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KAIST LEADERSHIP

연설문

KAIST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 위원회 발표

작성자 PR Office 작성일 2020.08.28 조회수705


발표자료 슬라이드 1번


안녕하십니까?

‘KAIST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 위원회’에 참여하신 여러분께 리더십에 관한 저의 평소 지론(持論)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발표자료 슬라이드 2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지금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리더십의 위기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및 각 조직의 리더십 부재가 지금의 난국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창업 1세대의 성공을 2세대에서 이어가지 못하고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경우는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발표자료 슬라이드 3번


 
그렇다면 리더십 부재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우리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구조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수직적인 문화가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다면, 현재 우리는 수평적인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제가 1989년 KAIST에 부임했을 당시만 해도 대학 사회에는 상·하관계가 분명한 수직적인 문화가 팽배해 있었습니다. 원로 교수들이 제시한 의견에 젊은 교수가 이견을 개진하는 것은 쉽게 용납되지 않았었습니다.

1989년은 KAIST가 한국과학기술대학(KIT)과 통합하며 서울에서 대덕 컴퍼스로 이전하던 해였습니다. 이러한 큰 변화 속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이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젊은 교수들의 의견은 경직된 하향식 의사결정 방식으로 인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수직적인 문화가 지배하는 조직에서는 상명하복의 일방적인 지시만이 통용될 수밖에 없고, 리더는 그 지위에 부여된 권한만을 행사합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수평적인 사회문화가 확산하면서 지금은 조직 내 상사와 직원, 그리고 고객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문화가 보편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수평적이며 쌍방향의 소통 문화는 이해관계자 상호 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욱 중요하지만, 당사자의 이해가 상반되는 경우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접근방식을 수용할 준비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결국, 쌍방향 소통을 촉진하면서 조직의 비전을 공유하고, 미래 전략을 함께 모색하며, 투명한 경영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자부심과 행복과 신뢰를 줄 수 있는 리더십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Fortune지에서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의 구성원들에게 “여러분의 직장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자긍심(Pride), 행복(Happiness), 신뢰(Trust)의 세 가지 단어가 답변에 가장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조직의 리더는 구성원들이 소속 기관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행복을 느끼며, 신뢰하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입니다.


발표자료 슬라이드 4번


 
리더십은 선천적으로 주어진(Gifted) 자질이라기보다는 훈련(Discipline)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고난 재능뿐만 아니라 학문적 훈련을 받으며 성장한 저명한 물리학자를 ‘천재적인 과학자’라고 지칭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천재적인 리더’라는 말이 생경(生硬)한 이유는 리더십이 주로 훈련에 의해서 습득될 수 있는 자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리더십은 어느 날 갑자기 갖게 될 수 없으며, 조직 생활의 체험을 통해 쌓아가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생활해서 부딪치는 이슈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리더십이 나타나며,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체험과 실천이 없으면 리더십을 습득하고 발현할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989년 KAIST에 부임한 후 1991년에 학생부처장직을 맡았습니다. 당시 학생부처장이 된 이유는 작고하신 故 천성순 원장님께서 임관 원장님 재직 당시 부원장을 역임하시면서 리더 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40세 전후의 젊은 교수 중에서 KAIST 차세대 리더가 될 만한 사람을 발굴하여 훈련시키자고 제안하셨고, 제가 추천을 받아 보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후 국제협력실장, 기획처장, 부총장을 거쳐 총장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학생부처장직을 수행할 당시만 해도 저는 임용 직후 연구실을 새롭게 갖추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연구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왜 나한테 보직을 맡기시는 걸까?”라고 의아한 마음을 가졌었습니다. 하지만, 총장으로서 당시를 돌이켜보면 故 천성순 원장님의 혜안으로 제가 리더십을 갖출 소중한 경험을 쌓으며 KAIST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천성순 원장님은 작고하셨지만, 미국에 계신 사모님과는 아직도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모님께서는 “원장님이 항상 신성철 교수가 언젠가는 KAIST 총장직을 맡고 과학기술계에서 큰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내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학생부처장직을 수행하면서 해결해야 했던 많은 이슈 중 하나는 학생 기성회비 납부 제도를 도입하는 일이었습니다. 기성회비 부과에 대한 학생들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는데, 故 천성순 원장님은 이러한 반대를 누그러트리며 학교와 학생들 간의 불화를 해결하는 책무를 학생부처장인 제게 맡기셨습니다.

