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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LEADERSHIP

연설문

[2017 직원 Workshop 특강] KAIST 도전과 혁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6.08 조회수9099



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400여명의 행정직원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드문 기회입니다. 그래서 더 반갑고 기쁩니다. 개인적으로 15여 년 만에 부여를 다시 찾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역사탐방 겸 방문했었는데 오늘 다시 와보니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정말 짧은 시간에 엄청난 발전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변화와 발전 속에 우리대학도 함께 했고, 오늘의 이 위치에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특강에서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리더의 역할이 무엇이냐?’ 입니다. 총장을 포함한 리더들의 역할은 첫 째가 구성원 하나하나가 행복감을 느끼며 열심히 근무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구성원의 능력이 한 방향으로 함께 가게끔 하는 것입니다. 큰 힘도 분산이 되면 벡터 합이 제로(Zero)가 되어 버립니다. 마치 줄다리기를 할 때 양 방향에서 아무리 큰 힘으로 당겨도 움직이지 않는 경우와 같습니다.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비전・철학・정신을 함께 공유한다면 지향하는 목표를 더욱 빨리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글로벌 가치창출 세계 선도대학’.
제가 KAIST 제16대 총장으로 부임하며 제시한 비전입니다. 비전 달성을 위한 5대 혁신 방향도 취임사를 통해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오늘 다시 한번 여러분과 제 비전과 전략을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는 학내 구성원들과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합니다. 사실, 비전공유의 중요성을 직접 느끼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과거 국내 한 대학의 자문위원을 4년간 역임한 적이 있습니다. 그 대학 총장님은 자문위원들에게 매번 비전을 설명하셨고, 자문위원들은 총장님의 비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문회의를 하던 어느 날 구성원들은 비전을 얼마나 공유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교수협의회 대표를 불러 물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총장님의 비전을 얼마나 아십니까?” 놀랍게도 “우리는 모르는 비전입니다.”라고 답하셨습니다. 다시 학생 대표를 불렀습니다. “저희는 들은 바가 없어요.” 학생 대표의 대답이었습니다. 구성원과 공유하지 않고, 기관장과 특정인들만 아는 기관의 비전은 결국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제가 왜 비전의 공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시지요?

특강 전반부에는 비전과 혁신방안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후반부에는 제가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제언을 추가적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강단에 서보니 젊은 직원들이 많이 보여서 우선, 우리대학의 역사부터 간략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반세기 전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이었습니다. 1960년 1인당 국민 총생산(per capita GDP)은 미화 79달러, 70년에 254달러, 80년에도 1,654달러로 가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1962년부터 1986년까지 총 5회에 걸쳐 경제개발계획이 추진되었습니다. 산업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수 이공계 인력이 굉장히 많이 필요했습니다. 비록 먹고 사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시기였지만 선진문물을 배우기 위해 뛰어난 인재들이 선진국으로 유학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국이나 일본 등지로 유학을 떠난 이공계 인재들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두뇌유출(Brain-drain)이 국가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국가적 상황에서 훗날 우리나라를 과학기술 강국으로 성장시킨 아이디어를 낸 역사적인 분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는 정근모 박사님입니다. 정 박사님은 과기처 장관을 두 번 역임하신 바 있고, KAIST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신 분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1960년, 정 박사님은 미국 Michigan State University, John A. Hannah 교수의 지도하에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9년 후인 1969년에 Hannah 교수가 美국제개발처(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USAID)의 처장(Director)으로 임명됩니다. USAID는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주도로 설립된 미국의 정부기관으로 후진국에 대한 대외원조를 담당하며 美국제개발협력처(United States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Agency, USIDCA)에 소속돼 있습니다.

Hannah 교수가 USAID의 처장으로 임명되면서 “Teach how to catch a fish, rather than provide a fish.(물고기를 주지 말고 그것을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라는 슬로건 아래 USAID의 후진국에 대한 대외원조 정책이 단순한 원조에서 후진국이 자생‧독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새롭게 바뀌게 됩니다. 1969년 Hannah 처장의 뉴욕타임즈 인터뷰를 본 정 박사님은 곧 바로 Hannah 처장을 찾아가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겠다는 은사님의 철학을 한국에서 실현해보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정 박사님의 제안에 Hannah 처장은 “제안서를 써 봐라”라고 답하셨고, USAID에 제출된 정 박사님의 제안서가 승인을 받아 우리나라가 미화 600만 달러를 지원받기에 이릅니다. 그 후에 타당성 조사가 이루어지면서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는 Terman Report가 1970년에 작성됩니다.

원조가 결정이 되자 한국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가 열렸습니다. 국무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국내 기존 대학들이 “이 제안은 나라를 팔아먹는 아이디어다. 기존의 대학원 교육도 제대로 안 되고 있는데 왜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기존 대학에 대한 지원을 못하게 하느냐?”고 크게 반발했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That's a crazy idea.(미친 생각이다.)” 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차관도 들어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교부에서 과기원을 설립하는 방향을 고려해보라”고 하셨지만, 문교부 장관은 “대학설립에 관한 이 제안을 받아 들일 수 없다.”며 크게 반대했다고 합니다.

결국, 김기형 초대 과기처 장관께서 용단을 내렸고, 한국과학원(KAIST, 현 KAIST)는  문교부가 아닌 과기처 산하로 설립되게 됩니다. 역사적으로 이 순간은 우리대학에 큰 행운이자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단초가 됩니다. 우리가 문교부 산하로 설립되었다면 아마도 다른 국립대학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당시 국무회의에서 문교부 산하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University)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논의되었고, 결국 Institute로 개원하게 되어 학교명칭이 ‘Korea Advanced University of Science(KAUS)’가 아닌 ‘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KAIS)로 출발하게 된 것입니다.

