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존경하는 이수영 회장님의 발전기금 기부 약정식을 갖게 되어 매우 뜻깊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발전기금 기부 약정을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하신 여러 보직교수 및 학생 대표, 그리고 기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수영 회장님은 2012년 KAIST 명예박사학위를 받으셨기에 KAIST 동문이자 학생 여러분의 대선배이시기에 오늘 행사를 통해 이사장님에 대한 더 큰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 회장님은 17년간 언론기자로서 역동적으로 활동하셨기에 기자 여러분들의 대선배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더불어 정치, 경제, 사회적 난국을 겪고 있어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이수영 이사장님의 거액 기부는 KAIST 발전에 커다란 원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년 9월초에 이수영 이사장님께서 제게 기부의사를 밝히셨습니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이사장님은 2012년과 2016년에 우리 대학에 큰 기부를 하셨고, 이번이 세 번째 기부입니다.
이수영 이사장님께 기부금을 어디에 활용하길 원하시는지 여쭈어보자 “우리나라에서 노벨과학상이 나오는 것이 소원인데 KAIST에서 노벨수상자를 배출하는 데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시에 저는 노벨과학상을 수상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적 업적을 이룰 과학자를 배출하기 위해 ‘Singularity Professor(특이점 교수)’ 제도를 신설하고 이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자 기부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소개해드리자 이사장님께서는 당신의 꿈을 실현시켜 줄 훌륭한 제도라고 반기시며 이를 위해 기부금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후 여러 사정으로 인해 9개월의 시간이 진전 없이 흘러갔습니다. 초조한 제 마음을 읽으셨는지 이수영 이사장님께서는 저를 만나실 때마다 “신 총장, 내 마음 안 변해요. 걱정마요”라며 안심시켜주셨습니다.
마침내 변하지 않은 마음으로 기부를 결심하셔서 오늘 공식 행사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 676억 원은 KAIST 역사상 가장 큰 기부액입니다.
이수영 이사장님은 평생 피땀으로 일군 재산을 KAIST에 기부하셨습니다. 이 뜻깊은 기부에 충심으로 경의를 표하며 전 구성원을 대표하여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KAIST는 이사장님께서 기부를 통해 보여주신 거룩한 뜻을 기리며, 기부의 목적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이수영 이사장님은 오늘 KAIST에 최고의 기부금을 통해 뜻깊은 물질적 유산뿐 아니라 소중한 정신적 유산을 남기셨습니다. 우리가 조명하며 기억해야 할 소중한 유산은 바로 이사장님께서 여든 평생의 삶을 통해 보여주신 세 가지 정신입니다.
첫째, ‘끝없는 도전적 삶’의 정신입니다.
이수영 이사장님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여성 교육이 극히 제한적이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도 치열하게 공부해 경기여중‧고, 서울 법대를 다니시면서 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으셨습니다.
이후 1980년 언론사에서 해직되실 때까지 17년간 기자생활을 하셨습니다. 이사장님은 ‘당장 내일 그만둬도 후회 없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당시 시대와 사회를 위한 책임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특종 기자로서의 명성을 쌓으셨습니다.
또한,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도 목축업에 관심을 가지고 1971년에 광원목장을 창업하며 기업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하셨습니다.
전국에 건설 붐이 불던 1980년대 초에는 모래 채취 사업을 하면서 경제적인 성공을 이루셨고, 1988년부터는 부동산업에 도전해 애물단지의 건물들을 보물단지로 바꾸는 탁월한 경영 수완을 발휘하며 오늘날의 광원산업을 일으키셨습니다.
‘남들이 불가능(Impossible)이라고 말할 때 나는 가능하다(I’m possible)’는 정신을 가지셨기에 지금의 이수영 이사장님이 계시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올곧은 삶’의 정신입니다.
이수영 이사장님께서는 인생의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마다 불법이나 편법이 아닌 항상 정도(正道)만을 선택하셨습니다. 심지어는 조직폭력배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는 순간에도 불의에 굴하지 않는 강한 정신을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늘 진정성을 갖고 타인을 대하셨는데, 본인의 수술이 급한 상황에서도 입원을 미루고 세입자와의 신뢰를 지키려 하셨던 이사장님의 일화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셋째, ‘배려하는 삶’의 정신입니다.
이수영 이사장님은 사회에 소외된 자나 부모 없이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집에 데려와 친자식처럼 돌보아 주셨습니다.
항상 가치 있는 일을 통해 이웃은 물론 우리 사회에 기쁨과 행복을 나누고자 기부자의 삶을 살아오면서도 이를 결코 자랑하지 않으셨습니다. KAIST에 보내주시는 성원에 감사드릴 때면 “KAIST와 인연을 맺게 되어 이미 넘치는 축복과 은혜를 받아 행복하다”고 답하셨습니다.
이수영 이사장님께서 평생의 삶을 통해 보여주신 ‘도전정신’, ‘올곧은 정신’, ‘배려정신’을 KAIST 구성원 모두는 소중히 간직하며 이어나갈 것입니다.
오늘 발전기금 기부 약정식은 대한민국 기부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매우 특별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수영 이사장님께서는 평소 기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며 “자식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기부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에는 후손들이 용기와 도전 정신을 갖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사회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이사장님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사장님의 고귀한 정신과 실천이 우리 사회에 배려와 나눔의 새로운 선진 기부문화를 정착‧확산시키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수영 이사장님께서는 “돈은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비로소 수확하는 것이고, 지금까지 씨를 뿌리는 삶을 살았으니 이제는 거두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씀하시며 KAIST에 기부를 결심하셨습니다.
이사장님께서 평생 피땀으로 뿌린 씨앗이 KAIST에서 풍성한 결실을 맺어 KAIST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나아가 인류의 발전과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가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시 한번 이수영 이사장님께 감사드리며, 이사장님께서 큰 결심을 하실 수 있도록 외조해주신 김창홍 변호사님께도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두 분께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이수영 이사장님과 김창홍 변호사님 두 분의 여생에 늘 축복과 은총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 7. 23.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