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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LEADERSHIP

연설문

2020년 8월 교수 정년퇴임식 축사

작성자 PR Office 작성일 2020.08.18 조회수1912


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교수님들의 정년퇴임식을 거행하게 되어 매우 뜻깊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행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2월 연기된 정년퇴임식을 겸해 준비했고, 2월 정년퇴임을 하신 열 아홉 분과 8월에 정년을 맞이하신 열 한 분 등 총 서른 분의 교수님 중 여러 사정상 여덟 분만 참석하셨습니다.

정부 지침에 따라 대면-비대면 방식을 혼합해 거행하게 되었으며, 축하의 마음을 전하려는 많은 분은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으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전과는 다른 소규모의 행사지만, 형식 면에서는 이색적인 정년퇴임식으로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입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대학이자 세계적인 대학인 KAIST에서 이렇듯 건강한 모습으로 축복 속에 정년을 맞이하는 것은 인생의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모럴과 규범이 급변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무사히 정년을 맞이하시는 것은 큰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세월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오셨기에 오늘 같은 영광스러운 날을 맞이하셨습니다. 교수님들이 마음껏 연구하고 교육하며 봉사하실 수 있도록 내조해주신 배우자분들과 가족분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지원한 제자들의 수고가 있었기에 오늘의 행복과 영광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대표하여 여러분 모두에게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정년으로 퇴임을 하시는 교수님들은 1955년생으로, 6.25 전쟁 직후 전 국토가 폐허가 된 시기에 태어나셨습7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국민소득이 미화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던 세계 최빈국이었지만, 여러분들께서는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고 학창 시절 치열하게 공부하여 전문가로서의 목표를 달성하셨으며, KAIST에 부임 후 학문의 높은 뜻과 교육에 큰 열정을 가지고 KAIST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셨습니다.

오늘 정년퇴임을 하시는 교수님들은 저보다 3년 후배로서 비슷한 시기에 인생의 공통궤적을 그리며 동고동락한 분들이기에 남다른 감회와 특별한 감동이 있습니다.

회고 영상을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듯이 한평생을 오직 과학기술과 국가 발전만을 생각하고 헌신하신 우리 교수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큰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오준호 교수님은 ‘휴보의 아버지’로 KAIST 글로벌 위상 제고에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미국‧유럽 등 로봇 강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투자비용은 100분의 1에 불과했지만 2015년 DARPA 로보틱스 그랜드 챌린지(The DARPA Grand Challenge) 우승을 차지하며 로봇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크게 떨치셨습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 전시된 휴보를 아직도 전 세계의 많은 분이 언급할 정도로 우리나라 기술 혁신의 획을 긋는 큰 업적을 창출하셨습니다.

“98% 수준에 도달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나머지 2%를 채우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완벽해지는 수밖에 없다”는 오준호 교수님의 남다른 자세는 우리 모두와 제자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입니다.

이윤준 교수님은 영상 속에서 “잘 맞는 분야를 알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는 한 학생의 강의 평가가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그동안 지켜본 이윤준 교수님은 늘 제자들의 학문적 성장과 행복에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총장으로서 저 역시 우리 학생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자신의 꿈에 도전할 수 있는 행복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구성원이 더욱 행복한 캠퍼스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이윤준 교수님께서 많은 지혜를 전수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이광형 교수님은 KAIST에서 아이디어와 열정과 헌신의 대표적인 아이콘입니다. 바이오및뇌공학과와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설립의 산파로서 프로그램 출범과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셨습니다.

또한, 발전기금 유치에도 많은 기여를 하셨으며, 최근에는 ‘비전 2031 총괄 공동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저와 함께 다양한 혁신전략을 수립하셨고, 현재는 교학부총장으로서 ‘글로벌 가치 창출 선도대학(Global Value-Creative Leading University)’의 비전 2031 실현에 앞장서고 계십니다. 앞으로도 KAIST가 21세기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 가치를 만들어가며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의 비전을 성취할 수 있도록 많이 기여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채수찬 교수님은 美 Rice대 종신교수, 대통령 특사, 전국 최다득표 17대 국회의원 당선, KAIST 대외부총장 등 하나만 경험하기도 어려운 많은 이력들을 갖고 계십니다. 그런데도 늘 겸손과 배려의 자세로 구성원들에게 귀감이 되는 분입니다.

