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한국전자파학회 이정해 회장님을 위시한 회원 여러분께 학회 창립 30주년을 충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뜻깊은 행사를 저희 KAIST에서 개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그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학회 창립 30주년을 축하해주시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몇 분들을 소개하며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축사를 해 주신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님은 과학기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과학기술계의 발전을 위해 많은 성원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오늘 기조 강연을 위해 참석하신 양승택 前 정보통신부 장관님은 여러분이 지금 계신 학술문화관 건물의 건립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데 큰 기여를 하셨으며, 이를 기리기 위해 2층에 위치한 컨퍼런스 홀을 ‘양승택 오디토리움’으로 명명했습니다.
한국전자파학회 정낙삼 명예회장님은 제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분입니다. 저의 첫 직장이었던 한국표준연구원에서 존경하던 선배과학자이셨으며, 연구원의 기틀을 일구었을 뿐만 아니라 전자파의 중요성을 당시부터 설파하신 분입니다.
이외에도 오늘 참석하신 여러 기관장님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석영 실장님을 대신해 축사를 해 주신 전파정책기획과 이현호 과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한국전자파학회가 창립된 1989년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태동기였으며 연구 환경이나 시설 등 연구개발을 수행할 국내 여건은 매우 척박했었습니다.
제가 당시를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미국 이스트만 코닥연구소(Eastman Kodak)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하다 귀국해 KAIST에 임용된 해가 1989년이기 때문입니다. 귀국을 위해 연구소에 퇴직 신청을 하자 연구소장이 “한국으로 가면 제대로 된 연구를 하지 못하고 후회하며 연구소로 돌아올 것이니 퇴직하지 말고 휴직을 하는 것이 어떤가?”라는 제안을 제게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여러 가지로 미비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도 부족했던 당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실태는 전자파 분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1970~80년대 전자파는 주로 군사 분야에서만 국한되어 활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도 몇몇 선각자들이 전자파가 미래 과학기술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각성과 혜안을 갖고 한국전자파학회 설립을 추진했습니다.
학회의 전신인 한국전자파기술협회의 이중근 초대회장님께서 시대를 앞선 이러한 비전을 제시하셨고, 한국전자파기술학회로 명칭을 변경한 후 1대 및 2대 회장을 역임하셨던 윤현보 회장님께서도 전자파의 미래가치에 대한 남다른 비전을 갖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KAIST 전자공학과 1호 교수인 나정웅 교수님은 1989년 북한의 제4땅굴을 발견한 ‘연속 전자파 지하 레이다’를 발명해 전자파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린 선각자였으며, 양승택 前 장관님은 1990년대 세계 최초로 CDMA 디지털 이동전화를 상용화시키며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정보통신강국으로 도약하고 삼성, LG 등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하셨습니다.
이렇듯 선배 과학기술자분들의 비전과 열정과 도전정신은 전자파 분야의 발전을 선도했고 국민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꿈과 자신감을 심어 줄 수 있었습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가 어렵던 시기에도 역사의 지평선 너머를 앞서 바라보며 큰 비전을 가졌던 이러한 선각자들이 한국전자파학회를 포함해 각 분야에 있었습니다. 이분들이 전자파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열정 어린 헌신을 몸소 실천하며 비전의 실현에 앞장선 덕분에 지난 30년간 이룬 업적을 기리는 축하의 자리가 마련될 수 있었습니다. 오늘 함께 해 주신 선배 과학기술자분들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선배들의 선각자적인 정신과 이에 기반을 둔 성공 뒤에는 이분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그 꿈을 함께 꾸며 열정과 헌신을 다한 후배들의 각별한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꾸는 꿈은 단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A dream you dream alone is only a dream, but the dream you dream together becomes reality”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함께 꿈을 꾸고 노력했기에 한국전자파학회의 30년 역사가 우리나라 과학기술 위상을 드높이는 성공스토리가 될 수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오늘 함께 한 후배 과학자들에게도 한 가지 당부드립니다.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s)이 전자파 분야의 태동에 초석을 마련한 결정적인 과학적 업적이라는 점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실 것입니다. 젊은 과학자 여러분은 선배들의 학문적 유산을 바탕으로 도전정신을 발휘해 맥스웰 방정식에 버금가는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여 전자파 분야의 획기적인 진전(Breakthrough)을 이루어 주시길 바랍니다.
2050년경이 되면 전 세계의 사람뿐 만 아니라 전자기기가 연결되어 광속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초연결(Hyperconnectivity) 사회’가 도래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는 국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까지 채택해 온 ‘Fast follower, 빠른 추격자’의 전략에서 ‘Global first-mover, 글로벌 선도자’ 전략으로의 파라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 국가적으로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전자파 분야에서는 한국전자파학회와 여러분이 ‘Global first-mover’가 되길 기대합니다.
KAIST도 대학사회에서 ‘Global first-mover’가 되기 위해 제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글로벌 가치 창출 선도대학(Global Value-Creative Leading University)”이라는 비전인 ‘비전 2031’을 제시하고 교육혁신과 연구혁신과 기술사업화 혁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교육측면에서는 ‘도전(Challenge)’과 ‘창의(Creativity)’와 ‘배려(Caring)’의 ‘C3’ 정신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혁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연구혁신을 위해서는 세계 최고(Best)이거나 최초(First)이거나 유일한(Only) 소위 B·F·O 연구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한편, 기술사업화 혁신을 위해서는 기업가정신 (Entrepreneurship) 교육을 강화하고 기술기반의 스타트업 육성을 장려해 이들을 기업가치 1조 이상의 유니콘(Unicorn) 기업, 나아가서는 10조 이상의 가치를 지닌 데카콘(Decacorn)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학회 창립 30년, 이제 이립(而立)을 맞이한 한국전자파학회는 원로회원의 경륜과 젊은 회원들의 역동적인 힘이 상생적인 기반이 되어 전자파 연구개발과 산업화의 ‘Global first-mover’가 되길 바라고, 이를 통해 세계를 향해 도전하며 국가와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전하며 축사에 대신합니다.
한국전자파학회 창립 30주년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 11. 22.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