KAIST의 설립 당시 명칭은 한국과학원(KAIS)였습니다. 제가 3회 졸업생인데, 당시 회자되던 농담을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소개팅을 나가서 “한국과학원생 입니다.”이러면 상대방이 “어디요? 한국과학원이요?”라고 되묻기까지 했습니다. 국가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공짜로 공부까지 시켜준다고 설명하면, “아~, 한국고아원이요?”라고 농담을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971년 한국과학원(KAIS)이 설립될 당시 우리나라는 산업화 태동기를 맞이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산업화 태동기에 과학기술원이 생겼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강 후반부에 그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대학은 그동안 박사 11,700여 명을 포함 58,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이들은 현재 우리나라 산·학·연·관의 리더로 성장했습니다. 국내 산·학·연의 리더급 인력 중 23%가 KAIST 출신입니다.

졸업생의 약 45%가 산업체에 진출했는데, 그 중 절반이 대기업에, 나머지 절반이 벤처와 중소기업에 진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KAIST 출신은 모두 대기업에 간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중견기업과 벤처기업에도 많이 진출하고 있고, 벤처기업에 간 20%가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KAIST가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정보화의 성공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20일, 석사 3기 졸업 40주년 기념 홈커밍 행사가 있었습니다. 석사 3기  동기들을 만나기 위해 찾은 행사장에서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130명이 졸업했는데 3분의 1이 우리나라 주요 산·학·연의 기관장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에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석사3기 졸업생이고, 산업체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이호수 SKT ICT 기술총괄 사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 학계에서도 총장이 여러 명 나왔고, 연구원 기관장들이 여러 명 배출되었습니다.



우리대학은 창업의 산실입니다. 네이버를 포함해서 졸업생 창업기업이 1,355개, 상장기업이 58개, 연 매출이 12조원, 고용창출이 36,500여 명에 달합니다. 지난 46년간 정부가 KAIST에 지원한 정부출연금을 계산해보면 약 2조 9,000억 원 입니다. 그런데 KAIST 졸업생이 설립한 기업들에서 연 매출 합계가 12조원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RoI(Return of Investment)를 따졌을 때, 굉장히 성공적인 투자 아닙니까? 이는 현 시점까지 정부가 투자한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주장할 수 있는 훌륭한 근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창업이 더 일어난다면 훨씬 그 주장은 힘이 실릴 것입니다.



세계대학 평가에서는 작년 46위, 올해는 41위로 상승했습니다. 내년에는 30위권 내로 진입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우리보다 앞서고 있는 대학이 하나 있습니다. 어느 대학인지는 모두 아시죠? S대학은 2017 QS 세계대학 랭킹에서 35위에 랭크되었습니다. 우리는 올라가고 있는 반면, S대학은 랭킹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내년이 되면 그 순위가 교차하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 예측해봅니다.

우리대학은 머지않은 장래에 30위권 내로 진입하게 될 것입니다. KAIST는 이제 자타공인 World Class University입니다. 여러분. 어떻게 감이 오나요? 사실 학교 안이나 국내에만 있으면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외국대학의 총장들을 만나보면 금세 감이 옵니다.

제가 KAIST에 부임하기 전에 11년부터 16년까지 DGIST 초대 및 2대 총장을 지냈습니다. 우리대학의 랭킹에 비하면 DGIST의 국제 인지도는 거의 없습니다. 워낙 신생대학이다 보니 아직 세계대학평가 랭킹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대외활동을 하다보면 랭킹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게 됩니다.

KAIST와 같이 잘 알려진 대학은 세계대학 랭킹을 조사해볼 필요도 없지만, 신생대학의 경우 국제협력을 위해 외국대학 총장들을 만나려고 하면 “당신 대학의 랭킹이 어느 정도 됩니까?”라고 질문을 받게 됩니다. 사실 저도 똑같습니다. KAIST를 방문하고자 하는 대학의 총장들이 수 없이 연락을 해옵니다. 여러 사정으로 모든 분들을 만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도에 따라 면담일정을 잡게 되는데 그 기준 중 하나로 대학 랭킹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DGIST 총장 재임 시절, 스탠포드 존 헤네스(John Hennessy) 총장을 두 번에 걸쳐 만나려고 노력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만나지 못하고 부총장만 만나고 왔습니다. 제가 KAIST 총장으로 부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 3월에 존 헤네스 총장이 한국을 방문하는데 KAIST 총장을 만나기 위해 대전에 오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KAIST는 이런 대학입니다. 밖에 나가면 KAIST의 브랜드파워를 더욱 실감하게 될 것 입니다. 앞으로 연수나 출장 등을 통해 해외에 나가게 되면 World Class University, KAIST의 직원으로서 굉장히 큰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대학은 다른 여러 대학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KAIST를 롤모델로 한 대학은 일본의 JAIST 입니다. Japan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로 1990년에 설립되었습니다. 당시 국제협력실장 자격으로 심상철 원장님을 모시고 ‘JAIST 설립 1주년 행사’에 방문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JAIST 총장님께서 빅브라더 학교라며 크게 환대를 해주셨습니다.

다음으로 우리보다 20년 늦게 출발했지만 지금 우리를 앞서 가고 있는 홍콩과기대, HKUST가 있습니다. 홍콩과기대는 지금 세계대학 랭킹이 36위이고, 규모면에서 우리대학과 비슷합니다. 시작은 우리보다 늦었지만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를 수 있었던 원인에는 국제화와 재원에 있습니다. 홍콩과기대는 처음부터 국제화 캠퍼스를 지향했습니다. 처음부터 영어를 사용했고, 많은 외국인 교수들을 고용했습니다. 그것이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또 하나는 홍콩마사회에서 엄청나게 많은 재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홍콩과기대가 앞서가고 있지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따라 잡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노력해서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개별적으로 힘만 쓰면 안 됩니다.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같은 비전을 가지고 같은 방향으로 전진해야만 따라 잡을 수 있습니다.

케냐에서 KAIST를 설립하겠다고 합니다. 풀어서 쓰면 Keny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이지만 KAIST라고 부르기 때문에 우리와 이름이 똑같습니다. 현재 설립 예산도 책정이 되어 있다고 해서 우리대학에서 설립에 관한 제안서를 제출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설립이 되기 전에 우리 이름을 도용한 것이니 명칭을 바꾸라고 할 예정입니다.