제가 채수찬 교수님의 폭넓은 경험과 인품에 매료되어 대외부총장직을 맡아주시길 부탁드렸을 때 “저는 사람을 위해서 일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셔서, “저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을 찾지 않고 KAIST 발전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찾고 있으므로 채수찬 교수님 같은 분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씀드려 수락을 끌어낸 기억이 있습니다.

회고 영상 말미에 떠날 때는 말 없이 웃으며 가시겠다고 하셨지만, 개교 50주년 준비 등 대외부총장으로서 할 일이 많이 남아있어 아직 가실 때가 아니십니다. KAIST를 위해 더 많은 기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용희 교수님은 40여 년 전 KAIST 물리학과 후배로서, 그리고 지난 30여 년은 물리학과 동료 교수로서 함께 지낸 분입니다.

항상 창발적 아이디어와 학문적 열정으로 수행한 광학 분야 연구와 제자 양성을 통해 우리나라 광학 분야 발전에 한 획을 그으신 분입니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노 레이저 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성과를 창출하셨고, 이러한 업적으로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상을 받으셨습니다. 향후 우리가 모두 소망하는 더 큰 상을 꼭 수상하시길 바랍니다.

한편, 고등과학원장을 역임하며 행정 능력으로 기관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교수님의 학문적 업적은 ‘초세대 협업연구실’을 통해 후배 교수들의 지속적인 연구로 이어지며 KAIST의 학문적 유산으로 계승·발전될 것입니다.

진교택 교수님은 저와 같은 해에 임용된 소위 ‘입사 동기’라 각별한 정이 있습니다. 1989년 KAIST와 KIT가 통합되던 변화의 시기에 함께 임용되어 기관 발전에 헌신하셨으며, 학부 교육을 위해 각별히 노력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교내에서 교수중창단, 교수축구회 등의 문화·체육 활동을 통해 삭막해지기 쉬운 교수사회의 분위기를 친화적으로 변화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한편, 오늘 회고 영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세계를 무대로 왕성하게 연구 활동을 수행하셨습니다. 우리 대학이 글로벌 가치 창출 선도대학의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활동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동안 진교택 교수님께서 쌓아오신 국내외 협업 네트워크가 계승‧발전될 수 있도록 후배 교수님에게 많은 지도를 부탁드립니다.

김승우 교수님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적 연구를 통해 항상 주변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 넣어 주신 분입니다.

특히, 극초정밀 광계측 연구를 통해 세계적 업적을 지속적으로 창출하여 KAIST 연구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셨습니다. 기계공학 전공 교수가 과학 저널인 Nature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탁월한 연구업적을 창출하셨습니다. 이러한 학문적 연구성과를 기술 기반의 창업으로 연결해 코스닥에 상장하는 등 KAIST에 창업 DNA를 심고, KAIST가 벤처 사관학교로서의 명성을 얻는 데 일익을 담당하셨습니다.

정년퇴임을 하시지만, KAIST가 교육과 연구와 기술사업화가 융합된 소위 ‘삼중나선(Triple-Helix)’의 대학 모델을 정립하는데 지속해서 기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박종욱 교수님은 재료 연구 분야에서 큰 업적을 이루셨으며, 특히 우리나라 센서 재료 개발의 선구자이십니다. 교수님이 개발한 음주 측정 센서가 큰 인기가 있었는데, KAIST 애주가 교수님들이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회고 영상에서 박종욱 교수님은 “제자들에게 전해 준 것이 적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엄사출고도(嚴師出高徒)라는 말처럼 ‘훌륭한 스승이 있었기에 훌륭한 제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섬기는 대상이 아니라 밟고 올라가는 버팀돌”이라는 철학을 평생토록 실천하신 교수님의 모습은 우리 학생들과 후배 교수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입니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2021년 개교 5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 대학은 지난 반세기 국가와 국민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어 왔습니다. 코로나와 더불어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암울한 작금의 시기에, 많은 분으로부터 “KAIST가 다시 한번 희망의 등불이 되어 달라”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KAIST에 대한 기대를 거액의 기부로 직접 표시하는 분들을 연이어 만나 뵈면서 미사여구(美辭麗句)의 말이 아님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기부와 관련하여 몇 가지 구체적 사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달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되었지만, 광원산업 이수영 회장님께서 676억 원을 기부하셨습니다. 여든 평생을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기부하신 것이며, 이전 두 차례의 기부를 합치면 총 766억 원입니다.

