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최근 코로나19 감염병과 집중호우 등 유례없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범세계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비롯해 찬란한 문명을 꽃피운 인류이지만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일련의 위기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욱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서로를 배려하는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 사업’을 발족하는 뜻깊은 자리에 함께하신 주요 보직자분들을 비롯해 배충식 사업단장님과 스물 세 분의 참여 교수님께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업단의 면면을 살펴보면 메타 융합의 전형을 보게 됩니다. 화학 등 바이오·의료 분야와 전통적으로 관련된 학과를 포함해, 기계공학과 산업디자인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교수진으로 구성된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 사업단’은 초학제 융합연구를 지향하는 메타 융합 연구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의대와 병원이 없는 KAIST가 국가적인 감염병 위기 극복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의사들을 만나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표출된 문제들을 접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코로나19 감염 보호·진단 장비, 백신, 치료제 등의 개발을 위해서는 과학자와 공학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파악했습니다. 이에 따라 KAIST의 역할을 새롭게 모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채수찬 대외부총장님과 배충식 공대학장님을 중심으로 관심 있는 교수님들이 참여한 테스크포스팀을 운영해 연구과제들을 도출했으며, 이들 과제를 선별하여 사업의 중점 추진내용에 반영했습니다.
이후, 4월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기영 장관님이 주재한「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과학기술계 기관장 간담회」에서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 사업’으로 처음 제안했습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뉴딜 사업’이란 표현은 KAIST가 최초로 사용했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 사업’에 대한 호응이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사업의 세부적인 내용을 상세히 소개해 드린 이후에는 여러 우려를 잠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계를 포함해 많은 분의 지지와 성원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매일경제신문이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 사업’을 다룬 심층취재 기사를 3면에 걸쳐 게재하고, 제가 사업의 취지와 핵심을 소개한 글을 기고한 이후 이 사업에 대한 관심과 긍정적인 평가가 주목할 정도로 증가했습니다.
최기영 장관님께서도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 사업’의 세부 내용과 계획을 접하신 후 “역시 KAIST는 남다른 기관이다”라고 말씀하시며 큰 기대를 표명하셨습니다.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사업비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분이 노력하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채수찬 대외부총장님과 배충식 공대학장님, 고기영 교수님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국회의원님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병선 1차관님, 강상욱 미래인정책국장님의 수고와 지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사업구상을 처음 발표 후 4개월의 단기간 내에 4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이 중 올해에만 222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게 되었습니다.
사업의 구상부터 예산의 확보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KAIST의 저력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 사업’의 발족은 총장의 제안에 KAIST 구성원 여러분이 화답하고 합심해 혼신을 다한 결과입니다.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 사업’은 국가 성장을 견인할 뿐만 아니라, 인류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사업입니다.
KAIST가 반도체 시대를 선도한 것과 같이, 포스트 반도체 시대에 바이오·의료 분야의 연구개발을 통해 국가 경쟁력 향상에 다시 한번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바이오·의료 분야의 세계시장 규모는 약 1,800조 원이며, 이는 반도체와 자동차 시장을 합친 규모를 능가합니다. 우리나라가 바이오·의료 선도국으로 도약했을 때 누리게 될 경제적 파급효과도 그만큼 클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 사업’은 인류 사회의 건강과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KAIST가 기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글로벌 가치 창출 선도대학(Global Value-Creative Leading University)’의 비전을 구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할 교수님들께 세 가지를 당부드립니다.
첫째, 기초와 응용연구를 거쳐 사업화를 진행하는 직렬식 연구개발이 아닌, 병렬식 연구개발체계를 도입해 연구개발과 기술의 상용화를 병행적으로 추진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 사업’의 창출해야 할 최종 산출물은 기초연구 논문이 아니라 상용화될 수 있는 제품이나 특허 등 지식재산권입니다. 따라서, 연구개발 초기부터 관련 분야 산업체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병렬적 연구개발체계를 실현하고, 이러한 연구혁신 모델을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 확산시켜 주시길 바랍니다.
둘째, 병원의 의료진들과 긴밀히 소통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의료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파악한 후 이를 신속하게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의료계가 곧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연구과제를 직접 챙기며 매일 과제의 진척상황을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상용화의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3년의 사업 기간은 매우 촉박하며, 혼을 다하지 않는다면 성과 창출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기업부설 연구소인 미국 이스트만 코닥연구소(Eastman Kodak)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한 경험을 통해 기술 상용화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용화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과제 수행 과정에서 교수님들의 직접적인 관여와 각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KAIST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대학입니다. 지난 반세기의 KAIST 역사가 이를 증명합니다. 향후 50년이 지나 KAIST의 100년사를 정리할 시점이 도래한다면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 사업’이 KAIST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을 것임을 확신합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성과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 사업’을 추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0. 8. 11.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