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오늘 귀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김종석 기상청장님과 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장님께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확한 기상정보를 생산하고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 기상청 관계자 여러분께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고난도의 기상업무를 수행하면서 남다른 열정과 전문성을 발휘하고 계신 점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차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각종 이상기후 현상은 인류에게 심각한 도전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 영향으로 인한 기상재해가 국민의 삶과 국가안보와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피해로 나타나지 않도록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상예보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인공지능 기반 기상예보 시스템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련 연구를 위한 KAIST와 국립기상과학원의 협력을 지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KAIST 교수진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될 한국형 인공지능 기상예보 시스템인 ‘알파웨더(Alpha Weather)’는 미래 기상예보의 가치와 활용성을 한층 높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인공지능 기술 수준과 인재 경쟁력은 미국 등 인공지능 기술 선진국에 대비해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공지능 분야 특허와 전문가 규모를 살펴보면 이러한 격차의 심각성이 보다 뚜렷해집니다.
전 세계 인공지능 관련 특허는 미국이 47%, 중국이 19%, 일본이 15%를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비율은 3%로 미국의 6% 수준에 불과합니다. 지난 10년간 국제저널 논문과 특허를 발표한 인공지능 전문가의 수는 미국이 28,500여 명이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의 9% 수준에 불과한 2,600여 명입니다.
다행스럽게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그간 국내에서는 간과되었던 인공지능 연구개발과 활용의 중요성이 새롭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주 미국에서 개최된 ‘2020 International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참가했습니다. 인공지능이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는 “AI is everywhere”라는 표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가전제품뿐 만 아니라 헬스, 모빌리티 등 각종 분야별 인공지능 기술의 혁신과 창의적인 활용 사례가 부각된 행사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인공지능 기술력의 보유 여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 및 국가 간 글로벌 경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개발의 경쟁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은 2~3등의 기술은 의미가 없어지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기반 기상예보 시스템 개발에서도 이 원칙은 유효합니다.
IBM은 2017년 기상정보업체 ‘웨더컴퍼니(The Weather Company)’를 인수하고 작년 CES 행사에서 슈퍼컴과 IoT 센서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고해상도 기상예측 시스템인 ‘IBM GRAF(Global High-Resolution Atmospheric Forecasting)’를 발표했습니다.
‘알파웨더’ 연구팀이 ‘IBM GRAF’보다 더 좋은 인공지능 기상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면 기술개발 후발주자로서의 단점을 극복하고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원칙’에 따라 단숨에 인공지능 기상예측 분야의 글로벌 선도자(Global first-mover)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알파웨더’의 개발에 참여할 정송 학과장 이하 AI대학원의 교수진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연구그룹이며 국제무대에서도 차세대 인공지능 알고리즘 연구의 수월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KAIST가 보유한 인공지능 분야 우수한 인적자원과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Best)이거나 최초(First)이거나 유일한(Only) 소위 B·F·O의 연구목표를 향해 혼을 바쳐 도전한다면 ‘IBM GRAF’를 능가하는 알고리즘 개발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올해 CES에 다녀온 소회(所懷)를 간략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CES를 계기로 저는 우리나라의 미래에 희망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30여 년 전 처음 CES 행사장을 방문했을 당시 우리나라의 존재감은 미미했으며 우리 기업들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두 번째로 방문한 CES 행사장에서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많은 변화를 목격했습니다.
우선, 국내 대기업들이 CES를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에도 CES 메인 전시공간을 차지하고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었으며, 현대자동차는 도심항공 모빌리티 (Personal Air Vehicle) 컨셉트 모델을 전시했습니다.
이에 반해, 과거 전자 산업계를 대표하던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은 기존 사업영역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채 자동차를 신기술 구현의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모빌리티(Mobility)’ 분야에서 신사업 창출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위한 전용관인 ‘유레카 파크(Eureka Park)’에 올해 입성한 우리나라 기업의 수는 200개로 지난해(113개) 대비 77% 증가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169개 스타트업의 출품작 중 9개가 ‘CES 혁신상(Innovation Award)’을 수상했으며, 이 중 4개가 KAIST 창업기업들의 출품작입니다. 이러한 수상 실적은 KAIST가 개발한 기술의 수월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KAIST는 산업화 태동기였던 1971년 설립된 이래 국가 발전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국가가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 인재양성과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임무 중심 대학(Mission-oriented University)’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그 결과 KAIST는 지난 반세기 동안 박사 13,300여 명을 포함해 65,000여 명의 고급과학기술 인재를 배출했고, 이들은 산․학․연의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반도체 분야 대기업의 박사급 인력 중 약 25%가 KAIST 출신입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선진화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반도체를 포함한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해왔듯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KAIST는 기업과 국가의 발전을 견인하기 위한 다양한 혁신방안을 추진할 것입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쟁력은 인공지능 경쟁력에 달려있고 인공지능 경쟁력은 연구자들이 갖춘 경쟁력에 좌우되기 때문에 인공지능 분야에서 탁월한 교수진을 갖춘 KAIST는 기업과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입니다.
KAIST에는 AI대학원을 포함해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교수님들이 30여 명 재직 중이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적용한 응용연구를 수행하는 분들까지 포함하면 전체 교원의 약 20%인 120여 명이 인공지능 분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KAIST는 인공지능 기반의 기상예측 분야 연구를 수행할 최적의 파트너임을 자부하며 향후 이른 시일 내에 KAIST와 국립기상과학원의 연구팀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창출하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KAIST와 기상청의 협력을 다짐하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 분께 경자년(庚子年) 새해에는 건강과 축복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