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총장 신성철 입니다.
발대식에 참석한 봉사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이 굉장히 밝고, 희망에 차 있는 모습을 보니 더 기쁘고 대견합니다.
조금 전 단장들이 발표한대로 오는 7월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우간다 등 3개 국가로 총 51명의 학부생들이 해외 봉사활동을 떠납니다. 학생들의 많은 관심 속에 해외봉사프로그램이 매년 확대되고 있어 기쁩니다. 올해 우간다에 새롭게 봉사단을 파견하게 되어 정부 지원에 더해 KAIST 발전재단에서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 학생 모두가 졸업 전에 국내나 국외 봉사활동을 한 번쯤 다녀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봉사활동은 캠퍼스에서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지식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느끼며, 배우고, 체험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발대식 준비에 수고해주신 김영걸 센터장 이하 글로벌리더십센터 직원 여러분께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새벽 1시 반에 대만에서 돌아왔습니다. 해외출장 일정상 오늘 오후에 돌아오는 것을 고려했었지만 발대식 행사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무리를 해서라도 참석하고자 급하게 귀국했습니다.
지난 3월, 우리 대학은 ‘KAIST 비전2031 선포식’을 열고 설립 60주년을 맞이하는 2031년을 바라보며 교수, 학생, 직원 등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수립한 비전을 선포했습니다. KAIST는 국내 대학을 선도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Global Value-Creative Leading University)’의 새로운 비전 아래 세계적 수준의 학문적 가치, 기술적 가치, 경제적 가치를 선도적으로 창출하여 국가발전에 기여하며 이웃을 배려하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대학이 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교육‧연구‧기술사업화‧국제화‧미래전략 혁신 등 5대 혁신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오늘 행사와 관계되는 것은 국제화 입니다. ‘국제화 혁신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서 세상과 연결하는 KAIST를 만들고자 ‘World Bridge KAIST’라는 키워드를 던졌습니다.
KAIST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진 대학입니다. 無에서 有를 창조한 독특한 경험을 가졌습니다. 개도국의 고등교육기관들이 처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혁신을 이끌 수 있는 동시에 세계적인 대학들과 경쟁하며 선도할 수 있는 협업과 혁신의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1971년 학교 설립 당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86달러였습니다. 여러분이 방문할 국가들도 당시에는 우리보다 잘 살았습니다. 북한도 1인당 국민소득이 380여 달러로 우리보다 잘 살았습니다.
먹고 사는 것 자체가 힘들던 ’70년대, 사람들은 한국과학원(現 KAIST)을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고 공부시켜 준다고 해서 한국고아원이라고 일컫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시절에 출발한 대학이 바로 KAIST 입니다.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반세기만에 산업화, 정보화, 국제화를 모두 이룬 나라가 되었고, 세계 2차 대전 후 유일하게 원조수혜국에서 원조공여국으로 발전한 나라로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눈부신 성장의 배경에는 바로 KAIST가 있었습니다. 우리 대학은 World Class University 즉, 세계적인 대학으로서의 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다양한 지표를 통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특허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세계혁신대학평가에서 우리 대학은 3년째 아시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는 6위입니다.
이런 면에서 개도국은 물론 선진국 대사 분들이 KAIST 성장의 비결을 배우고자 많이 찾아옵니다. 지난 5월에는 에티오피아 과학기술부 차관과 아다마대학 총장께서 찾아오셨습니다. 환담 중에 아다마대학 총장께서 KAIST가 걸어온 발자취를 똑같이 쫓아하고 싶다며 “We would like to exactly follow the footsteps of KAIST.”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에티오피아에서는 우리들의 발자취, KAIST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우리를 신뢰하고 있습니다.
