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오늘 개교 50주년 기념 리더십 보드 간담회를 갖게 되어 뜻깊게 생각합니다.
리더십 보드의 위원 구성은 지난 3월에 마무리했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일정을 연기해 오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참석하신 동문과 주요 보직자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KAIST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신 정근모 장관님께서 이 자리를 빛내주셔서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971년 설립 이래 KAIST가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정보화를 선도했다면, 향후 반세기에는 인류의 발전과 번영에 기여해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내년에 맞이할 개교 50주년은 KAIST 발전의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KAIST 설립의 근거가 된『터만 보고서(Terman Report)』의 마지막 장인 ‘미래의 꿈(The Dream of the Future)’에는 “2000년이 되면 KAIST는 국제적 명성의 훌륭한 기술대학으로 성장해,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선봉장이자 국민의 자신감을 고양하고 자유로운 한국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되어 있을 것이다”라는 원대한 꿈이 담겨있습니다.
보고서가 작성될 당시는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 총생산(GDP per capita)이 북한과 비슷한 미화 약 260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터만 보고서에서 제시했던 꿈은 생각조차 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발표 자료에 소개한 한 장의 사진 속에서 여러분은 터만 보고서 프로젝트의 리더인 프레드릭 터만(Frederic E. Terman) 교수와 더불어 당시 유일한 한국인으로 보고서 작업에 참여했던 정근모 장관님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31세의 한국 청년이 도전하고 싶어했던 꿈은 반세기 만에 이루어졌으며, 대한민국의 경이적인 경제성장과 과학기술 발전에는 KAIST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KAIST가 대한민국 국가 경제와 과학기술 발전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발전해왔음을 증명할 수 있는 통계자료들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매년 세계 대학을 평가한 결과는 KAIST가 혁신대학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다지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구체적으로, KAIST는 2018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The World’s Most Innovative Universities)’ 랭킹 11위, 2016년부터 3년 연속 ‘아시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Asia’s Most Innovative Universities)’ 랭킹 1위, 2021년 ‘QS 글로벌 대학 랭킹(QS World University Rankings)’에서는 39위를 각각 차지했습니다. 참고로 QS 랭킹에서 40위 안에 포함된 국내 대학은 KAIST를 포함해 2개뿐입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KAIST는 13,750명의 박사를 포함해 6만 7천여 명의 고급과학기술인재를 양성했으며, 이들은 산·학·연·정 각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반도체 분야 대기업 박사급 인력의 약 25%와 대덕연구단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사급 인력의 약 25% 및 국내 이공계 대학의 교수 중 약 20%가 KAIST 출신입니다.
박사급 인력이 가장 많이 진출한 분야는 산업계로서 졸업생의 46%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53%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벤처 기업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누적 기준 1,800여 개의 KAIST 창업기업 중에는 1,200여 개가 생존해 있으며, 이들 기업의 연간 매출총액은 약 13조 6천억 원입니다. 정부가 지난 49년간 KAIST에 3조 9,000여억 원을 지원한 것을 고려했을 때 창업 하나만 보더라도 투자자본수익률(Return of Investment, ROI)이 매우 높은 성공한 프로젝트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국제개발처(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USAID)의 원조를 받아 설립된 KAIST는 USAID가 수행한 과학기술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성공모델로도 평가받고 있습니다. 미국과학공학의학한림원(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 NASEM)이 수행한 USAID의 성과 분석에 따르면 “KAIST는 대한민국이 어떻게 국제원조수혜국에서 과학기술 혁신의 리더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라고 보고서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외국의 많은 인사가 KAIST를 찾아오고 있습니다. 총장으로 취임 후 지금까지 60여 개 국으로부터 200여 명의 장관과 총장 및 대사급 인사들이 KAIST를 방문했으며, 개도국의 인사들은 한결같이 KAIST를 자국에도 설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KAIST를 벤치마킹한 기관 설립의 첫 번째 사례가 약 1,000억 원 규모의 케냐 과학기술원(Keny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설립 프로젝트입니다.
2022년 완공을 목표로 KAIST가 컨설팅을 맡고 있는 케냐 과학기술원 설립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대학 교육 모델을 최초로 수출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적·정치적 지경(地境)을 전세계로 넓히며 새로운 해외시장의 개척과 정치외교적 우군의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사례입니다.

그간의 성공을 바탕으로 KAIST의 향후 반세기는 새로운 꿈과 비전을 향한 도전의 시기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KAIST는 교육과 연구 및 혁신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해야만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인류의 문명을 혁신하는‘Global Innovator’,보다 나은 인류사회를 만들어가는‘Global Shaper’, 인류의 변화를 선도하는‘Global Changer’의 꿈을 향해 새롭게 도전해야 합니다.

이러한 꿈과 도전을 반영해 수립한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Global Value- Creative Leading University)’의 비전을 통해 KAIST는 글로벌 차원의 새로운 학문적·기술적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경제적 가치 창출로 연결하며,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발전과 번영을 위한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야 합니다.