얼마 전 에티오피아 대사가 우리대학을 예방해 “더 많은 에티오피아 학생들을 KAIST에 입학시키고 싶다.”며 몇 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도 KAIST를 롤 모델로 하는 대학을 설립하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저는 꿈이 있습니다. 우리 교육모델을 외국에 수출하는 것입니다. 그 꿈이 지금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은퇴 후에도 재취업 할 곳이 많아 질 것 같습니다. 교육모델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교직원 모두가 필요합니다. 세계의 많은 나라가 KAIST를 배우고 싶어 합니다. KAIST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 세계 대학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KAIST 성공의 3박자는 무엇일까요?

KAIST 발전의 역사 속에는 V‧I‧P가 있었습니다.

첫 째, 비전(Vision)입니다. 대통령의 비전이 있었습니다. 역사의 지평선 너머를 보며 ‘KAIST는 우리나라 발전에 필요’하고 ‘성공할 것’을 확신했던 비전이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존 한나(John A. Hannah) USAID 처장도 KAIST의 성공을 예상했고 미화 6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역사적인 시기에 우리나라에는 정근모 박사님과 같은 아이디어(Idea)를 가진 분이 계셨습니다. 정 박사님을 소개할 때 저는 항상 가슴 한편이 뜨거워집니다. 30세. 정 박사님이 KAIST 설립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셨을 때의 나이입니다. 여러분은 30세에 무엇을 하셨습니까? 저는 박사학위를 하고 있었는데, 조금 편한 표현으로 바닥을 박박 기고 있었습니다. 나라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 박사님은 훨씬 더 어린 나이에 박사학위를 끝내고, 나라를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 아이디어가 오늘날 KAIST를 만들었고, 우리나라 발전을 견인했습니다.

다음은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열정(Passion)이 있었습니다.

Vision과 Idea와 Passion이 KAIST 성공의 세 박자였던 것입니다.



지금 보시는 슬라이드는 1970년에 작성된 Terman Report의 마지막 Chapter인 ‘The Dream of the Future(미래에 대한 꿈)’ 입니다. 내용을 잠깐 살펴볼까요?

 ‘2000년이 되면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위대한 과학기술대학이 될 것이다.(It will by year 2000 be a great Institute of Technology with an international reputation.)’, ‘교육의 새로운 장을 여는 선봉장이 되었을 것이고, 더 나아가서 한국인의 자긍심을 올려주는 대학이 되어 있을 것이다.(thus will have spearheaded a new era in education. Even more important, KAIS will have enhanced the self-confidence of Koreans.’ 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문장들이 미래완료 시제로 쓰여 있습니다. 얼마나 확신이 있었으면 이렇게 미래완료로 보고서를 쓸 수 있었을까요? Terman Report에 쓰인 내용들이 이루어진 것 아닙니까?

1970년에 30년 후인 2000년의 KAIST 모습을 확신하며 Terman Report는 작성되었습니다. ‘불확실한 시대에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진 사람이 결국 미래의 주인이 된다.’는 아주 단적인 예를 보여주었다고 하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7년 전 미래를 확신한 분들과 그 분들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여러분도 저도 이 자리에 없을 것입니다.



KAIST 설립 당시의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KAIST 역사의 다음 페이지를 어떻게 장식하시겠습니까?

그간의 성취에 만족하고 편안히 쉬시겠습니까? (Sit Back & Relax)

아닙니다. 국가와 국민의 사랑과 성원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은 다음의 꿈을 향해서 전진해나가는 것입니다.(Marching toward Next Dream.)

KAIST는 태생적으로 국가발전에 공헌하고 국민들께 봉사해야 하는 소명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국가와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과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깊이 있는 고민에 앞서 21세기 메가트렌드에 대해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인류 사회의 변화를 선도할 메가트렌드를 3가지로 이야기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초연결, Hyperconnectivity 입니다. 30년 후면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기기가 서로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이 됩니다. 광속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모든 과학기술이 융복합화, Convergence 이며, 세 번째는 초지능화, Superintelligence 사회의 도래 입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으로 초지능화 사회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알파고는 이미 세계적인 바둑기사인 이세돌과 커제를 물리쳤습니다. 얼마 전 더 이상 인간과 바둑을 두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세계의 어느 바둑기사와 대국을 해도 이긴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앞으로 바둑대회는 인간 바둑대회와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간 바둑대회로 나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공지능이 점점 진화하면서 다양한 인간형 로봇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영상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안내로봇이 있습니다. 요즘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다양한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모습이 인상적 입니다.

다음 영상에 나오는 매력적인 여성은 소피아 입니다. 사람과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뒷모습을 보면 로봇입니다.

세 번째 영상을 살펴볼까요? 골프 치는 로봇입니다. 작년 PGA 이벤트인데 AI로봇골퍼가 파3홀에서 홀인원을 합니다. 잠깐 보실까요? 홀인원입니다. 앞으로 AI로봇 골퍼는 18홀을 단지 18번의 스윙으로 끝낼 것입니다. 지형, 바람, 힘의 강약 등 종합적인 정보를 파악해 완벽하게 스윙을 할 것입니다. 인간과 비교가 안 될 것입니다. 결국 AI 골프대회와 인간 골프대회로 나누어질 것입니다.

그 다음은 요리로봇 입니다. AI화가, AI판사, AI운전사 등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경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여러분, 위기감이 느껴지시나요? AI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러면 인간은 어떻게 생존해야 할까요?

결국 앞으로 30년 후 정도면 로보 사피엔스와 호모 사피엔스가 공존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동영상에서 보시는 것처럼, 혼다의 아시모(ASIMO)는 방문객이 오면, ‘Recognize a human face’,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인지합니다. 방문객에게 인사를 하고, 목적지까지 안내를 합니다. 그 다음에는 커피나 티 등 원하는 음료를 대접하기도 합니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직업군이 조만간 로보 사피엔스에 의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다음 영상에도 또 다른 하나의 예가 있습니다.

