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신성철 KAIST 총장입니다.
굉장히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서 92명이 KAIST 글로벌 학생봉사단에 선발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제1기 단원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분들이 학업에 더해 여러 가지 활동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봉사에 대한 열정, 도전정신, 희생정신을 보여줘서 총장으로서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창단식 준비에 수고해 준 김영걸 센터장님 이하 글로벌리더십센터 직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총장으로 부임했을 때 지금의 ‘글로벌리더십센터’의 명칭은 ‘글로벌’이 없는 ‘리더십센터’였습니다. KAIST의 지향점이 지역사회에서부터 전 세계를 향하는 것으로 바뀐 후 최근 학내에 여러 지표들이 글로벌화 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최근 KAIST가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선도적으로 쓰고 있지만, 지금부터 46년 전 학교 설립 당시를 생각해보면 사용하기 매우 어려운 단어였습니다. 그 시절의 한국은 여러분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가난했습니다. 제가 대학을 1971년에 입학했는데 당시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1인당 300달러였습니다. 북한과 남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같은 시점이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어려웠느냐를 이야기할 때 자주 예로 드는 경험담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체육대회를 하면 대표선수들만 콜라를 마시고 나머지는 맹물을 먹습니다. 그 정도로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가난한 시기를 지나 70년 말에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에 이르게 됩니다. 외국 언론에서도 “반만년 만에 절대빈곤에서 한국이 벗어났다”고 대서특필을 했습니다.
70년대 어느 교수님도 ‘글로벌 비전을 가져라’ 혹은 ‘세상을 내다 봐라’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어떻게든 성공해서 잘 살아라’, ‘삼시세끼 잘 먹어라’라는 당부를 많이 하셨습니다.
지형적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 면적의 0.2% 밖에 되지 않습니다. 천연자원도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4대 강국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70년대 말, 경제적으로도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 밖에 되지 않으니 그 어느 교수님도 감히 ‘글로벌’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었고, 학생들에게 ‘세계를 보면서 비전을 가져라’는 말씀을 해주실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여러분들은 글로벌 비전과 시각을 갖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야 할 시점에 서 있습니다. 지난 반세기 만에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면에서 300배, 무역 면에서 거의 1만 배 성장했습니다. 전 세계 역사상 그 어느 나라도 하지 못한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 원조수혜국에서 원조공여국으로 바뀐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자 과학기술 강국이며, 특허 면에서는 세계 5대 강국입니다.
여러분들이 지난 여름 봉사활동을 다녀왔던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는 지난 6·25 전쟁 때 우리나라에 군인을 파병해준 나라입니다. 국왕의 친위대를 보내준 나라인데, 2017 IMF 보고서에 따르면 에티오피아는 1인당 GDP가 846달러로 세계 163위입니다. 우리나라의 반세기 전 모습과 같습니다.
한 나라는 이만큼 발전했고, 다른 한 나라는 정체되어 있는데 그 차이가 무엇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국가적으로 이공계 중심의 정책을 펴며 발전을 거듭했고, 그 중심에서 KAIST가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발전에 대한 KAIST의 공헌은 많은 분들이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과학계의 리더급 과학자 중 약 20%가 KAIST 출신입니다. 대외 활동을 하면서 ‘저 사람 일 잘하는데?’라고 생각하고 확인해보면 KAIST 출신입니다. 벤처 분야에서도 KAIST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국가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분야가 반도체 입니다. 삼성전자에는 권오현 부회장, SK하이닉스에는 박성욱 부회장이 있습니다. 이 두 분 모두 여러분들의 선배입니다.
여러분의 선배들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의 문턱에 올 때까지 제 몫을 해주었습니다. 시대적으로 그들의 비전은 국내 제일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는 다릅니다. 선진국의 문턱에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세계를 무대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의 능력에 더해 앞으로 꿈을 잘 키운다면 충분히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원대한 ‘글로벌 미래 비전’을 갖는 것에 더해, 인류를 위한 봉사활동도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창단식에 참석한 여러분들에게 3가지 조언을 하면서 축사를 마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글로벌 리더로서 꿈을 갖길 바랍니다. ‘Global Shaper로서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Global Innovator로서 세상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Global Mover로서 세상을 어떻게 움직여 갈 것인지’ 생각하길 바랍니다.
두 번째는 글로벌 리더로서 실력을 키우길 바랍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 ‘3C’ 인재가 되길 바랍니다. 즉, 창의적 인재(Creativity), 융복합을 할 줄 아는 인재(Convergence), 협업을 하는 인재(Collaboration)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3P, 자긍심(Pride), 열정(Passion), 인내(Perseverance)의 정신(Spirit)을 갖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리더로서의 성품을 키워야 합니다. 여기에도 3가지 정신이 있습니다.
첫째, 여러분들은 사회 어디에 가든 리더의 위치에 놓일 것이기 때문에 ‘공적 책임정신’을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타이타닉호 참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대형 참사 속에서도 생존자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이 마지막까지 승객의 탈출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스미스 선장은 타이타닉호와 운명을 같이 했습니다. 그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가 “Be British!, 당당한 영국인이 되자”였습니다. 세계를 지배했던 대영제국의 국민으로서 자긍심이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면서 “Be Kaistian!”을 외치며 세계를 선도해 나가길 바랍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리더십 코스에서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리더의 역할’을 ‘First In, Last Out’으로 정의합니다. 위기의 현장에 가장 먼저 들어가고 그 현장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나오는 ‘공적 책임정신’을 리더는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두 번째는 ‘배려의 정신’입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 어려운 사람, 어려운 세계를 향해서 ‘배려의 정신’을 발휘하고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빌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가 그렇게 큰 돈을 기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배려의 정신’을 젊을 때부터 함양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봉사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대학 중 하나인 MIT의 교육목표를 살펴보면 ‘21세기의 국가와 인류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 입니다. 세계적으로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요즘 시대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 ‘봉사정신’을 키워 간다면 여러분은 한국을 뛰어 넘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KAIST 글로벌 학생봉사단의 제1기 단원으로 선발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격려합니다. 총장으로서 앞으로 봉사단이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합니다.
여러분 축하합니다.
2017. 9. 27.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