대만 출장을 다녀왔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 출장 이유 중 하나가 환태평양대학협회(Association of Pacific Rim Universities, APRU) 총장포럼 참석이었습니다.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세계 명문대학들의 협력체인 APRU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스탠퍼드대, 캘리포니아공대, UC버클리, UCLA 등과 싱가포르국립대, 도쿄대, 북경대, 홍콩대 등 아시아의 대표적인 대학들이 멤버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서울대, 고려대 등 대표적인 대학들이 참여하는 등 많은 대학들이 APRU 멤버가 되고 싶어 합니다. KAIST는 오래전부터 멤버로 초청을 받아오다가 고민 끝에 이번에 가입해서 제가 포럼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대만 교육부장관의 초청이 있었습니다. 대만 교육부를 방문해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대만 정부는 자국의 우수한 학생들을 명문대학에 유학을 보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만 교육부와 교류 중인 대학은 영국 캠브리지, 옥스퍼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컬럼비아대 등 전 세계의 우수 대학 13곳입니다. 모두 서구에 있는 대학입니다. 그런데 이번 협약을 통해 아시아에서 최초로 KAIST를 선정해 대만의 우수한 학생들이 KAIST에서 박사과정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90년의 역사를 가진 대만국립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KAIST에 학생을 보내고자 합니다. 그만큼 KAIST는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KAIST 제16대 총장으로 취임하며 ‘리더십센터’를 ‘글로벌리더십센터’로 확대‧개편했습니다. 여러분을 전 세계에서 통하는 글로벌 리더로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앞으로 30년 후 여러분의 모습을 한번 머릿속에 그려 보시길 바랍니다. ‘내가 30년 후에 어디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한번 그려 보면서 미래를 준비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이 세계 어디에 있던 글로벌 리더로서 활동하고 있길 바랍니다.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큰 꿈을 가져야 합니다. 그 꿈은 한국이라는 울타리가 아니고 세계를 향한 큰 꿈이면 좋겠습니다.
특히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만들어가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Global Shaper로서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Global Innovator로서 세상을 어떻게 혁신해 갈 것인지’, ‘Global Mover로서 세상을 어떻게 움직여 갈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큰 꿈을 꾸길 바랍니다.
초창기 KAIST 졸업생인 여러분의 선배들은 국내무대를 대상으로만 꿈을 가졌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은 한국을 넘어서 세계무대를 대상으로 하는 꿈을 꾸길 바랍니다. KAIST 총장도 좋지만 외국에 있는 대표적인 대학들의 총장이 되는 꿈을 꾸십시오. 삼성이나 LG와 같은 기업의 CEO도 좋지만 세계에 있는 다른 기업의 CEO가 되는 꿈을 갖길 바랍니다. KAIST 졸업생들이 세계무대를 지배하는 미래가 펼쳐질 수 있길 바랍니다.
둘째,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각자의 분야에서 확실한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만약 학자로서의 꿈을 가지고 있다면 세계적인 학문적 업적을 내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창업에 관한 꿈을 꾸고 있다면 억만장자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꾸어야 합니다. 어떤 분야에 도전하던지 세계적 수준에서 실력을 갖출 때 비로소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리더로서의 품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KAIST의 ‘C3’ 인재상을 여러분도 알고 있지요?
‘C3’는 도전(Challenge), 창의(Creativity), 배려(Caring)의 정신입니다. 봉사활동을 떠나는 여러분께 특별히 배려(Caring)의 정신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배려(Caring)의 정신을 함양해야 합니다. 대학 총장은 학생과 교직원들이 잘 되게 하는데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글로벌리더십센터장의 경우는 여러분이 봉사활동을 잘하고, 그 과정에서 기쁨과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생활 속에서 늘 배려의 정신을 실천하길 바랍니다.
리더십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20∼30년 오랜 시간을 훈련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큰 꿈을 가지고 실력과 품성을 연마해주길 바랍니다. 이번 봉사활동이 여러분의 인생에 있어서 배려의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노파심에서 한 가지 조언하고 싶은 것은 아프리카 현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학생들에게 절대 우월의식을 가지면 안 됩니다. 아프리카는 인류의 발상지입니다. 국가 경영 방식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우리나라 보다 경제 발전 속도는 더디지만 국민들의 자존감과 모국에 대한 자긍심이 굉장히 큰 국가들입니다. 아프리카 대사 분들을 만나보면 인간에 대한 통찰력과 철학적 깊이가 남다릅니다. 이번 봉사기간을 통해 여러분의 지적‧문화적 이해의 스펙트럼을 크게 넓힐 수 있길 바랍니다.
또한, 평생의 글로벌 파트너를 만든다고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여러분에게 배우게 될 학생들이 비록 여러분과 나이가 비슷하겠지만 이제 제자가 됩니다. 그 제자들이 훗날 본국의 장관이 되고 대통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20년, 30년 후에 여러분과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는 파트너가 전 세계에 생긴다고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글로벌 시대, 우리나라의 새로운 도전은 바로 글로벌 리더를 배출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리더를 배출해야합니다.
하지만 리더는 본인이 되고 싶다고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면서 경험을 쌓길 바랍니다.
봉사기간 동안 개별행동 보다는 단체행동을 해주길 바랍니다. 도전적인 모습은 좋지만 안전과 건강에 유념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장도(壯途)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이번 해외 봉사활동이 여러분의 인생에 있어서 정말 멋진 경험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8. 6. 27.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