기성회비로 야기된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저는 학생들과의 긴밀한 소통과 허심탄회(虛心坦懷)한 대화를 우선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을 바탕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시면서 조금씩 저를 인정해 주셨고, 이후에는 국제협력실장의 보직을 맡기셨습니다.

故 천성순 원장님께서 제게 보직자로서 학교에 봉사할 새로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는 이유도 제가 조직 생활의 체험을 통해 리더십을 본격적으로 수련(修鍊)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조직 발전을 위에서는 ‘용장(勇將)’보다는 ‘덕장(德將)’이 좋고, ‘덕장(德將)’ 보다는 ‘지장(智將)’이 경험과 역량의 측면에서 리더로서 더 적합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에서는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운이 좋아서 리더가 되는 사례가 오히려 많은 것 같으며, 이러한 조직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발표자료 슬라이드 5번


 
21세기는 ‘승자독식(Winner takes it all.)’의 기술패권 시대이기 때문에 과학기술 리더십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기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20여 년 전에는 국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의 약 2/3가 상경계 및 사회계열 출신이었으며, 약 28%만이 이공계 전공자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 현재에는 약 41%의 최고경영자가 이공계 출신이고, 삼성전자나 LG전자에 재직 중인 사장급 임원의 경우에는 약 80%가 이공계를 전공했을 만큼 과학기술 리더십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리더십의 부상은 대학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KAIST와 포스텍 같은 연구중심대학은 물론이고 종합대학인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성균관대학교의 총장은 모두 이공계 출신입니다.

세계경제포럼(The World Economic Forum, WEF)에는 29개의 세계적인 대학 총장 모임인 ‘글로벌 대학 리더스 포럼(Global University Leaders Forum, GULF)’이 있습니다. 이 포럼에 참여한 대학 중에는 영국 옥스퍼드(Oxford)와 같이 철학, 역사학 등 영미권의 인문사회 학문 발전을 선도한 대학들도 많지만,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논의를 진행하는 포럼에 참여를 계기로 이들 대학도 이공계 분야로 교육과 연구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것입니다.

정치에서도 과학기술 리더십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21세기에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 중 한 사람인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는 물리학 박사로서 연구원 출신이고, 중국에서는 칭화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시진핑 주석을 위시하여 전통적으로 이공계 출신인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들이 국가의 리더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발표자료 슬라이드 6번


그렇다면, 전문가와 리더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전문가’는 자신의 발전을 우선시하며, 본인의 전문분야에만 관심을 두고, 조직 생활에는 무관심한 경향을 보이지만, ‘리더’는 조직의 발전을 최우선의 과제로 설정하고, 자기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폭넓은 관심을 보이며, 조직 생활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어제 진행된 ‘정년보장·교수승진 교원 대학 워크숍’에서도 리더십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학교 전체 현황 및 KAIST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비전에 관해 소개를 드린 후에 리더십 교육의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참석자 중 특히 정년보장을 받으신 교원들은 우리 대학의 어느 구성원들보다 더 큰 주인의식을 갖고 학교 발전에 관심과 열정을 가져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가 첫 번째 연사로 리더십의 중요성을 말씀드렸습니다.