Ray Kurzweil, 유명한 미래학자입니다. 2006년에 출판된 그의 저서 ‘The Singularity Is Near(특이점이 온다)’에서 그는 2045년 무렵에 AI로봇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소위, 특이점(Singularity Point)에 도달 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굉장히 공격적인 예측입니다. AI 전문가들에 따르면 특이점의 시기를 향후 50~80년 정도를 예상합니다. 어쨌거나 미래에 기억력이나 기능적인 삶의 표현이나 정보처리나 계산능력이나 운동능력에서 인간이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AI로봇이 등장하는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로보 사피엔스 시대의 호모 사피엔스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그것을 고민하게 됩니다.

제 생각에 호모사피언스의 정체성은 창의력 입니다.  그 다음에 감동적인 삶과 표현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강연을 하는데 기능적으로만 강연하는 것은 로보 사피엔스가 훨씬 더 잘할 것입니다. 그런데 감동적으로 강연을 하는 것은 인간이 더 잘 할 것입니다. 만약 제가 강연에서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로보 사피엔스가 저를 대신해 강연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제가 농담 삼아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혼자 사는 할머니’와 ‘감동이 없는 목사님의 설교’ 사이에 공통점이 무엇일 것 같습니까? 혼자 사는 할머니에 힌트가 있습니다. 답은 영감이 없다는 것입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없어지지 않을 직업 중 하나에 목사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감동과 지혜를 줄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직원 분들도 구성원들에게 감동을 주고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앞으로 로보 사피엔스로 대체되지 않을 것입니다.



KAIST는 지금 Stall Point에 있습니다. 지난 반세기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발전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엔진이 꺼져 추락할지 모르는 시점에 놓여있습니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지난 6년간 KAIST밖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나름대로 정리하고 다소 과장해서 표현하면, “KAIST는 지금까지 이룬 성과에 만족하여 자만하고, 오만한(Arrogant) 집단이다. 그래서 고립(Isolated) 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기관과 동떨어진(Separated) 섬과 같은 그런 영역(Territory)이다.”입니다.

연구단지의 많은 출연연구소들이 KAIST를 보고 느낀 점들입니다. KAIST는 담이 너무 높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이런 모습으로 우리가 계속 있다면 KAIST는 전진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우리가 그동안 불철주야 과학기술의 발전에 헌신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결국 우리가 새로운 마음으로, Second Dream을 향해 한번 더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추진동력(Driving Forces)은 무엇일까요?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는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을 선도적으로 감당해야 할 책무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 시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존재가치를 다시 한번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대학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자원(resources)이 많아야 할 것입니다. 공간도 있어야 하고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그에 앞서 초창기 우리가 가졌던 정신을 되새기고, 새로운 V.I.P 정신을 갖추어야 합니다. 앞서 소개한 V.I.P 정신은 비전(Vision), 아이디어(Idea), 열정(Passion)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V.I.P 정신은 비전(Vision), 혁신(Innovation), 열정(Passion)입니다.



제가 총장으로 취임하며 제시한 비전은 ‘글로벌 가치창출의 세계 선도대학(Global Value-Creative World-Leading University)입니다.

KAIST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World-Class University)입니다. 이제 세계적 기준에 부합하는 가치창출을 함으로써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World-Leading University)로 도약할 시점입니다. KAIST는 세계적 수준의 학문적 가치, 기술적 가치, 경제적 가치 창출을 통해 과학기술 발전을 견인하며 인류 문명사회 구현에 기여하는 대학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육 측면에서는 세계와 역사에 기여하는 지식창조형 글로벌 융합인재 양성의 허브로서, 한편, 연구 측면에서는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 신산업 창출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신지식‧신기술 진원지로서 발전해야 합니다.



저는 비전 실현을 위해, 다음과 같이 교육, 연구, 기술사업화, 국제화, 미래전략 등 5가지 혁신(Five Innovations)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합니다.

그럼, 중점적으로 추진할 5대 혁신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교육혁신 입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어떤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가?’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매우 중차대한 이슈입니다. 이 이슈는 우리나라, 그리고 KAIST에서만 고민하고 있는 이슈가 아닙니다. 전 세계 대학의 미래를 고민하는 총장들의 동일한 고민입니다. 이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융복합과 초연결과 초지능의 사회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3가지의 키워드를 가진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첫째는 ‘융합능력’입니다. 그 이유는 앞으로 새로운 발명과 발견은 전통적인 학문보다는 학문의 접경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협업능력’입니다. 우리사회는 지금 초연결사회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사회는 타인과 협업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윤리의식’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결국 유토피아를 지향하지만 윤리의식이 없는 과학기술은 결국 디스토피아의 불행한 사회를 초래할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3가지 요소 ‘융합능력’, ‘협업능력’, ‘윤리의식’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우리는 교육 커리큘럼을 어떻게 보완‧발전시켜야 할까요?

첫째는 기초교육을 강화하는 동시에, 통섭적 인문사회과목을 공통필수로 가르치는 전뇌(全腦) 교육이 필요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과학기술의 트렌드를 추적하고 다양한 분야의 융합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기초가 튼튼해야 합니다. 마치 “얼마나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느냐?”는 기초가 얼마나 튼튼한지에 달려있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우리 세대는 30년 공부하고 30년 활동하고 보통 은퇴를 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가르칠 학생들은 30여 년 공부하고 최소 60여 년 이상 활동할 세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의 중요성이 훨씬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전뇌(全腦)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어떤 전공분야도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또한, 급변하는 과학기술의 트렌드를 쉽게 이해하며 창의력을 발휘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둘째는 학생들의 협업능력 제고를 위해서 팀기반학습(Team-Based Learning)이 중요합니다. 여러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여 학습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이 각각 혼자 학습하는 것보다는 팀을 구성해서 서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소통능력을 키우고, 동시에 상대방이 자신의 경쟁상대가 아니라 협업의 대상, 상생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리더십 교육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학생들이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질과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 그리고 윤리의식을 체계적으로 함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교육들을 제공하기 위해 학부과정에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무학과 교육 트랙 도입을 제시했고, 2018년 입학생부터 2학년이 되면 원래 있던 세부전공 트랙을 선택하거나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무학과트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학과트랙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크게 3가지 유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나는 무학과트랙을 마치고 전통적인 진로대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창업을 하거나 기업에 취업하는 학생이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공계를 백그라운드(background)로 해서 비이공계 분야, 예를 들면 과학기술정책이나 언론과 같은 분야로 나갈 학생들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유발 인자(Triggering factor)가 될 것입니다. 우리대학은 학부 때부터 인공지능을 가르쳐서 인공지능에 관한 충분한 지식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려고 합니다.



