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반갑습니다. KAIST 총장 신성철 입니다.
어제 ‘비전2031 선포식’을 개최하고 그 철학을 그대로 담은 첫 번째 사업인 KAIST 명상과학연구소의 개소식을 갖게 되어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합니다.
개소식을 찾아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큰 지원을 해주신 최창원 부회장님과 연구소 개소를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주신 최광철 SK SUPEX추구협의회 위원장님께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명상과학연구소 초대 소장이자 초빙교수로 임명되신 미산스님께 축하드리고,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오늘과 같이 春 3월에 함박눈은 굉장히 이례적입니다. 그것보다 더 이례적인 일은 이공계 중심대학 KAIST에서 명상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는 것입니다.
작년 플라톤아카데미의 지원 속에 KAIST에 명상과학연구소를 설립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을 때 두 가지 이유로 즉시 응답을 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학제를 뛰어넘는 연구를 하려는 학교의 기본 철학 때문입니다. 최근 융복합(Convergence), 초학제(Cross-discipline), 다학제(Multi-discipline)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이공계의 세부 전공을 뛰어넘는 융복합을 추구하면서 이공계 분야와 인문사회 분야를 함께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이었습니다.
명상과학연구소는 명상과 과학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안이었고, 이것이야말로 아무도 가지 못했던 길을 처음으로 가보는 도전적인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 고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큰 메가트렌드 중 하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 입니다. 앞으로 20년 정도 후면 ‘세상은 물 반, 고기 반이 아니고, 인간인 호모사이언스 반, AI 로봇인 로보사피언스 반’이 될 것입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2045년에 AI로봇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앞서는 특이점(Singularity)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AI의 발전 속도를 보면 그 시점이 훨씬 더 빨리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호모사피언스’와 ‘로보사피언스’가 공존하는 시대가 도래하면 우리 인간들은 정체성에 큰 도전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인간 고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저는 ‘호모사피언스’와 ‘로보사피언스’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정신세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며 그 정신세계를 이해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창의력(Creativity), 지혜(Wisdom), 미래를 보는 통찰력(Insight)을 비롯해 타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계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렇듯 아무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명상과학연구소에 세 가지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 순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와 해소를 위해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구성원들은 대부분 세계 최고를 지향하며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우리 구성원들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또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시길 바랍니다. 개소식에 와보니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와 해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고 계신 것 같아 기쁩니다.
두 번째는 KAIST가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이 되는데 공헌해주시길 바랍니다. KAIST의 비전처럼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국내 대학은 거의 없습니다. 국내를 넘어서 국제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글로벌 경쟁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세계적인 학문적, 기술적, 경제적 가치에 더해,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특히, 연구 측면에서 글로벌 가치를 창출하려면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남들의 뒤를 따라가서는 세계 최고이거나, 최초이거나, 유일한 연구결과를 창출할 수 없습니다. 세계적인 대학들에서 하지 못했던 연구에 과감히 도전해야만 우리가 꿈꾸는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으로 발돋움 할 수 있습니다.
명상과학연구소의 경우, 우리가 세계 최초로 이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글로벌한 가시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산스님께서 하버드대학 세계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 출신이신데, 하버드에서도 못하는 연구를 해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KAIST에 ‘C3’정신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조직이 발전하려면 구성원 모두가 조직의 핵심가치(Core Value)를 공유해야 합니다. KAIST의 핵심가치는 도전(Challenge)과 창의(Creativity)와 배려(Caring)의 정신입니다.
‘C3’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명상입니다. 명상을 하면서 창의력이 나오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용기가 생기고, 마음의 여유가 생겨 타인을 배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매일 아침 기도와 명상을 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제 마음을 다스리는데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타인을 배려할 수 있게 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것에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생깁니다.
이것은 명상의 효과를 경험적으로 설명 드린 것입니다. 명상과학연구소에서는 명상과 뇌가 어떻게 작용을 하는지 과학적인 접근과 분석을 통해 명상법이나 관련 분야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많은 난관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러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면 명상과학연구소는 세계적인 연구소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우리 대학의 비전 슬로건은 ‘Making a Beautiful Difference Beyond Imagination!’ 입니다. 단어 하나하나는 쉽지만 하나의 문장이 되면 멋진 의미를 만들어 냅니다.
‘Difference’는 극한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도전(Challenge)의 정신을, ‘Imagination’은 창의(Creativity)의 정신을, ‘Beautiful’은 일방적으로 시혜(施惠)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人格的) 존중을 바탕으로 한 포용성, 개인적인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감을 내포하는 배려(Caring)의 정신을 함축합니다. 우리 대학의 ‘C3’정신이 모여 상상이상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명상과학연구소가 이 아름다운 변화를 선도하는 선봉장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혼자서 꾸는 꿈은 단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A dream you dream alone is only a dream.
A dream you dream together is reality.
미산 스님이 꿈을 꾸셨고, 최창원 부회장님께서 지원해 주셨고, 저를 비롯한 KAIST가 그 꿈과 지원에 응답했습니다. 명상과학연구소는 우리가 함께 꾸는 꿈입니다. 명상과학연구소에서 우리의 꿈이 이루어지며, 상상 이상의 아름다운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꿈을 같이 꿔 주신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기념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 3. 21.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