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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LEADERSHIP

연설문

2020 KPF 인증서 수여식 축사

작성자 PR Office 작성일 2020.08.24 조회수2019


KPF(KAIST Presidential Fellowship) 장학생 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여러분을 직접 만나서 축하해주지 못하고 원격화상으로 인증서 수여식을 진행하게 되어 무척 아쉽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가 형식면에서는 이전과 다른 이색적 행사로 우리 기억에 오래 남을 것입니다.

먼저, 여러분의 KAIST 합격과 더불어 KPF 장학생으로 선발을 충심으로 축하합니다.

KAIST는 이공계 상위 0.3% 이내에 속하는 학생들이 입학하는 최고의 대학이며, KPF 장학생은 합격자 중 약 3%만이 선발됩니다. 비율로 보면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 일만 명 중 단 한 명만이 KPF 장학생으로 선발되는 것입니다. 군대로 비유하면 일만 명을 통솔하는 사단장급 인재를 선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여러분 모두 남다른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학 생활을 하던 반세기 전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북한보다도 낮은 300달러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반세기 만에 국민소득은 일백 배가 증가해 3만 달러를 돌파했으며, 무역수출액은 약 일만 배가 증가해 경제 규모 측면에서 세계 12위를 달성하는 등 기적과도 같은 경제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1970년대에는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SCI 논문이 한 편도 없고 미국 특허 역시 한 건도 없을 만큼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의 불모지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연구 실적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해 현재 우리의 과학기술 역량은 논문을 기준으로 세계 12위를 기록할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반세기 만에 달성한 눈부신 국가 발전의 사례는 전 세계 역사가와 경제학자들에게 좋은 연구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의 동인은 선진국을 재빠르게 따라 하는 ‘Fast-Follower, 빠른 추격자’ 전략이었습니다. 향후 지속적인 국가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의 발전 전략을 탈피해 새로운 ‘Global First-Mover, 글로벌 선도자’로서의 전략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공계 분야 인재들이 글로벌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여부가 향후 반세기 우리나라의 국가 위상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인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KPF 장학생 여러분이 이러한 중차대한 역할의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큰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께 KPF 장학금을 지원하는 한편, 멘토 교수님들이 여러분을 1:1로 성심껏 지도할 것입니다. 멘토 교수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뛰어난 실력과 훌륭한 인품을 모두 겸비하신 젊은 과학자들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KPF 장학생으로 선발된 여러분께 세 가지를 특별히 당부하고 싶습니다.

첫째, 글로벌 선도자로서의 미래를 꿈꾸면서 남들이 가지 않은 자신만의 진로를 개척하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향후 어느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든지 자신만의 독특한 도전의 길을 개척하고, 이를 통해 그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선도자가 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추구해야 합니다.

저를 포함해 과학기술계에 몸담은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특정 전공 분야에서 실력을 연마하며 대학의 교수나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성장하는 비슷한 목표를 추구했었습니다. KAIST 박사급 인력의 약 95%에 이르는 절대다수는 졸업 후 과학기술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전공 분야의 교수와 연구자로 성장하겠다는 꿈을 갖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진로의 스펙트럼을 넓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함께 권하고 싶습니다.

본인의 적성에 맞는 새로운 분야를 발굴하고 그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자가 되기 위해 매진하기 바랍니다. 기술기반의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하거나, 이공계 지식을 배경 삼아 최고경영자로서 첨단기업을 운영하고, 과학언론인으로서 최신 과학기술 정보를 대중에게 전하는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생활 동안 어떤 진로를 선택할지 심사숙고해야 하며, 자신의 길을 정한 후에는 각자가 꿈꾸는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준비하길 바랍니다.

둘째, 폭넓은 교우관계를 가져야 합니다.

학문의 특성상 이공계 학생들은 같은 분야의 전공자들을 중심으로만 교류하며 친구의 폭을 상대적으로 좁게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4년의 대학 생활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강의실과 도서관 및 연구실에서 보내며 폭넓은 교우관계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친구들과 사귀며 여러분의 학문과 삶과 생각의 폭을 확장한다면 재학 기간 동안 학업적인 성취는 물론 힘들고 외로운 순간도 잘 극복할 힘을 얻을 것입니다.

따라서, KAIST 재학 기간 중 고등학교 동문과 전공을 초월해 많은 친구와 대화하는 등 폭넓은 교우관계를 갖기위해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학창 시절 이해관계가 없이 사귄 친구들은 졸업 후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할 때에도 여러분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특별히 외국 학생들과도 적극적으로 사귀기를 바랍니다. KAIST 재학생의 약 10%가 90여 개 국가에서 유학을 왔으며, 이들과의 사귐은 여러분의 시야를 넓혀 사고의 영역을 세계로 확장시켜 줄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게 될 때는 이들이 성원과 조력을 보내는 든든한 우군이 될 것입니다.

셋째, 리더십에 관심을 갖고 이를 연마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주역이 되어 살아갈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술패권의 시대이자 다양한 분야에서 과학기술자들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20년 전 국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의 약 2/3는 상경계 및 사회계열 출신이었으며 약 28%만이 이공계 출신이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 현재에는 약 41%의 최고경영자가 이공계 출신일 만큼 과학기술 리더십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전자기업을 경영하는 사장급 리더의 약 80%가 이공계 출신입니다.

대학의 경우도 KAIST 등 우리나라 6개 대표대학 총장 중 5명이 이공계 출신입니다. 21세기 가장 존경받는 정치 지도자 중 한 명인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는 물리학 박사이며 연구원 출신이고, 중국에서는 현 시진핑 주석을 위시하여 전통적으로 이공계 출신인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들이 국가의 리더를 맡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공계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여러분이 리더십을 함양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리더십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며, 수련(修鍊)의 과정을 통해 길러지는 것입니다. KAIST는 다양한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리더십을 훈련하고 연마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에는 ‘KAIST 글로벌 리더십 과목’을 개설할 예정이며, 이를 수강한 학생들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일곱 가지 자질인 도전, 창의, 배려, 신뢰, 정의, 의사소통 및 글로벌 매너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KPF 장학생들은 졸업전 ‘KAIST 글로벌 리더십 과목’을 필히 이수하기를 권합니다.

다시 한번 KPF 장학생으로 선발된 여러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KPF 멘토로 수고해 주실 교수님들께도 미리 감사드립니다.

2020. 8. 24.

KAIST 총장 신 성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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