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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LEADERSHIP

연설문

故 신중훈 교수 1주기 추모행사_추모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29 조회수2276

안녕하십니까? KAIST 총장 신성철 입니다.

1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안타깝게 우리와 이별해야 했던 신중훈 교수님을 기억하고자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 1년간 엄청난 충격과 말할 수 없는 슬픔을 의연하게 견뎌 오신 아내 홍영은 여사, 딸 규리 양, 아들 홍규 군, 아버지 신평재 회장님 그리고 가족 친지 분들께 충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많은 선‧후배 동료들과 후학들이 변함없이 신 교수님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늘 1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1년 전, 비운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인생무상을 느끼면서 비통해 했습니다. KAIST 총장으로 부임하여 캠퍼스를 오가면서 문득 신 교수가 남긴 빈자리를 맞이할 때면 다시 슬픔에 잠기곤 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신 교수는 KAIST를 그 누구보다 사랑했던 교수였고 천부적인 재능에 더해 집중력과 집념이 뛰어난 연구자였습니다. 제자들에게 학문적으로는 매우 철저하고 엄한 스승이었지만 인간적으로 제자들을 아끼고 사랑했던 참 교육자였습니다. 또한, 창의적이고 비범한 능력을 가진 신 교수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미래과학, 특히 나노과학분야를 이끌어갈 탁월한 과학자로 기대하고 주목했습니다.

신 교수는 통상의 과학자나 이공계 교수와는 달랐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관심과 능력을 가진 교수였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가장 놀랐던 점은 뛰어난 영작 능력이었습니다.

15년 전, 신 교수에게 대덕에서 개최된 국제학회 좌담회의 리포터를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90분간 한・영 이중언어로 진행된 대담 내용을 즉석에서 완벽하고 수려한 문장으로 노트북에 정리하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신 교수는 외국 생활을 굉장히 오래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하고 넓은 포용력을 가지고 있어 젊은 교수들이 구루(Guru)라고 부르며 따를 정도로 좌중의 대화를 잘 이끌어 갔고, 학과 선・후배 교수들 간에 신망이 굉장히 두터웠습니다.

이러한 신 교수님의 인간됨과 삶에 대한 적극적이고 진지한 모습은 아버님 신평재 회장님의 철저한 교육철학과 훌륭한 가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KAIST에 대한 큰 사랑, 열정, 학문과 연구 역량, 국제 감각, 리더십 등을 모두 겸비한 신 교수를 볼 때면 탁월한 인재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KAIST가 세계적인 대학인 ‘World-Class University’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인 ‘World-Leading University’로 나아가는데 국제 감각을 가진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필요한 현 시점에 신 교수의 부재는 굉장히 아쉽습니다.

지난 4월 홍영은 여사와 아버님께서 학교에 큰 기부를 해 주셨습니다. 홍 여사님과 가족 분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신 교수님의 큰 뜻을 이어갈 후학들을 양성하기 위해 KAIST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우리는 우리의 과학기술로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후학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멋진 세상, 故 신중훈 교수님이 꿈꾸던 세상을 기억합니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젊은 과학자이자 연구자, 믿음직한 남편이었고 또 한없이 다정한 아버지 그리고 아들이었던 신 교수님께서 남기고 떠난 꿈과 소망을 이 자리에 함께 한 우리가 변함없이 이어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짧은 생을 살다가 유명을 달리한 신 교수가 그의 삶을 통해서 우리에게 남긴 두 가지의 강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최선을 다하는 삶의 자세’입니다. 신 교수는 연구자로서 또 교육자로서 혼을 바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타주의적인 삶의 자세’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학과나 학교의 요청을 기꺼이 들어주던 그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학교 중요문서의 번역 작업이 필요했던 적이 있습니다. 신 교수도 굉장히 바쁜 시점이었지만 제 부탁을 마다하지 않고 밤새 번역을 하여 학교 행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고마웠던 기억이 납니다.

‘화향백리(花香百里), 인향만리(人香萬里),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넘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신 교수의 ‘최선을 추구하는 삶’과 ‘이타주의 삶의 정신’은 우리 뇌리에 오래 남아 삶의 교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 교수님께서도 하늘나라에서 우리가 굳건히 세상을 밝혀 갈 수 있도록 항상 지켜봐 주시고 또 용기와 힘을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故 신중훈 교수님의 1주기를 추모하면서 고요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편히 영면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 9. 29
KAIST 총장 신 성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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