이어서 리더십 강연을 해 주신 김우식 이사장님은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하신 우리나라 과학계의 대표적 리더이십니다. 더욱이 이사장님은 강릉에서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신 후 연세대학교 화공과에서 학위를 받고 모교의 교수로 활동하시면 총장을 역임하신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김우식 이사장님께서 연세대학교에서 학생처장의 보직을 맡고 계실 때는 민주화를 위한 학생운동이 격렬하여 많은 재학생이 투옥되었던 시절이었으며, 기회가 될 때마다 수감 중이던 학생들을 찾아가 위로와 격려를 전하셨다고 합니다. 이들은 출감하여 학업을 마치고 정부의 주요 요직에 진출한 후에도 이사장님이 보직자로서 발휘한 따뜻한 리더십과 위기관리 역량을 잊지 않고 이를 국민을 위해 발휘해 주시길 삼고초려(三顧草廬)하여 이사장님께서 대통령 비서실장 및 과기부총리직을 맡게 되셨다고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러한 삶의 궤적에 관해 이야기하시면서, 지금도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항상 메모하고 실천하는 습관을 갖고 계신다며 이를 참석자들에게 권하고 강연을 마무리하신 김우식 이사장님의 말씀은 저를 포함해 참석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오후에 리더십 강연을 해 주신 김동연 前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님도 덕수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신 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학업을 이어가며 어려운 가정환경과 학벌의 벽을 극복하고 전문 경제관료로서 역량을 인정받아 부총리직까지 수행하신 공직사회의 귀감이 되는 분입니다.

만나 뵐 때마다 매우 성실하고 신실하며, 무엇이든지 준비를 철저히 하는 분임을 알 수 있었고, 국무조정실장 이후 공직을 떠나 아주대학교 총장직을 성공적으로 역임하셨기 때문에 오랜 기간 그분의 행적을 눈여겨 지켜보고 있었으며,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리더십 특강을 부탁드리게 되었습니다.

철저한 준비와 관련해서, 우리나라 일부 리더들 중에는 본인의 철학이나 생각없이 연설문 작성자가 써온 글을 그대로 낭독하며, 더욱이 자기가 말하는 내용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연설문에는 어떠한 내용을 담을 것인지가 중요하고, 이를 논리적인 흐름으로 연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완성된 연설문의 핵심내용을 발표자가 자기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발표해야 합니다.

저는 모든 연설문과 발표 자료를 직접 작성하려고 합니다. 바쁠 경우에는 키워드와 전개 논리를 먼저 알려준 후 작성해 온 연설문을 여러 차례 직접 보완하고 수정해 최종본을 완성합니다.


발표자료 슬라이드 7번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전문가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고 있지만, 리더는 이타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행동합니다.

따라서, 대학에서도 보직을 맡길 경우 자신의 발전을 조직의 발전보다 우선시하거나,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관심을 보이고, 조직사회의 혁신에는 무관심한 전문가를 임명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이러한 전문가에게 책임을 맡기면 필연적으로 보직을 이용해서 자기 발전을 이루려고만 할 것이기 때문에 임명권자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며 적임자를 찾아야 합니다.

KAIST의 발전을 위해서도 보직자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합니다. KAIST에는 27명의 학부장과 학과장, 5명의 학장, 12명의 처장, 3명의 부총장과 1명의 총장이 보직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학과장의 경우에도 ‘리더’의 자질이 없는 ‘전문가’를 기용하면 그 학과의 발전은 정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보직자를 선발할 때는 학자로서의 전문성과 더불어 리더의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세밀하게 살펴봅니다.

제가 존경하며 총장의 롤모델로 삼는 분은 2000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Stanford 대학을 이끌며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시킨 존 헤네시(John L. Hennessy) 전 총장입니다.

이분이 집필한 저서가「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작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대학 총장은 교수와 학생을 위해서 봉사하고 그들의 성공을 위해서 돌보는 사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자세는 총장뿐만 아니라 보직자 모두가 갖추어야 하며, 제가 기회가 될 때마다 보직자들에게 당부하는 내용입니다.


발표자료 슬라이드 8번


 
이제부터 소개해 드릴 ‘존경받는 리더의 12가지 자질’은 DGIST와 KAIST에서 총 10년간 총장직을 수행하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선정한 것입니다.