또한, 국가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사랑에 부응하는 동시에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지식들을 무료로 전달할 수 있는 ‘대국민 무료 온라인 공개강좌, KOOC’를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다음은 연구혁신 입니다.

절대 규모 면에 있어서 우리나라 연간 R&D 투자는 약 80조 원으로 세계 6위이고, GDP 대비 4.23%로 세계에서 제일 높은 국가입니다. 하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가 적어 일각에서는 임팩트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러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타개해 나가는 선도적인 역할을 KAIST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해답으로 다음과 같은 연구개발 모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연구개발은 대부분 추격형, Fast-Follower R&D였습니다. 이제 선도형, Fast-Mover R&D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선도형 연구개발이란, 세계적으로 최고(Best one)이거나, 최초(First one)이거나, 유일한(Only one) 연구를 목표로 하여 신지식 창출이나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의 임팩트가 있는 소위 ‘U자형’ 연구결과를 산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혁신방안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하나는, 융복합 연구수행입니다. 융복합 연구와 관련하여 간략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요즘 AI 분야가 굉장히 각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자들만이 하는 연구는 아닙니다. 수학, 물리, 전자, 기계 등 굉장히 많은 전문가들이 모여 Interdisciplinary, cross-disciplinary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전공을 초월한 초학제간의 융복합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KAIST가 세계적인 대학들과 경쟁하고 차별화될 수 있습니다. 제 임기 중에 세계적인 명성의 플래그십(Flagship) 연구그룹 10개 정도를 만들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연구혁신을 위한 또 하나의 방안으로 협업연구실 제도를 제안합니다.

협업연구실 제도는 연령이 각기 다른 교수들이 협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이 생각을 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왜 우리나라는 역사에 비해 학문의 깊이가 깊지 못할까?’를 오랜 기간 고민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교수가 30여 년 동안 열심히 연구해서 학문의 깊이를 쌓아갑니다. 그런데 65세가 되어 은퇴를 하면, 동시에 그 연구실은 문을 닫습니다. 후계자를 추천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도 없습니다. 저도 올해 8월 말이면 은퇴를 합니다만 저에게도 제 연구실을 지킬 수 있는 아무런 권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곧 연구실이 문을 닫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교학부총장께서도 내년에 저와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온 학문의 깊이가 한 순간에 사장되고 마는 것입니다. 결국 젊은 교수들은 새로 임용이 되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학문의 깊이를 세대를 뛰어 넘어 쌓아 올릴 기회가 박탈된 채 이러한 사이클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마는 것입니다.

거의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은 ‘강좌제’라는 것이 있어서 후계자를 선택해서 연구실의 역사를 이어가게끔 합니다. 명치유신 이후에 지금 3대 내지 4대에 걸쳐 학문의 깊이를 쌓아갔고,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유명한 명성을 가진 랩들이 탄생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랩에서 노벨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협업연구실 제도는 제가 KAIST 총장으로 부임하며 하루아침에 생각한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께서 의장을 맡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PACST) 부의장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의 지식을 축적할 것이냐?’를 깊이 있게 고민하다가 아이디어를 냈고, 은퇴가 가까운 분들과 오랜 기간 심도 있는 토의를 하면서 생각을 공고히 하게 되었습니다.

KAIST가 이 아이디어를 선도해나가면 좋겠습니다. 물론 반대의견을 내는 분들도 있습니다. 젊은 교수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50:50 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한 연구실에서 선배 교수들과 함께 연구하다보면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훗날 연구 경험이 쌓이고 60세에 가까워지면 지금 젊은 교수들도 이 아이디어에 찬성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 계신 직원 분들께서도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헌신이 KAIST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음은 기술사업화 혁신입니다.

19세기 중반까지 대학은 교육 기능만을 수행했습니다. 20세기 초 대학원 과정이 도입되면서 연구 기능이 추가된 1차 대학 개혁이 일어났습니다.

21세기 선진대학들은 새로운 지식 창출의 진원지일 뿐 아니라 지식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R&DB(Research, Development, Business) 허브 역할을 하는 2차 대학개혁을 이루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선진대학들이 R&D에 B, 즉, Business까지 하는 R&DB의 허브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술사업화 혁신을 위해서, KAIST에서는 기업가 정신교육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특히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적 기업가정신 교육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기업가는 매출을 일으키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업을 창업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사회발전에 공헌하기 위함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성공한 기업가가 되었을 때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인격과 포부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많은 교수님들이 창업을 하고 계시지만 성공률이 그렇게 높지는 못합니다. 우리나라 2,500 여개 정도의 기업이 교수 혹은 연구원에 의한 창업이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가 바로 기술출자기업(Technology in-Kind Investment Company)입니다.

기술출자기업은 기관이 보유한 지식재산을 가치 평가하여 현물로 20% 이상 출자하고, 기업인이 현금을 출자하고 경영을 맡는 산학 협업의 이상적 창업 모델입니다. 연구자의 연구능력과 경영자의 경영능력이 win-win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시스템으로서 특구 내 기술출자기업이 설립되면 관련법에 의거 법인세 혜택 등 여러 가지 지원을 받게 되어 창업 성공 확률이 교수 직접 창업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기술을 가지고 대덕연구개발특구 연구소 1호 기업으로 창업한 한국콜마가 기술출자기업의 좋은 사례입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는데, KAIST가 개발한 무궁무진한 각종 기술을 사업화하면 콜마와 같은 막대한 경제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KAIST 기업가정신교육에 있어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가정신교육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창업을 하고 기업을 운영하는 첫 번째 목적은 이윤창출 입니다. 사회가 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윤을 창출해서 사회에 어떻게 환원할 것인지 고민하는 기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사회적 기업가 정신입니다.

