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반갑습니다. 총장 신성철 입니다.
석사 4회 졸업 40주년 기념 홈커밍 행사에서 존경하는 은사님들의 건강한 모습을 직접 뵙게 되어 기쁘고, 캠퍼스에서 함께 공부하고 생활했던 후배 분들을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홈커밍 행사를 위해 수고해 주신 백만기 준비위원장님을 비롯해 여러 동문 및 교직원 여러분께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석사 4회 졸업생의 통계를 살펴보니 145명이 입학해 142명이 졸업했습니다. 그중 60%에 달하는 80여 명의 졸업생이 오늘 뜻깊은 자리를 함께해주셨습니다. 우리 동문들이 그렇듯 4회 졸업생들도 산‧학‧연‧관‧정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나라 발전을 선도해 왔습니다. 동문으로서, KAIST 총장으로서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대학은 설립 이래 12,400여 명의 박사를 포함 62,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이들은 대학, 연구소, 기업, 정부기관에서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리더급 인력의 약 20%가 우리 졸업생입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이는 반도체 산업의 경우 박사급 인력의 25%가 우리 동문입니다. 우리나라 이공계 교수 중 20%, 대덕연구단지 박사급 인력 4명 중 1명이 또한 KAIST 출신입니다.
창업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기인 지금, 우리 동문들은 창업 분야에서 눈부신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문창업기업이 1,500여 개에 이르며 이들 기업의 고용창출이 3만 2천여 명, 연매출은 13조 6천여억 원에 이릅니다. 지난 47년간 정부출연금 지원이 총 3조 1천여억 원임을 감안했을 때, 정부의 투자대비수익은 매우 높습니다. 창업 한 분야만 고려해도 KAIST는 정부의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KAIST는 국내외 과학기술계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언론 등 각계의 주요 인사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주한 외국 대사들께서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 대학을 방문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대한민국이 반세기 만에 이룬 기적에 KAIST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방문한 주한 대사들께서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KAIST가 설립 반세기만에 ‘World Class University’로 성장하고, 대한민국이 이룬 기적의 동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
저는 다음의 세 가지로 답을 합니다.
첫째는 비전(Vision) 입니다. KAIST를 대학원중심대학으로 출범시킨 것은 50년을 앞선 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1971년 KAIST 설립 당시에는 국가적으로 대학에서 연구를 하는 분위기가 정착되어 있지 않았고, 학부가 아닌 대학원부터 시작한 대학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KAIST는 대학원중심대학이자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비전을 가지고 개교했습니다.
KAIST 설립 보고서인 일명 터만 보고서의 마지막 장 ‘미래에 대한 꿈 (The Dream of the Future)’에는 시대를 앞선 원대한 비전이 담겨있습니다.
“2000년경이 되면 KAIST는 국제적 명성의 훌륭한 기술대학이 될 것이고,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선봉에 설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국민들의 자신감을 고양할 뿐 아니라 안정되고 자유로운 한국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되어 있을 것이다.”
1970년 당시 많은 분들이 KAIST 설립을 반대했습니다. 우리나라 학자들이 미국 대통령 과학자문관에게 “600만 달러 차관을 지원하지 말라”는 탄원서를 보냈을 정도로 반대가 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AIST는 시대를 뛰어넘는 비전을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둘째는 혁신(Innovation)입니다. 국내 최초의 대학원중심대학이자 연구중심대학으로서 KAIST는 혁신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과학기술 고급 인력양성을 담당해왔고, 혁신적인 연구결과를 창출해 국가발전에 기여해왔습니다. 우리 대학의 구성원들은 혁신의 DNA를 가지고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열정(Passion)입니다. 교수님들의 교육과 연구에 대한 열정은 학생들에게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누가 더 밤늦게 까지 공부해서 다음 날 아침에 코피를 흘리는지 경쟁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우리의 학창시절을 여러분은 생생하게 기억할 것입니다.
우리의 Vision(비전)과 Innovation(혁신)과 Passion(열정)의 VIP 정신이 KAIST를 대한민국의 VIP(Very Important Player)로 만들었고, 여러분을 VIP(Very Important Person)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VIP 정신을 가졌기에 반세기 만에 우리는 설립 초기에 꾸었던 꿈을 대부분 이룰 수 있었습니다.
KAIST는 이제 두 번째 꿈을 향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대학이었다면 앞으로는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이 되고자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Global Value-Creative Leading University)’의 꿈을 꾸고자 합니다. 세계적 수준의 학문적 가치, 기술적 가치, 경제적 가치를 선도적으로 창출하여 국가발전에 기여하며 이웃을 배려하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대학이 되고자 합니다.
원대한 비전 성취를 위해 교육‧연구‧기술사업화‧국제화‧미래전략의 5대 혁신전략을 수립하고 지난 3월 20일 ‘KAIST 비전 2031 선포식’을 개최했습니다. KAIST가 설립 60주년을 맞이하는 2031년을 바라보며 준비한 비전과 5대 혁신전략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류난제를 해결하려는 도전(Challenge) 정신, 창발적 아이디어의 창의(creativity) 정신, 포용과 존중의 배려(Caring) 정신, 소위 ‘C3’정신을 핵심가치이자 인재상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KAIST는 새로운 비전, 5대 혁신 전략, ‘C3’ 정신으로 우리의 슬로건처럼 ‘상상 이상의 아름다운 변화’를 이루며 인류의 행복과 번영을 위한 과학기술혁신 대학으로 우뚝 서,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고양하며, 4차 산업혁명시대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도약시키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반세기 전 KAIST는 우리나라 산업화 태동기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등불이었습니다. 이제 KAIST는 4차 산업혁명 태동기에 새로운 국가적 사명을 감당하여 대한민국 미래를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 되고자 합니다.
저는 희망의 등불을 밝히는 KAIST 최초의 동문총장으로서 교직원들과 함께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여기 계신 은사님들과 후배 동문들께 약속드립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사항이 있습니다. 사전에 ‘동문 명예 입학사정관제’에 관한 안내 메일을 드려 이미 숙지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제가 6년간 학교를 떠나 있다가 제16대 총장으로 선임되어 학교에 돌아와 보니 우리 캠퍼스에 굉장히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배려(Caring)의 정신’ 입니다. 우리 사회가 기능적인 면에서는 많이 발전했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는 아직 선진국 대열에 속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배려(Caring)의 가치관을 심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대학에 입학할 때쯤이면 이미 자신만의 가치관이 확고하게 형성되어 학생들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입학심사 과정에서 학생들이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고자 하는지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려고 합니다. 특히 인성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살펴보고자 합니다.
하지만 입학심사 과정에서 학생들의 인성을 충분히 고려하기에는 시간과 인력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동문명예입학사정관’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본 제도에 지원하는 경우에 학교에서 준비한 교육을 이수한 후에 면접에 참여하시게 됩니다. 우리 학교에 입학하여 미래를 선도할 인재로 성장하게 될 여러분의 후배들을 직접 선발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오늘 행사에 참석하신 동문 여러분들께 축하드리며, 특별히 은사님들 더욱 더 건강하셔서 앞으로도 동문 행사에 계속 참석해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축복과 은총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며 축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 5. 26.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