‘기본 자질’에 해당하는 여섯 가지 내용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학교에서, 특히 KAIST 같은 세계적인 대학에서 보직자로 봉사할 경우 학문적으로도 상당한 업적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연구역량이 부족해서 보직을 맡는다는 편견이 틀렸음을 당당히 증명할 수 있는 연구업적을 보유하지 못한다면 보직 수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학과장 선임 시 후보자의 학문적인 업적을 면밀히 살펴봅니다.

둘째, 국민과 인류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한 공익정신(Public-Mind)을 갖고 이를 실천해야 합니다.

셋째, 동료 및 이웃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포용의 기반이 되는 배려의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넷째, 신실한 진정성을 갖춰야 합니다. 신실한 진정성이란 변하지 않는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다섯째, 정의로운 용기입니다. 실제로, 대학에서 교육하면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재학시절 또는 졸업 후 사회에서 위기를 마주할 때 정의로운 길을 선택하며 불의에 항거하는 용기를 갖기보다는 눈앞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자신의 양심을 쉽게 저버리게 됩니다.

여섯째, 글로벌 매너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상의 ‘기본 자질’에 더해 경영자로서 갖추어야 할 여섯 가지 ‘경영 자질’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리더는 조직의 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둘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혁신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하며,

셋째, 비전과 혁신전략을 열정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넷째, 경영 과정에서 마주하게 될 위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을 겸비해야 합니다.

KAIST에서도 매일 크고 작은 많은 위기가 발생합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위기를 오히려 좋은 기회로 전환하는 순발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위기관리의 대표적인 사례로 ‘KAIST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 출범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작년 8월 일본이 우리나라를 White List에서 제외한다는 조치를 발표했을 때 이를 국난으로 여겨 큰 우려를 했으며,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게 앞장서기 위해 당일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KAIST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 출범을 결정하고 전체 교수님들께 참여를 간청하였습니다.

한·일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국가적 위기 속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자문단을 출범시킨 KAIST의 시의적절한 대처를 지켜본 국내·외 많은 인사와 언론은 “카이스트답다”라며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가 고통을 겪고 있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KAIST는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 초기에는 병원과 의대가 없는 KAIST가 국가적인 감염병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관해 회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민과 정부가 KAIST에 보내는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위기의 본질을 살펴본 결과 코로나19 감염 보호와 진단 장비, 백신, 치료제 등의 개발을 위해 과학자와 공학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의료현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과제들을 도출했고, 4월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기영 장관님이 주재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과학기술계 기관장 간담회’에서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 사업’을 처음 제안했습니다.

당시에는 이 사업에 대한 호응이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도움으로 국민에게 사업의 세부적인 내용을 상세히 소개해 드린 이후에는 많은 분의 지지와 성원을 이끌어냈으며, 결국 추경으로 올해 220억을 포함해 2년 6개월의 사업 기간 동안 총 400억 원의 예산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KAIST 위기관리의 또 다른 성공사례입니다.

다섯째, 갈등 해결의 지혜입니다. 이해관계자 간에 다툼이 당사자들 사이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총장에게 중재를 요청합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해관계 속에서 양측이 만족할 만한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서 리더는 반드시 갈등 해결의 지혜를 갖추어야 합니다.

여섯째, 공감과 소통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상과 같은 ‘존경받는 리더의 12가지 자질’을 모두 갖추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입니다. 이러한 자질을 염두에 두고 부족한 부문의 리더십을 키워가야 합니다.


발표자료 슬라이드 9번


제가 총장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두 분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4년간 미국 Caltech을 이끈 로버트 앤드루스 밀리칸 (Robert Andrews Millikan)이 총장으로 처음 부임한 1921년은 ‘트룹 대학교(Throop University)’라는 지방의 소규모 대학이 Caltech으로 대학명을 바꾸고 1년 임기의 1대 임시 총장 체제로 운영되던 시기였습니다.

