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KAIST 총장 신성철 입니다.
AIP 과정 3기 수료생 54명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또한, 55명의 4기 입학생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수료생과 입학생을 축하해 주시기 위해 행사에 참석하신 이대경 특허법원장님, 중소벤처기업부 조주현 국장님, 특허청 박성준 국장님,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 정용문 회장님, 한국특허법학회 신혜은 회장님 감사드립니다.
본 과정의 책임교수를 맡아 수고 해 주신 이광형 교수님과 여러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지금 초불확실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지구 0.2%의 작은 면적에서 4대 강국에 끼어서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은 더욱 불확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적으로는 남북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여있고, 아침 CNN 뉴스를 보니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N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시면서 북한을 “totally destroy - 완전히 파괴해 버리겠다”고 폭탄선언까지 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조선・철강 등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다행이 반도체가 호황이지만, 친분이 있는 삼성 고위직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내년까지는 괜찮을 것 같은데 내후년부터는 자신이 없다” 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0.05%의 대기업이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 하나의 기업이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대기업 편중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대기업 몇 개가 무너지면 우리나라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인류 사회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단어 자체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20∼30년 사이에 3가지 메가트랜드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첫 번째는 초연결화 입니다. 이미 전 세계 인구보다 사용하는 모바일 디바이스(Mobile device)가 훨씬 많습니다. 현재 약 86억 개의 모바일 디바이스가 사용된다고 합니다. 10년 후에는 1인당 2대의 모바일 디바이스가 사용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더 나아가 사물인터넷이 대중화되어 30년 후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기기들이 인터넷망을 통해 연결되고 광속으로 서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두 번째는 초지능화 입니다. 알파고를 통해서 인공지능이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2045년이 되면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 point)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융복합화 입니다. 나노, 바이오, 정보, 인지과학 등 학문의 경계를 초월한 NBIC 융합에 의해서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물리계, 사이버계, 바이오계의 경계가 무너지며 융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메가트렌드를 살펴보면 지난 250년에 이루어졌던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의 변화보다 향후 50년 내에 훨씬 더 큰 변화가 인류사회에 다가올 것이고, 그로 인한 대변혁이 예상됩니다.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창시한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쓰나미 처럼 밀려오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본 과정에 고위공무원도 많이 참석하셨는데, ‘대변혁의 시기에 대한민국이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 갈 것이냐?’에 대한 걱정을 모두 하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2007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 시대에 처음 진입해 2017년 현재 11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2만 불 시대에 진입해 3만 불 시대로 넘어가는데 보통 5∼10년 정도 걸립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진국의 덫에 걸려서 이 자리에 머무르고 말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한번 도약해서 선진국에 도달할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월 하계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클라우스 슈밥 회장과 개인적으로 좌담의 기회를 가졌습니다. “과연, 4차 산업혁명을 실증할 수 있는 나라가 어느 나라가 될 것이냐?”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을 가장 먼저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에 서로 공감을 했습니다.
저는 4가지 이유로 4차 산업혁명이 우리나라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의 근간 기술인 ICT 최강국입니다. 둘째, 속도의 DNA 입니다. 선진국이 150년∼250년 만에 이룬 산업화와 정보화를 우리는 단 50년 만에 이루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속도의 경쟁인데 우리 민족은 이미 속도의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셋째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입니다. 마지막으로, 여야를 초월한 초당적 관심입니다.
우리나라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정치 비전을 제시합니다. MB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를 익히 들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정권과 동시에 이 비전들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다릅니다. 국민적 관심과 초당적 관심 속에 최소 10년, 20년은 지속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기회요소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실질적으로 성공시키는 한국형 성공방정식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고, 또 공공기관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방정식에 들어갈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변수는 ‘혁신(Innovation)’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혁신을 어떻게 할 것이냐?’,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연구를 창출하기 위한 연구혁신을 어떻게 할 것이냐?’, ‘연구결과를 사업화로 연결하는 기술사업화 혁신은 어떻게 할 것이냐?’ 등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식재산전략 최고위과정은 연구자들의 연구결과를 지식재산으로 만들고, 나아가 그것을 사업화로 연결하는 능력을 배양시키는 과정입니다.
지식재산을 성공적인 기술사업화로 연결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의 TLO, Yeda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와이즈만연구소는 2,700명 규모에 전 세계적으로 논문 인용이 가장 많이 되는 대표적인 기초연구소로 유명합니다. 여기에 더해, 1년에 1,000억 원 정도의 기술 수입료를 거두어들이고, 이 연구소에서 이전된 기술로 설립된 기업들은 연간 약32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립니다.
과연 비결이 무엇일까요? 와이즈만연구소에 직접 방문했을 때 소장에게 물어보니 Yeda TLO(Technology Licensing Office) 직원들의 경쟁력에 그 답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직원들은 연구결과를 경쟁력 있는 특허로 만들고, 특허화 된 지식재산을 다시 기술사업화로 연결하는 전문지식과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KAIST에서 공부하는 동안 신입생 여러분들은 시간을 내어 많은 연구실을 방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트렌드를 파악하고, 좋은 특허가 될 수 있는 기술들을 발굴하여 연구자들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특허를 출원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시길 바랍니다.
QS 세계대학평가의 전공분야 평가를 살펴보면 KAIST의 많은 세부 전공들이 세계 14~15위권에 들어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대학이 보유한 특허의 경제적 가치나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톰슨 로이터의 세계 혁신대학 평가에서 KAIST는 6위를 차지했습니다. 1위부터 5위까지의 대학들은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MIT, 스탠포드, 하버드와 같은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들입니다. 아시아에서는 KAIST가 2016년과 2017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하며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KAIST는 벤처사관학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Naver나 넥슨 등 1,400여개의 동문 창업기업이 있고, 이 동문기업들의 연 매출은 총 13조 6,000억 원에 이릅니다. 국내 대학만을 보았을 때는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시각을 넓혀 세계적인 대학인 MIT나 스탠포드와 비교했을 때는 굉장히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KAIST 설립 이후 지난 46년간 운영비로 투자한 것이 2조 9,000억 원인 것을 고려했을 때 ROI 측면에서 크게 성공한 국가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장으로서 학교의 지식재산을 사업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개교 이래 처음으로 지난 9월 12일(화) 서울 코엑스에서 ‘KAIST 4차 산업혁명 핵심 특허기술 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설명회는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KAIST의 경쟁력 있는 특허기술 10건에 대해 연구자인 교수님들께서 직접 설명을 하고, 기업인들과 소통하며 기술사업화로 연결하는 자리였습니다.
‘몇 기업이 참여를 할까? 몇 기업인이 관심을 가질까?’ 궁금했습니다. 설명회에 197개 기업, 250여 명의 기업인이 참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습니다. ‘국내기업에 경쟁력 있는 기술, 특허에 대한 갈증이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설명회를 더욱 자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AIP 과정은 중소기업청, 특허법원, 특허청, KAIST 4개의 기관이 서로 힘을 합쳐서 운영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과정입니다. 앞으로도 4개 기관이 긴밀히 협력하고 노력하여 AIP 과정이 ‘지식재산 사관학교’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지식재산 최고위과정을 성공적으로 수료하신 3기 수료생 여러분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자랑스러운 KAIST 동문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각자의 직장에서 국가 발전을 위해서 크게 공헌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4기 신입생 여러분들의 입학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KAIST에서 공부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앞으로 지식재산 전문가로서 미래를 설계하고 많은 기회를 갖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7. 9. 20.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