세계 최고의 연구소가 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갖게 됩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 권세진 소장님 이하 전 구성원들의 발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홍혜정 여사님과 모든 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면서 축사에 대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 10. 30.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