미국 스탠포드에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가르치는 교수들과 이야기하면서 스탠포드 교육이 바뀌어가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대학들에서는 지금 이런 교육을 시킵니다.

그렇다면 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일까요? 결국 국가가 제대로 그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국가의 채무가 많아지고, 의사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면서 많은 부작용을 양산해내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기업가는 돈을 벌어서 그것을 선한 목적으로 사용할 때, 정부에 비해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더 빠르게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빌게이츠의 사회공헌이 있습니다. 불치병을 퇴치한다든지, 아프리카를 도와준다든지, 한 개인이 결정을 내리고 그것이 사회의 큰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미래가 촉망되는 KAIST의 모든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대학의 기술사업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연구비당 기술이전이나 공공기관 기술창업 수를 살펴보면 미국이나 EU에 비해 약 3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정부의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지적하는 부분이고, 동시에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스탠포드 같은 경우에는, 스탠포드 대학 출신들이 창업하는 회사가 4만개 되고, 일자리 창출이 540만 개, 연 매출이 2조 7,000억불입니다. 우리나라 GDP의 약 2배 정도의 엄청난 매출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스탠포드나 MIT에 비교하면 KAIST가 가야할 길은 멉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국내 벤처기업에 비해서 굉장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기업 상장율에 있어서는 5배 정도, 또 자산 평균에 있어서도 5배 정도 됩니다. 연 매출은 평균 3배 정도로 KAIST 졸업생들이 창업한 기업의 경쟁력은 높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국가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졸업생 창업 기업들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우리대학에는 창업원이 있어 구성원들의 다양한 창업활동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창업원을 방문해 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다음은 국제화 혁신입니다. KAIST가 세계선도대학(World-Leading University)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화가 필수(Must)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영 이중언어 소통 캠퍼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KAIST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나아가려면 영어구사력은 필수적입니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은퇴가 아주 가까운 분들은 영어공부를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젊은 직원들이 영어공부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해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40세인 직원 분들은 앞으로 10년 후에 이중언어 사용이 자유롭지 못하면 직장생활이 힘들지도 모릅니다. 미리미리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학교에서도 이중언어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습니다.

저는 “외국인 학생이나 교원도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언어소통 측면에서 ‘한국형 국제화’로써 KAIST 학생들과 구성원들이 영어구사력을 조금 더 키우고, 외국인들에겐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Globalization Campus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한·영으로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이 가능한 캠퍼스를 만들려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지금 우리대학의 외국인 교수나 학생 비율은 여타 선진대학에 비해 굉장히 적습니다. 사실 슬라이드에서 보고 계신 저 지표들만 2배 정도로 올리면 우리는 세계대학평가에서 30위권 내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강연 초반에 말씀드렸던 홍콩과기대를 포함해 지금 아시아권에 있는 대학 중에서 30위권에 들어가는 대학들은 모두 외국인 교수나 학생 비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외국인 비율만 높여도 우리대학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6월 23일은 주한 외국대사들을 초청하여 제1회 Embassy Day를 개최합니다. KAIST를 홍보하고, 우수한 학생들을 추천받아 입학시켜 국제화 달성에 힘쓰고자 합니다.





마지막 혁신은 미래전략 혁신입니다.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미래에 대한 비전이 확실한 집단과 국가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주인이 됩니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의 말처럼 “현재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이 현재를 만들어 갑니다.” 미래의 비전을 세우고 발 빠르게 혁신하지 않는 조직과 국가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KAIST는 위기감을 직시하고 미래 비전과 혁신적인 전략을 마련하여 선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미래전략 혁신을 위해 비전 2031 장기 플랜을 시작했습니다. 2031년은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신것처럼 KAIST 설립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상징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2031년에 우리가 생각하는 비전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아가 KAIST가 주도적으로 싱크탱크 그룹을 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은 전세계 싱크탱크 그룹 약 2,600여개 중 절반을 가지고 있고, 이 싱크탱크 그룹에서 수립한 미래전략들은 정권과 관계없이 지속성을 가지고 이행됩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정권을 초월해서 지속성 있게 전략이 수행되고 예산이 집행되며 국가발전을 이끌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사정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KAIST가 정권을 초월해서 싱크탱크 그룹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책마인드가 있는 다양한 전공 분야의 교수진으로 구성된 싱크탱크 그룹을 가동하여 KAIST의 발전 전략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장기발전계획을 마련, 이를 시의적절하게 제시하며 국가 과학기술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 나가길 바랍니다.



‘비전 2031 위원회’는 이미 가동 중에 있습니다.

본 위원회는 총장 직속으로서 위원장과 분과위원장 모두 두 분이 책임을 맡는 공동위원장(Dual Head System)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위원장을 맡은 한분의 비보직 교수가 진행을 맡고, 함께 위원장을 맡은 보직 교수가 전반적인 학교의 상황을 고려하여 아이디어의 집행과 구현 가능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눕니다.

위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제가 전 교수를 대상으로 메일을 보냈고, 70여 명이 참여해주셨습니다. 당일 준비했던 점심식사가 모자랄 정도로 많은 교수님들이 찾아주셔서 KAIST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은 제가 2000년 초에 비전위원장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비전위원장이 비전위원에 대한 인사발령을 다 냈습니다. 강제적으로 발령을 내니 작동이 잘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비전위원장이 혼자 모든 것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 왔었는데, 이번 위원회는 자발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위원회의 활동기간은 앞으로 1년 정도를 예상하고 있으며, 위원회의 활동이 종료될 시점에 2031 장기발전 보고서를 발간하려고 합니다. 이 보고서는 제2터만보고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편, 이 보고서는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인 ‘(가칭)KAIST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으로도 출판될 것입니다.

