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9(수), KAIST 창의학습관 101호)
여러분, 반갑습니다. KAIST 총장 신성철 입니다.
오늘 한림원 미래과학캠프에 참석한 여러분을 충심으로 환영합니다. 또한, 앞서 인사말씀을 해주신 한림원 이명철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원장님은 과학 분야에 조예가 깊어 의학자로서 최초로 한림원 원장으로 선임되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리더로서 저를 비롯한 많은 과학기술인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고 계십니다.
바쁘신 중에도 오늘 함께 해주신 원로 과학자 이충희 교수님, 최진호 교수님을 비롯해 여러 과학계 동료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노후의 인생을 투자해서 우리나라 과학계를 이끌어갈 후학을 양성하며 경험과 지식을 전수해주시는 일련의 노력들이 우리사회에 큰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인류는 짧게는 30만년, 길게는 50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간은 원시생활을 했고, 지난 250여 년간 3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에 의해서 오늘날과 같은 문명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명생활의 근간은 역시 과학기술의 발전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최근 언론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을 많이 접했을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있느냐, 없느냐?”가 학계에서 큰 화두가 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사회에 3가지 메가트렌드가 다가오고 있고, 앞으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그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 과학자의 꿈을 꾸는 여러분들이 그 메가트렌드들을 대비하여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다가오고 있는 3가지의 메가트렌드를 생각하면서 선배 과학자로서 한림원 미래과학캠프 멘티 학생들에게 3가지의 조언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융복합의 메가트렌드를 대비해서 기초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의 발명과 발견은 세부적인 학문 분야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앞으로는 세부 분야를 뛰어 넘어서 학문 분야의 접경이나, 분야와 분야가 융합하는 영역에서 주된 발명과 발견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융복합 메가트렌드 속에서 여러분들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분야에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초과학을 철저히 공부해야 합니다. 어떤 학생들은 생물을 공부하는 이유가 ‘물리가 싫어서, 혹은 수학을 잘 못해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수학, 생물,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을 골고루 잘해야만 좋아하는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주기를 바랍니다.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 기초공학 분야를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잠시 후, 특강에서 듣게 될 것이지만 인공지능, 통계, 빅데이터, 컴퓨터코딩, 엔지니어링 디자인 등 기초공학 과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좌뇌 교육에 더해 우뇌 교육이 필요합니다. 인문사회 분야에 관심을 갖고 철학, 역사, 예술 등 우뇌를 발달시킬 수 있는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기초가 튼튼하면 급변하는 과학기술의 변화를 잘 읽고 쫓아갈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분야를 쉽게 넘나들며 융복합 연구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건물을 짓는데 10층 높이와 100층 높이로 짓는 것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까요? 바로 기초입니다. 기초가 얼마나 튼튼한가가 건물의 높이를 결정합니다. 여러분들이 각자의 학문 분야에서 앞으로 얼마나 높은 금자탑을 쌓을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여러분이 지금 갈고 닦고 있는 기초가 얼마나 튼튼한가에 달려 있습니다.
둘째는, 초연결 사회를 대비해서 협업능력을 키우길 바랍니다.
20세기 후반부터 인터넷을 통해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21세기 초에는 스마트폰이 발명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 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을 통해서 산업 간, 사물 간 연결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30년 후에는 사람이나 기기 등 세상의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광속도로 정보를 교류하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초연결 사회에서는 집단지성과 협업이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또한, 공유경제가 크게 발전할 것입니다. 클라우드 소싱을 통해 필요한 역량을 전 세계에서 구할 수 있게 되면서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협업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 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경쟁하는 법만을 배워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저 친구를 꺾어야 해. 그래야 내가 잘 될 수 있어.’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경쟁교육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발전할 수 없습니다. 물론 혼자 공부를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여러 친구들과 같이 토론하고, 때로는 팀 프로젝트를 하면서 협업능력을 키우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초지능 사회를 대비해 인간 고유의 가치, 즉 휴머니즘을 추구하기 바랍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올해 알파고가 세계 바둑 1위인 커제를 압도적으로 이길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인공지능의 발전이 빠릅니다. 저명한 미래학자 커즈와일은 30년 후면 인류는 Singularity Point, 즉 특이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뛰어넘는 시기가 곧 도래한다는 것입니다. 다소 과한 예측일 수도 있지만, 30년 후의 인공지능은 기억력에 있어서 여러분보다 훨씬 더 뛰어날 것입니다. 정보수집이나 처리능력에 있어서도 여러분보다 훨씬 뛰어날 것입니다.
계산능력, 운동능력 등 기능 면에서는 인간이 인공지능로봇과 경쟁할 수 없는 세상이 오고 있습니다. 향후 현존하는 50%의 직업이 인공지능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합니다. 30년 후의 세상은 ‘물 반 고기 반’이 아니고, ‘호모 사피엔스 반, 로보 사피엔스 반’이 될 것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로서 인간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인류가 자존감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과학자를 꿈꾸는 여러분들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호모 사피엔스 고유의 가치이자 여러분이 계발해야 하는 것은 창의력입니다. 지혜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도 함께 키워야 합니다. 또한, 타인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의력을 통해서 세계와 역사의 발전에 기여하고, 지혜로운 결정을 통해서 타인에게 감동을 준다면 로보 사피엔스와 다르게 ‘인간답다’는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
미래의 메가트렌드를 선제적으로 읽어내고, 명료하게 정리하여 대학의 교육과 연구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혁신을 주도해야만 비로소 대학과 인류의 발전을 이끌 수 있습니다. 세계 유수의 대학 총장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급변하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대학들이 많지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 대학들 중에도 변화를 읽고 대비하는 대학이 거의 없습니다.
유일하게 준비하는 대학이 어디 있을까요? 바로 KAIST입니다.
지난 2월 KAIST 총장으로 부임하며 ‘융복합, 초연결, 초지능 사회에 대비한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많은 교수님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교육개혁을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융복합 인재양성을 위해서 오래 전부터 무학과 트랙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DGIST는 학부생 전체에 무학과 트랙을 도입했고, KAIST에서는 내년부터 학부과정 중 일부를 무학과 트랙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KAIST 총장으로서 KAIST에 대해 조금만 더 이야기하자면, KAIST는 46년 전 우리나라 산업화 태동기에 설립되었고, 우리나라 산업화와 정보화에 필요한 고급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며, 동시에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선도해 왔습니다. 박사과정 11,700여 명을 포함해서 약 58,000여 명의 고급과학 인재를 배출했고, 졸업생들은 사회 곳곳에서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정보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산‧학‧연‧관 그리고 과학계 리더급 인사의 약 20%가 KAIST 졸업생입니다.
저는 개교 이래 첫 동문출신 총장으로 취임하며 ‘글로벌 가치창출 세계 선도대학’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지식창조형 글로벌 융합인재 양성의 허브’이자 ‘세계적 신지식‧신기술 창출의 진원지’로 발돋움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 맞는 가치를 창출하면서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이 되고자 교육혁신을 추진하며 융복합 연구를 수행해나가고 있습니다.
KAIST에서 2박 3일 동안 진행될 한림원 미래과학캠프에서 여러분은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캠프가 우리 학생들에게 굉장히 도전적인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미래 과학자로서 큰 꿈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해서 훗날 KAIST 캠퍼스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환영하고, 함께 해주신 이명철 원장님을 비롯해 여러 멘토 교수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17. 8. 9.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