시카고 대학의 교수이자 저명한 물리학자였던 밀리칸은 2대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Caltech을 세계적인 공과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갖고 1945년까지 총장직을 수행했습니다. 총장으로 재임 기간 중 그는 시카고 대학에서 전하량 측정을 위해 수행한 ‘밀리칸 실험’의 업적을 인정받아 1923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총장으로 재임한 기간 동안 지방의 무명 대학이었던 Caltech은 소수정예 연구진으로 구성된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했습니다.

밀리칸 총장처럼 세계적인 학자이면서 탁월한 대학 행정 능력을 겸비한 또 다른 한 분은 앞서 잠시 소개해 드렸던 존 헤네시(John L. Henessy) Standford 대학 전 총장입니다.

이분은 컴퓨터 과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수상했으며, 16년간 총장으로 재직하며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주었습니다. 겸손과 봉사의 리더십은 그가 저서에서도 강조한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관련하여 일화를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DGIST의 초대와 2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헤네시 총장을 만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설립 초기였기 때문에 세계적인 명성이 부족했던 DGIST의 총장으로서 Stanford 대학 총장과의 일정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Stanford에서 총장 임기를 마친 후 제게 KAIST 방문을 요청하셔서 만남이 결국 성사되었습니다. DGIST에서 연락을 취했던 일을 소개하며 16년의 재임을 마무리한 이유를 묻자 “내가 건강과 열정이 아직 남아 있지만 Stanford를 위해서 더해 줄 일이 없다(I have nothing left to do for Stanford.)”라고 답을 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직분을 수행하고 성취를 이룬 뒤에는 후회 없이 자리를 떠나는 참으로 멋진 은퇴입니다.

제가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헤네시 총장은 아시아 지역 학생들의 리더십 함양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이것이 KAIST를 방문한 이유라고 답했습니다. 리더십 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 후 이를 활용해 Stanford 대학에서 아시아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겠다는 그의 비전을 접하며 훌륭한 대학 총장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발표자료 슬라이드 10번


성숙한 삶을 살고, 더 나아가서 성숙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성품을 갖추어야 합니다.

첫 번째는 지성(IQ)입니다. KAIST에서 함께 생활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지성을 갖추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계십니다. 지성을 갖춘다는 의미는 자신의 지식을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탐구력을 갖고 지성적인 품격을 함께 높여가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감성(EQ)입니다. 리더 직분을 잘 수행하려면 주위 사람들을 살피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감동할 줄 알고, 공감하며,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모두 감성에 해당합니다.

세 번째는 영성(SQ)입니다. 요즘과 같이 미래가 불확실한 사회에서는 영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증명할 수 없으며 자기만이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하더라도 신앙과 믿음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깨닫고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찾는다면 인간적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지혜’와 ‘통찰력’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식은 풍부하지만, 지혜와 통찰력이 없는 리더는 조직의 분열을 초래하며 잘못된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 것입니다. 하지만, 영성을 통해 얻는 지혜를 갖춘 리더는 새로운 해결 방안을 찾는 일에 조바심을 내지 않고, 여유를 찾으며,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마음가짐으로 조직을 이끌어갈 것입니다. 또한, 영성을 통해 중대한 이슈나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Insight)을 얻은 리더는 근시안적인 시각을 탈피해 건설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조직의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발표자료 슬라이드 11번


지금까지 말씀드린 이유로 여러 교수님들이 함께 만들어 갈 ‘KAIST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김영걸 교수님이 책임을 맡고 계실 때는 ‘리더십센터’를 ‘글로벌 리더십센터’로 확장하고, 학생들이 배려의 가치를 실현하며 리더십을 함양하기 위해 해외봉사 중심의 활동을 강화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서 글로벌 리더십 교육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면 학생들의 리더십 함양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KAIST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 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KAIST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은 KAIST의 인재상인 도전(Challenge)과 창의(Creativity)와 배려(Caring)의 C3 정신에 더해 신뢰, 정의, 의사소통, 매너를 추가한 7가지 자질의 함양을 목표로 준비되기를 바랍니다.

