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직원 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총장 신성철입니다.
KAIST의 가족이 된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작년부터 신입직원 채용제도가 변경되어 여러분은 총장 면접을 거치지 않았지만, 채용 절차를 총괄한 행정처장의 보고를 받고 큰 기대를 가졌습니다.
오늘 신입직원 대표가 발표한 17명 각자의 소개 내용을 접하며 다양한 교육과 경력을 갖춘 출중한 인재들을 신입직원으로 맞이하게 된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기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KAIST를 새로운 직장으로 선택한 여러분은 탁월한 결정을 하셨습니다. KAIST는 정직원으로서의 높은 자긍심을 가질만한 훌륭한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계 인사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제가 총장임을 알지 못하는 시민들도 “KAIST에서 근무하시는지요? KAIST가 우리나라의 희망입니다”라는 기대와 격려의 말씀을 하시는 경우를 자주 접합니다. 그럴 때면 저도 큰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되며, 학교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봉사하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합니다.
반세기전 KAIST의 시작은 미약했습니다. 1971년 설립 후 처음 학생을 선발했을 당시에는 150여 명 안팎의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작은 규모의 기관이었으며, KAIST의 예전 명칭이었던 ‘한국과학원’을 아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KAIST 구성원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학기술 엘리트라는 자부심이 매우 강했으며, 모두가 미래에 대한 꿈을 간직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 결과 반세기 만에 KAIST는 대한민국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성을 갖춘 대학으로 성장했습니다.
KAIST의 발전과 이를 통한 국가 과학기술 혁신 및 경제성장에 대한 높은 기여를 증명할 몇 가지 통계를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시장의 2/3를 차지할 만큼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우리나라 반도체 선도기업들의 박사급 인력 중 약 25% 및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대부분의 CEO가 KAIST 출신입니다.
대덕연구단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사급 인력의 약 25%도 KAIST 출신입니다.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관장들은 KAIST 출신 인재들이 얼마나 많이 재직하고 있는지가 해당 기관의 경쟁력을 입증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국내 대학 이공계 교수 중 약 20%가 KAIST가 배출한 인재들입니다.
KAIST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은 외국인과의 교류를 통해 더욱 실감합니다.
KAIST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주한 외국 대사 모임에 자주 참석합니다. 어느 날 모임의 참석자 중 한 분이 저를 신임대사에게 소개하며 “Prof. Shin is the president of KAIST. KAIST is MIT in Korea”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다른 대사가 “You are wrong. MIT is KAIST in USA”라고 말하며 KAIST에 높은 평가를 해주었습니다.
총장으로 취임 후 지난 3년여 간 60여 개 국가에서 200여 명의 장관과 총장 및 대사급 인사들이 KAIST를 방문했습니다. 신임 대사들의 초기 방문 기관 목록에는 항상 KAIST가 상위에 포함되어 있으며, 이번 주에는 주한 콜롬비아 대사의 내방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인사들은 국가발전을 위한 KAIST의 역할에 대해 주목하고 자국에도 KAIST를 설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합니다.
KAIST의 설립 목적은 산업화의 과정에서 긴급히 필요한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공급하고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KAIST는 이러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반세기 만에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는 존재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최근 광원산업 이수영 회장님께서 676억의 부동산을 KAIST에 기부하셨습니다. 이수영 회장님은 2012년과 2016년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기부를 결심하신 이유를 “KAIST가 한국과 인류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최고대학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향후 반세기 KAIST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도약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총장으로 취임 후 제시한 비전이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Global Value-Creative Leading University)’입니다.
KAIST 비전의 꽃을 피울 주역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국가 발전은 물론 인류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하는 대학으로 발전해 국민에게 자긍심과 자부심을 선사하겠다는 미래 비전의 실현 여부는 여러분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분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자세를 당부드립니다.
첫째, KAIST의 비전을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KAIST에서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일한다면 오늘의 기쁨과 설렘은 얼마지 않아 사라지고 타성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KAIST가 추구하는 가치를 업무 수행의 기준으로 삼고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의 비전을 실현하는 일에 동참해 기여하겠다는 자세를 갖는다면 직장 생활도 달라질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를 통해 여러분은 사명감을 발휘하며 헌신과 열정을 바쳐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며, 매일의 시작을 기대와 설렘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 행정의 총수인 총장으로서 저도 이러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치 추구에 대한 비전과 설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총장으로 취임 후 3년 반이 지난 지금도 업무 수행에 지치지 않고 열정을 바치고 있습니다.
둘째, 고객 감동의 서비스 정신으로 일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고객은 교수와 학생 및 관련 부서의 직원입니다. 이분들을 위해 서비스 정신을 실천해야 하며, 그 핵심은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입니다.
각종 업무규정은 끊임없이 확장되는 대학 행정의 모든 영역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규정집에는 적용 가능한 항목이 없어 여러분이 권한을 갖고 처리해야 할 경우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럴 때마다 협조를 요청한 교수나 학생, 또는 관련 부서 직원에게 “규정이나 절차가 없으니 처리할 수 없다”라고 답변하는 소극적인 자세는 지양해야 합니다.
오히려 “규정에는 없어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긍정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설령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여러분의 고객은 감동을 하고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태도를 바탕으로 인사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직장 분위기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인사 예절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긍정과 상호존중의 문화를 캠퍼스에 확산시켜 주길 바랍니다.
셋째, 프로 정신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주어진 업무를 좀 더 잘 수행할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며, 끊임없는 자기개발을 통해 업무수행 역량과 전문성의 제고를 도모하는 프로 정신을 갖춰야 합니다.
행정조직의 처장과 부장 및 팀장들이 기울이는 노력을 본받아 프로 정신을 갖춘다면 타 대학의 행정혁신을 위한 자문과 강의를 해 줄 전문가로 성장할 것이며, 향후 전 세계에 설립될 KAIST 패밀리 대학에서 행정 역량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 진행되는 ‘케냐 과학기술원(Keny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 Technology)’에 이어 2개 국가가 KAIST를 벤치마킹한 기관 설립을 요청해왔습니다.
또한, 국제화된 KAIST의 위상에 맞게 한·영 이중언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글로벌 소통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직원의 업무능력은 함께 근무하는 1년 정도의 기간 안에 파악이 됩니다. 내년에 여러분은 누구나 기피하는 직원이나 업무능력이 어중간한 직원이 아닌,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직원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주길 당부드립니다.
다시 한번 자랑스러운 KAIST의 행정을 담당할 정직원이 된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KAIST 재직기간 동안 여러분이 삶의 가치를 찾고 행복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0. 8. 3.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