또한, 대국민, 대정부, 대국회를 상대로 KAIST 비전2031 선포식을 개최하여 KAIST가 다시 한번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존재가치를 드러내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혁신의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할까요? 학교의 제일 중요한 고객(customer)이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학생입니다. 학교는 학생이 없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학생이 없으면 연구소가 됩니다. 학생은 넘버 원 고객(Number One Customer)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학생들의 요청과 목소리에는 즉각 대답하려고 합니다. 학생들의 면담요청이 있으면 공식 일정으로 면담이 불가능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직접 만나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학생은 넘버 원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KAIST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이므로 우리는 학생을 중심에 두고 보직자‧교수‧직원이 혁신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저는 이번 특강을 통해 여러분께 KAIST 직원이 가져야 할 3가지 정신을 주문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서비스 정신입니다.

서비스 정신의 궁극적인 단계는 결국 구성원들이 감동을 받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감동을 받을 때까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사례를 통해 의미를 명확하게 하고자 직원 서비스의 감동 사례를 두 가지 준비해왔습니다.

왼쪽 사례 #1은 안전팀장과 학생 간 이메일 입니다. 학생들에게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잘 해결되지 않는 경우 제게 이메일을 보내라고 합니다. 그리고 24시간 이내에 회신을 하겠다고 약속한바 있습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이메일이 오면 관련부서를 참조에 넣어 검토를 요청합니다.

이번 사례는 한 학생이 학내 교통문제에 관한 민원이 해결되지 않자 제게 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안전팀장과 학생 간 이메일이 수없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안전팀장은 법조문을 조사해가며 굉장히 성실하게 학생의 질문에 답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수차례 이메일이 오고간 후에 ‘이 정도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전팀장과 학생 간 이메일 대화에 개입해서 학생에게 “학교 행정에서 충분히 설명을 한 것 같다. 학생도 이 정도에서 수용하면 좋겠다.”는 메일을 보냈더니 이 학생도 “그렇지 않아도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학생인 저의 의견을 학교에 계신 많은 분들이 노력해 주시고 개선시켜 주신 것에 대해 안전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있어서도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 또한 학교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학생으로서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회신을 보내왔습니다.

우리 이상철 팀장님께 박수 한번 치지요. (박수)

오른쪽 사례 #2는 총무팀장과 학생 간 이메일 입니다. 배경 설명을 잠시 드리면, 이 학생이 박사과정 여학생인데 6월에 정문술 빌딩에서 결혼식을 할 예정입니다. 부모님들은 서울에서 결혼식을 하자고 하셨답니다. 그런데 모교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정문술빌딩에서 하겠다고 하고, 장소를 정하고 직접 가보니까 샌드위치점이 생기면서 여러 가지 문제로 결혼식을 치르기가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상황을 발견하고 나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학생이 고민 끝에 제게 이메일을 보냈고, 24시간 내에 답변을 보내며 총무팀장께 검토를 부탁했습니다. 제 메일을 받고 행정처장과 총무팀장이 현장을 방문해서 문제점들을 검토하고 원만하게 해결해줬습니다.

그러자 이 학생이 이메일을 통해 다음과 같이 감사의 마음을 보내옵니다.

“총무팀장님, 안녕하세요. 먼저 그간 정문술빌딩의 현 상황과 문제점을 살펴 주시고 행정적으로 여러 부분을 처리하시느라고 고생하셨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렇게 빨리 조치를 취해 주시고 진행상황을 알려주신 것에 울컥할 정도로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제가 정말 좋은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세세한 배려에 또 한번 감사드리며, 배려해 주신 만큼 결혼식을 무사히 잘 치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주위 사람들에게도 학교의 협력이 얼마나 신속하고 높은지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늘 학생들을 위해 힘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편안한 주말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총무팀장, 어디 계십니까?

우리 박수 한번 치시지요. (박수)

이렇듯 학교의 행정서비스에 감동을 받은 학생들은 졸업하고 나서 KAIST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입니다. 훗날 성공해서 큰 기부를 할 수도 있습니다. 힘들지만 학생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면 KAIST의 경쟁력은 크게 올라갈 것입니다.

총장 혼자서 언론에 “KAIST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이 되겠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여러분 한분 한분이 맡은바 임무에 충실하지 않고, 감동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결국 학생들이나 국민들이 ‘속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앞서 소개해 드렸던 감동 서비스들이 자주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총장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라고 강조하는데, 총장께서는 감동을 주기 위해 무엇을 하느냐?’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어서 저도 합니다.

총장으로 부임하며 매월 학부 및 대학원 신입생들의 생일을 챙겨주고 있습니다. 큰 대학에서 총장이 직접 학생들의 생일을 챙겨주는 사례는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학부생들이 꽤 옵니다. 처음에는 학부 신입생만 하려고 했더니 대학원생 신입생들이 “우리는 더 외로워요.”라고 하더군요.

“그러면 대학원 신입생 생일도 챙기겠다.”라고 얘기하고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첫 달 행사를 준비하는 중에 총장실장이 “총장님, 안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참석 대학원생이 너무 적습니다.”라고 얘기하더군요. 몇 명인지 묻자, “대상은 100여 명인데 8명이 온다.”고 하는 겁니다. 대학원생들은 많이 오지 못할 것이라 이미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밤새 실험을 하니까 아침에 늦게 일어나지 않습니까? 참석 인원과 상관없이 축하파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바쁩니다. 15분 간격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바쁘지만 생일파티를 이어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 째는, 학생들과 한 약속을 제가 먼저 취소하고 싶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리더는 큰일에도 성실해야 하지만 작은 일에도 성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학생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습니다.

