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총장 신성철 입니다.
오늘은 굉장히 기쁜 날입니다. Research Day 준비에 수고하신 연구부총장님과 연구처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2018 KAIST Research Day’를 위해 훌륭한 무대를 꾸며서 더욱 멋진 연구상 시상식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시상식을 통해 학교 구성원 개개인의 자존감을 높이고, 나아가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의 기회가 마련되어 KAIST가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길 바랍니다.
우선, 오늘 수상자 분들께 충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연구대상을 수상하신 김종환 교수님, 연구상을 수상하신 방효충 교수님과 권인소 교수님, 이노베이션상을 수상하신 한동수 교수님, 융합연구상을 수상하신 김준모 교수님과 명현 교수님, 그리고 2017년도 대표 연구성과 10선에 선정된 교수님들께 큰 박수로 축하드립니다.
오늘의 눈부신 성과는 여러분들이 그동안 치열하게 연구해 온 결실입니다. 그 열정과 노고를 격려하고, 성취를 크게 축하드립니다. 우리 학생들이 수상자 분들을 축하하기 위해 행사에 참석해 주었습니다. 교수님들께서 큰 업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준 우리 학생들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연구개발이 국가적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60년대 초입니다. 1962년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하면서 ‘기술진흥계획’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과학기술진흥계획’이었는데 많은 관료들이 “못 사는 나라에서 무슨 과학을 하느냐? 기술을 하자”고 주장해 ‘과학’이 빠진 ‘기술진흥계획’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1967년에 정부가 과기처를 신설하여 과학기술 정책을 입안하고 예산을 지원했습니다.
1960년도에 우리나라 전체 연구비가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약 10억 원이었습니다. 10억 원이면 오늘 연구대상을 수상한 김종환 교수님 1년 연구비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당시는 개인 연구비는 상상 조차 못했을 시기이고, 사비를 털어서 연구를 하거나, 독지가의 기부를 받아 연구를 해야 했던 시기였습니다.
90년대에 들어서 국가 전체 연구비는 6조여 원이 되었습니다. 약 6,000배가 증가했습니다. 개인 연구비도 연간 수백만 원 정도로 증가했습니다. 제가 ’89년에 KAIST 교수로 부임해 ’90년도에 과학재단(現 한국연구재단)에서 첫 연구비로 500만원을 받았습니다. 주위 분들로부터 크게 축하를 받았을 정도로 당시에는 최고금액의 연구비였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나라 전체 연구비가 약 85조원, 개인연구비는 수천만 원 규모에 이릅니다. KAIST 교수님들의 경우 1인당 연구비가 평균 5억 원 정도 됩니다. 기초분야의 IBS 연구단 같은 경우, 한 개의 연구단에 8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연구대상을 받으신 김종환 교수님의 경우, 지난 5년간 총 150여억 원을 수주하셨습니다.
국가 총 연구비의 절대 규모를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는 85조원으로 세계 6위, GDP 대비 연구개발비는 2015년도 조사까지만 해도 1위였으나 2016년도 조사에 따르면 4.24%로 이스라엘의 4.25%에 이어 2위에 올라 있습니다. 이제 경쟁력을 가진 연구자라면 “연구비가 없어서 연구를 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 연구 환경이 좋아졌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세계가 놀랄만한 양적 성장을 일구어냈습니다. ’60년대 우리나라 SCI 논문에 관한 통계는 없습니다. 첫 통계가 잡힌 ’77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SCI 게재 논문 수는 34편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6만여 편에 이르고 이는 세계 12위권에 해당합니다. ‘특허출원 수’는 연간 21만 건으로 중국‧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4위, ‘GDP 대비 특허출원’과 ‘인구 대비 특허출원’은 각각 세계 1위에 올라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성장을 이룬 것처럼 과학기술 분야도 양적으로 큰 성장을 일구어냈습니다.
이제는 ‘양보다 질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특히 KAIST가 선도해야 할 일은 세계적으로 임팩트 있는 연구를 수행해야 합니다. 학문의 한 세대를 30년이라고 생각하고 우리나라 R&D가 1960년에 시작되었다고 본다면 1960년∼1989년까지를 학문의 1세대, 1990년∼2019년까지를 학문의 2세대로 볼 수 있습니다. 학문의 2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 학문의 3세대가 펼쳐질 것입니다. 1세대는 학문의 뿌리를 내렸고, 2세대는 나무를 키웠습니다. 학문의 3세대는 꽃을 피워야 할 세대입니다.
젊은 연구자들은 학문의 꽃을 피워야 하는 시대적·국가적인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총장으로서 학문의 3세대가 꽃을 피울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정착시키고자 합니다. 세계 최고(Best)이거나 최초(First)이거나 유일(Only)한 연구를 통해서 학문적인 가치, 기술적인 가치,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나아가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와 재원을 마련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글로벌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특별히 두 가지의 혁신적인 연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초학제 간 융복합 연구 시스템’ 입니다. 21세기의 새로운 발견과 발명은 세부적인 학문이 아닌 학문의 접경에서 나올 것입니다. 다학제간‧초학제간 융복합으로서 NBIC (Nano tech., Bio tech., Information tech., Cognitive Science) 융합과 시스템간의 경계를 초월한 CPB (Cyber, Physical, Biological) 융합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과학기술 융복합화의 변화에 대응하고 초융합 연구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메타융합관’ 신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전2031 위원회 연구분과에서 100여 명의 교수님들이 치열하게 논의해 도출한 ‘10대 플래그십’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초세대 협업연구실 제도’ 입니다. 이 제도를 통해 학문의 대를 잇는 연구기반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지난 달 심사를 거쳐 두 팀을 선정했습니다. 생명과학공학과의 이상엽 특훈교수가 책임을 맡은 ‘시스템 대사공학 및 시스템 헬스케어’ 연구실과 기계공학과의 성형진 교수가 책임을 맡은 ‘헬스케어 음향미세유체’ 연구실 입니다.
‘초세대 협업연구실 제도’는 교수가 은퇴해도 연구실은 사장되지 않고 학문의 후속세대가 계속해서 학문적 업적과 명성을 계승‧발전해 나가는 제도입니다. 특히 기초과학 분야의 경우 학문 발전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 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제도는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현재까지 22개의 노벨과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렇듯 많은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었던 주요 근간에는 ‘강좌제’라는 연구 시스템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나고야 대학의 경우, 세계대학평가에서는 우리 대학에 미치지 못하지만 ‘강좌제’를 통해 학문의 대를 이어가며 이미 4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2014년에 노벨물리학상으로 선정된 청색LED는 1세대 학자인 아카사키 이사무 교수의 연구를 2세대 학자인 히로시 아마노 교수가 이어받아 일구어낸 성과입니다. 대를 이어 30여 년을 연구한 끝에 청색LED를 개발할 수 있었고 노벨물리학상까지 수상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초세대 협업연구실’은 KAIST의 학문적인 유산을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착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연구중심대학들은 KAIST가 국내 최초로 추진 중인 이 제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KAIST는 글로벌 임팩트가 있는 연구와 혁신을 통해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으로 발돋움함으로써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경제발전, 나아가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혁신과 변화의 주역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수상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시상식에 참석한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격려사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 5. 25.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