이론보다는 실천적 리더십 함양이 ‘KAIST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의 목표임을 고려하면서 7가지 자질 중 여러분이 각자 한 가지씩 선택하신 주제별로 작성한 교수학습계획서를 완성해 주십시오.

7개 주제와 관련한 초청 강연은 내부 교수님들을 적극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배려’의 덕목을 위한 강연은 산업디자인과 배상민 교수님께서 맡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를 모두 석권하셨을 뿐만 아니라 나눔의 디자이너로도 널리 알려진 분이기 때문에 본인의 전문 분야와 경험을 바탕으로 배려를 주제로 한 리더십 강연을 훌륭히 진행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7가지 주제별 사례 연구가 교육안에 포함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도전 정신에 대한 교육을 위해 도전에 관계되는 구체적인 사례분석을 몇 가지 제시하고 이에 관해 팀별 토론과 발표를 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은 도전의 덕목이 자신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토론과 발표의 경험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향상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도전 정신을 발휘해야 할 상황과 마주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7개 주제별로 추천도서를 3권 정도 추천하고, 도서 내용을 바탕으로 맞춤형 교재를 제작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리더십 교육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 학기가 16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첫째 주 강의는 제가 진행하고, 이후 각각의 주제별로 2주씩 교육을 진행하며, 마지막 주에는 리더십 교육 이수를 축하하는 멋진 파티를 열어 식사 매너, 와인 매너 등 글로벌 매너 리더십 교육을 자연스럽게 진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근사한 파티 복장을 하고 글로벌 매너 교육을 받으며 한 학기를 마무리함으로써 학생들 사이에 좋은 소문이 퍼져서 더 많은 학생이 이 프로그램의 이수를 희망하기를 바랍니다.

이미 여러분들이 주제별로 상당한 수준의 교수학습계획서를 작성하셨기 때문에 지금 제안한 몇 가지 내용을 추가로 반영한다면 조만간 ‘KAIST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의 교육안이 완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 봄학기 개설을 목표로 하는 ‘KAIST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의 첫 수강 대상은 여러 측면에서 탁월한 인재들이며 매년 30명 정도 선발되고 있는 KPF(KAIST Presidential Fellowship) 장학생들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융합기초학부가 융합인재학부로 개편되어 새롭게 출범할 예정이므로 이들 학생에게는 필수과목으로 지정할 생각이며, 장기적으로 학부생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하며 사례 중심의 실천적인 리더십을 교육하는 대표적인 교과목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발표자료 슬라이드 12번


 
내년 개교 50주년을 맞이하며 ‘50주년 기념관’ 건립을 위한 기금조성을 시작했습니다. 500억 원 규모의 모금액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으며, 동문과 교직원 및 학부모들의 기부금으로 건립될 기념관은 글로벌 리더십 교육의 강화를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기념관의 각 층은 학생들이 글로벌 리더의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디자인할 계획입니다.

우선, 1층에는 성공한 동문이 이룬 업적을 전시하여 학생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공간을 마련하고, 300여 명 청중을 수용하는 최첨단 오디토리움을 만들어 TED Talk와 같이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격식의 구애됨이 없이 자유롭게 발표하고 공유하는 강연장으로 활용할 것입니다.

KAIST가 추구하는 C3 정신도 설계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2층은 도전(Challenge), 3층은 창의(Creativity), 4층은 배려(Creating)의 정신을 주제로 공간을 구성하고 각각의 주제에 맞춘 교육과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것입니다.

다양한 리더십 교육과 관련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할 ‘글로벌 리더십센터’는 4층에 위치시키고, 5층은 ‘소통의 장(Communication Floor)’으로 만들어 KAIST 구성원 모두가 아름다운 캠퍼스를 내려다보며 멋진 식사를 즐기고 즐겁게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입니다.

‘KAIST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과 ‘50주년 기념관’이 과학기술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한 KAIST의 비전을 실현하는 양대 축이 될 것을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 8. 28.

KAIST 총장 신 성 철

콘텐츠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