대학원 생일파티에 참석했는데 8명의 대학원 신입생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 저를 포함해 8명이 넘는 보직자들이 그 자리에 참석한 겁니다. 부총장 3분 모두 오셨습니다. 학생들이 감동을 받았을까요, 안 받았을까요? 그 자리에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무척 고마워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현장 중심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있고, 학교 구성원들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축하카드를 보내는 일들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일의 크기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구성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주인정신입니다. 수처작주(隨處作主) - 어느 곳이든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는 자세를 갖는 것, 이것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전 국민들이 가져야 할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의 고딕양식 노틀담 성당이 있습니다. 파리에 가시면 보게 되실 겁니다. 이 성당의 공사기간은 약 20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 웅장함에 저도 압도가 돼서 제 카메라로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성당 앞에서 제가 들은 스토리를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성당 공사를 할 때 수많은 석공이 동원되었다고 합니다. 대주교가 어느 날 공사장에 와서 석공들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 벽돌을 쌓느냐?” 대부분의 석공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돌을 쌓고 있습니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 석공이 “제가 열심히 쌓은 이 건물이 언젠가 인류 역사에 남은 위대한 건축물이 될 것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두 사람은 월급이 다를까요, 같았을까요? 똑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일에 대한 기쁨은 어땠을까요? 일에 대한 기쁨은 완전히 달랐을 것입니다.

여러분 월급도 서로 비슷합니다. 평가에서도 얼마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월급의 많고 적음은 여러분에게 큰 기쁨을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일에 대한 보람과 미래에 대한 가치를 느낀다면 월급에 비해 훨씬 더 큰 기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30년, 50년 후에 KAIST가 이 세상을 리드하는 대학이 되는 꿈을 가지고 맡은 바 업무를 하게 되면 훨씬 더 많은 가치를 발견하게 되고 능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장인정신, 혼을 바쳐 최고를 지향하는 정신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KAIST는 국내 선도대학으로 인재들이 모여든 곳입니다. 좋은 교수, 좋은 학생, 좋은 직원이 모여 국내 선도대학이 되었습니다.

KAIST는 국내 선도대학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 했습니다. 어떻게 한 단계 올라갔을까요? 구성원이 하나 같이 열심히 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DGIST 총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22년 동안 월·화·수·목·금·토·일 일했습니다. 본능적으로 토요일, 일요일도 항상 일했습니다. 모든 교수들이 그랬고, 행정직원 중에서 많은 분들이 그렇게 일 했습니다.

우리의 다음 목표는 무엇입니까? 세계 선도대학입니다. 이것은 세계적인 대학에서 세계 선도대학이 되려면 Quantum jump를 해야 합니다. 오늘 발표된 QS 랭킹을 보면 세계 20위 내에 들어간 대학 중에 만만한 대학이 별로 없습니다. 그 대학들을 넘어서려면 Quantum jump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Quantum jump를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인재들이 모여 최선을 다하고, 맡은 분야에 혼을 바쳐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혼을 바친다는 그 느낌을 가지게 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높은 목표일 수록 혼을 바쳐야만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혼절은 하지 마십시오. KAIST 발전을 위해 혼절되기 직전까지만 혼을 바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학교를 운영하다보면 조직이라는 것이 오케스트라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지휘자가 총장에 해당되고, 각 악장들은 교학부총장, 연구부총장, 대외부총장 등이고, 그 다음에 구성원들이 쭉 있는 것입니다.

오케스트라는 단 한명의 연주자라도 수준에 미달하면 초일류가 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1시간 연주에 팀파니 연주자의 경우 몇 번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혼을 바쳐 연주하지 않는다면 전체적인 음악이 완전히 깨져버리고 말 것입니다.

KAIST도 똑같습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조직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항상 기억해주기를 바랍니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한 예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잠시 후 보게 될 영상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의 공연입니다.

베를린 필의 공연료는 다른 오케스트라보다 훨씬 비싸지만 공연은 늘 매진이 됩니다. 상대적으로 공연료가 저렴한 다른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자리가 텅텅 비는데 왜 베를린 필의 공연은 가격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전석 매진이 될까요?

한 사람 한 사람이 혼을 바쳐서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기 때문입니다.

공연 영상을 잠깐 보지요.

지휘주가 정말 열정을 다하지 않습니까? 각자 얼마나 열심히 합니까? 바이올린 연주자, 팀파니 연주자,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하나하나가 최선을 다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직장 분위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맥 중심에서 일 중심의 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을 택할 때 혈연·학연·지연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것을 뛰어 넘어야 합니다. 제 스스로도 이러한 관행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냉정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공사 구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여담입니다만, 보직 인선 후 알게 되었는데 세 분의 부총장 중 저와 고등학교 동문이 한분도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수동적인 업무 자세를 능동적 업무자세로 바꾸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KAIST 총장으로 부임하며 직원 여러분의 수동적인 업무자세를 많이 경험했습니다. 조직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능동적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은 불평보다는 감사하는 자세, 비난과 비평보다는 칭찬과 격려하는 자세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행정조직에서 칭찬과 격려의 분위기를 많이 만들어 가면 좋겠고, 교수사회도 함께 변화했으면 합니다.

잘하는 사람을 시기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사람을 인정하는 분위기, 친분 위주의 나눠먹기 평가에서 업적 중심의 평가를 하고, 연고 중심 혹은 부리기 편한 사람을 채용하던 문화에서 인재를 찾아 채용하는데 문화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 결국 자긍심을 가진 집단으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KAIST인으로 자긍심을 갖길 바랍니다.

젊은 직원들과 얘기할 때가 종종 있는데 자긍심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 가서도 KAIST 직원으로 근무한다고 하면 굉장히 부러워합니다. 그런 자긍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 상호 신뢰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면 좋겠습니다. 제 자신부터 신뢰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궁극적으로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목적은 결국 행복 아닐까요? 우선 내가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하고, 우리 구성원들이 행복하고, 나아가 자긍심과 신뢰와 행복이 넘치는 기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반세기 전, KAIST는 산업화 태동기에 희망의 등불이었습니다.

물론 KAIST가 설립될 때만 해도 KAIST의 존재가치에 의구심을 가지고, 우리의 역할에 그리 큰 기대를 걸지 않은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KAIST는 대한민국이 이룩한 산업화‧정보화에 크게 공헌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KAIST에는 새로운 기회가 다시 한번 찾아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KAIST에 질문을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KAIST가 다른 대학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독특한 존재가치 있는가?”

KAIST의 존재가치에 물음표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며 많은 국민들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현시점이야말로, KAIST가 또 다른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새로운 희망의 등불이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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