7월 23일 기부 약정식 후 개최된 기자 간담회에서 한 언론 기자분이 “왜 모교인 서울대가 아닌 KAIST에 거액의 기부를 하시는가? 그것도 세 차례나 하시게 된 이유가 있는가?”라고 질문했습니다. 이수영 회장님의 답변은 너무나 분명했습니다. “대한민국이 더욱 부강해지고, 나아가 인류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하려면 과학기술이 발전해야 하는데, 바로 KAIST가 그 역할을 해줄 것이라 확신했다”라고 답하셨습니다.

작년에 50억 원의 부동산을 기부하셨던 손창근 회장님은 연초에 9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두 번째로 기부하셨습니다. 손 회장님은 KAIST와 아무런 연고가 없으시며, 더욱이 아들과 사위가 다른 대학의 교수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대학에 두 차례에 걸쳐 기부하신 것은 KAIST가 대한민국의 희망이라는 확신이 있으셨기 때문입니다.

한편, 가까운 장래에 500억 원 규모의 거액 기부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기부자께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대학의 글로벌 가치 창출 비전과 AI 혁신 인재 양성에 큰 기대를 걸며 기부를 결심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KAIST와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이런 거액 기부자들을 뵐 때마다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존경심과 함께, 총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게 됩니다.

KAIST가 지난 반세기 그래왔듯이 국가적 위기 극복과 국가 경제 발전에 공헌하고, 나아가 인류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과 함께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우리의 도전과 혁신이 새로운 미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그동안의 경험과 지혜를 은퇴 후에도 끊임없이 보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년 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6세였습니다. 인생의 초반 30년의 준비기를 거쳐 65세까지 활동기를 마치고 은퇴하며 이후 노년기는 인생을 정리하는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초고령 시대에 진입하여 머지않아 평균 수명 90세~100세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따라서, 65세 정년퇴임 후에도 10~20년 정도 ‘욜드(Yould)’, 즉 ‘Young-Old Generation(청노년기)’를 보내야 합니다. 그러므로 제2활동기인 청노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은퇴 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추구해야 할 세 가지 ‘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재미’와 ‘묘미’와 ‘의미’입니다. 제1활동기에는 재미와 묘미를 추구하는 삶을 살았다면, 제2활동기인 청노년기에는 의미의 삶을 추구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쌓아온 훌륭한 지식과 경륜을 이웃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데 활용하고, 나아가 국가와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신다면 제2활동기는 매우 값진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이미 여러 명예교수님께서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고 계십니다. 최병규 명예교수님은 다문화 가족 어머니 교육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은퇴하시는 성풍현 명예교수님은 ‘케냐 과학기술원(Keny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설립 사업의 단장을 맡고 계시며, 여러 은퇴 교수님들께서도 자문교수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케냐 과학기술원’ 설립은 KAIST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도모하고 대한민국의 지경(地境)을 전 세계로 넓히는 매우 특별한 사업입니다. 안성태 창업원장님은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을 창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육성과 창업가 교육에 매진하고 계십니다.

이와 같이 은퇴 후에도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협력이 필요하거나 제안이 있으면 학교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은 ‘청춘’이라는 시에서 “청춘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한다. 이상과 열정과 희망을 잃지 않는 한 여든 살 이라도 청춘이다”라고 했습니다. 아무쪼록 은퇴 후에도 이상과 열정을 잃지 마시고 더욱 행복하고 축복된 삶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행사 준비에 수고하신 교무처장 이하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행사에 참석한 모든 분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며 축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2020. 8. 18.

KAIST 총장 신 성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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