이를 위한 노력의 바탕에는 KAIST의 인재상이기도 한 ‘도전(Challenging)’과 ‘창의(Creating)’와 ‘배려(Caring)’의 'C
3'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향후 50년간 'C
3' 정신의 지속적인 발현이 필요하다는 점을 진행형의 표현으로 강조했습니다.

2021년 2월 16일에 개최될 개교 50주년 기념식을 준비하기 위해 KAIST 1회 졸업생이며 1호 박사이신 양동열 추진위원장님을 중심으로『KAIST 개교 5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운영 중입니다.
세 분의 부총장님이 동문과 함께‘기획·행사분과’와‘비전·출판분과’및‘기금·홍보분과’의 책임을 맡고 계시며, 72명의 추진위원회 위원을 비롯해 37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활동하고 계십니다.
코로나19 위기가 내년 초까지도 지속될 경우를 예상해 온라인 기념식 개최가능성도 함께 열어놓고 준비 중이며, 위원회 간사로 수고하고 계신 김보원 기획처장님이 50주년 기념사업에 관해 더욱 상세한 발표를 해 주실 것입니다.

특히,「50주년 기념관」건립은 50주년 기념사업의 핵심 내용 중 하나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캠퍼스 건물들은 국가의 예산지원 또는 KAIST와 아무런 연고가 없으면서도 국가발전의 첨병 역할을 바라는 선의의 독지가들이 기부한 재원으로 건립되었습니다.
이와 달리, 설립 50주년을 계기로 동문과 교직원들이 뜻과 정성을 모아 기념 건물을 세운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많은 분의 제안에 공감해「50주년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50주년 기념관」은 KAIST의 향후 50년(KAIST for Next 50 Years)을 위해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첫째, 학생들이 C
3 정신을 겸비한 글로벌 리더십을 연마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입니다.
Harvard 케네디 행정대학원의 리더십 프로그램에 못지않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우수한 리더십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 인재들이 글로벌 선도자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50주년 기념관」의 핵심 목표 중 하나입니다.
둘째, 동문의 성공 스토리를 전시하는 공간을 조성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선배들의 성과를 접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고 미래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품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셋째, KAIST Club을 운영해 동문과 교직원이 교류와 소통을 할 수 있는 품격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것입니다.
넷째, 과학기술 기반의 혁신 전략을 모색하는 글로벌 싱크탱크의 거점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아시아 변방의 국가가 아니며, 세계 여러 나라가 벤치마킹하고 싶어 하는 혁신의 국가입니다. 따라서 미래 전략도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고민하고 제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철학을 반영해 출범한『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Global Strategy Institute, GSI)』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글로벌 협력방안’ 및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혁신’을 주제로 온라인 포럼을 각각 개최했으며, 이를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해 국내외 많은 분의 참여를 이끌어냈습니다.「50주년 기념관」에서 『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는 글로벌 싱크탱크로의 임무를 더욱 확대할 것입니다.
미래 세대의 글로벌 리더십 교육·훈련, 동문의 성공 스토리 전시, 교직원과 동문의 교류·소통 및 글로벌 전략 싱크탱크를 위한 공간으로서의 개념설계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산업디자인학과 배상민 교수님의 주도하에 태스크 포스 팀을 구성해 추진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50주년 기념관」이 구현할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수고해 주신 배상민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500억 원을 투자해 연면적 5,000평 규모로 건립하기 위한 재원 마련은 가급적 많은 동문과 교직원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 추진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1월 총동문회 신년교례회에서 장병규 동문이 기부한 100억 원은「50주년 기념관」건립의 마중물로 사용될 것이며, 다른 분들로 하여금 기부를 결심하실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좋은 선례가 될 것입니다. 통 큰 기부로 목표한 건립기금 확보의 희망을 선사하고 오늘 간담회에도 참석하신 장병규 동문에게 감사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인류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하고, 교육 등 대학의 역할을 혁신하며 대한민국의 국격 상승을 견인하겠다는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의 비전과 더불어 향후 50년간 KAIST가 이뤄야 할 꿈은 ‘10-10-10 Dreams’입니다.
첫째, 10명의 Singularity Professor를 배출할 것입니다. Singularity Professor로 임용되는 교원이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할 도전적 연구에 집중하도록 지원할 것이며, 이를 통해 창출될 성과는 노벨과학상이나 필즈상(Fields Medal) 수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둘째, 10개의 데카콘(Decacorn) 기업을 육성할 것입니다. 이미 5개의 유니콘(Unicorn) 기업이 탄생된 경험을 바탕으로 50년 후에는 기업가치 10조 원 이상의 데카콘 기업을 배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10개의 KAIST(10 X-KAIST)를 전 세계에 설립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3개 국가의 수반들이 KAIST를 벤치마킹한 기관 설립을 요청해왔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며, 10 X-KAIST 설립을 통해 50년 후에는 KAIST의 지경이 전 세계로 확장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혼자서 꾸는 꿈은 단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새로운 역사가 될 것입니다. KAIST의 꿈과 비전의 실현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