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KAIST 총장 신성철입니다.
지난 2월 KAIST에서 ‘AI One Team’을 출범했을 당시에는 이후의 성과에 관해 큰 기대를 하지 못했었습니다. 대학과 기업 및 연구소 등 서로 다른 성격과 지향점을 가진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일이 녹록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KT 구현모 대표님께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신 덕분에 그간의 우수한 협업 성과를 공유하고 더욱 구체화된 협력 계획을 논의하는 오늘의 이 자리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류는 이전의 시기보다 더욱 빠른 변화를 겪고 있으며, 코로나19는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고 있습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생존한다”는 생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적자생존론은 이러한 급변의 시대를 맞이한 우리 모두에게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각고(刻苦)의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AI One Team’에 새롭게 합류한 기업을 포함해 전기, 전자통신, 금융, 제조, 물류,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선도하는 기관들이 함께 역량을 결집하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오늘 제시된 ‘Open Innovation’의 개념을 적용해 ‘AI One Team’ 참여 기관들이 기술과 혁신 역량을 공유하며 더욱 힘을 모으기를 바랍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 중 하나인 ‘승자독식(Winner takes it all.)’의 원칙은 AI 분야에도 예외 없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AI 기술력은 선진국 대비 큰 격차를 보입니다. 비근한 예로,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AI 특허 보유 건수는 미국의 9.3%인 4천여 건에 불과합니다.
AI 인력의 측면에서는 더 큰 우려를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AI 전문가 수는 미국의 1.4% 수준인 168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언급한 AI 전문가는 국제저널에 논문을 발표하거나 국제특허를 출원‧등록할 수 있는 수준을 가진 AI 연구자를 지칭합니다.
이러한 격차의 해소를 위해서 대학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유형의 AI 인재 양성에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첫째, ‘산업 밀착형 AI 인재’의 양성이 필요합니다.
‘산업 밀착형 AI 인재’를 양성하려면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해결해야 할 문제를 대학으로 가져와 교수와 학생이 함께 연구하고, 필요한 교육을 수행하며, 이를 통해 창출한 성과를 기업으로 연계하거나 기술사업화를 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연구와 교육과 기술사업화의 세 가지 요소를 상호 연계한 ‘삼중나선(Triple-Helix)’ 모델은 21세기 대학이 구현해야 하는 새로운 개념이며, 20세기까지의 대학들이 추구했던 교육과 연구를 양대 축으로 한 ‘이중나선 모델(Double-Helix)’과도 확연히 구분되는 접근입니다.
‘AI One Team’ 참여 기업의 현장 문제들을 KAIST와 한양대학교의 교수님과 학생이 함께 해결하고, 그 결과를 기업에 이전하는 방식으로 협력한다면 ‘산업 밀착형 AI 인재’의 양성은 물론 ‘AI One Team’이 추구하는 ‘Open Innovation’의 구현에도 이바지 할 것입니다.
이러한 삼중나선의 긴밀한 협업 체계 구축을 위해 그간 의미 있는 기여를 해 주신 KAIST와 한양대학교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둘째, ‘AI 알고리즘 개발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AI 연구인력 수로는 미국, 중국 등과 경쟁을 할 수 없습니다. 연구의 질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AI의 승자는 결국 가장 성능이 우수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사람이나 조직입니다. 구글 알파고를 능가하는 바둑 AI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인력, IBM 왓슨을 능가는 의료 AI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범 인공지능(General Artificial Intelligence)’ 알고리즘을 개발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합니다.
이러한 AI 인재 양성을 위해 KAIST는 작년 ‘AI대학원’을 출범시키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13명의 연구자를 교수로 영입했으며, 2023년까지 20명, 궁극적으로는 교수 50명 규모로 ‘AI대학원’을 확장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KAIST는 매년 100여 명의 AI 분야 석·박사 인력을 배출하며 AI 분야에서 아시아 Top이자 세계 5위권의 경쟁력 확보를 추구할 것입니다.
‘AI One Team’의 추진은 산·학·연의 협업을 통해 세계적인 AI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KT 구현모 대표님께서 계속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주시기 바라며 저희 대학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 9. 25.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