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총장 신성철 입니다.
학교를 벗어나 강원도 홍천에서 열리는 직원 워크숍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대단히 반갑습니다. 개인적으로 홍천에 처음 왔는데 오는 길에 주변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시설과 주변 환경을 가진 곳에서 워크숍을 개최할 수 있도록 장소를 발굴해 준 관계 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작년 6월 8일 부여에서 열렸던 ‘2017년도 직원 WORKSHOP’ 이후 1년여 만에 한자리에 다시 모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약 42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쁜 일정 중에도 워크숍에 참석해준 직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또한, 큰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뒤에서 묵묵히 수고하시는 모든 관계자분들께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워크숍은 이틀간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됩니다. 특히 발표를 준비해 주신 박오옥 교학부총장님, 이윤준 대학정보화사업본부장님, 그리고 김기한 행정처장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명사초청특강에는 많은 분들의 추천을 받아 신태균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석좌교수님을 초청했습니다. 신 교수님께서는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으로 재직하시며 삼성그룹 인력양성에 힘쓰셨습니다. 오늘은 ‘제4차 산업혁명과 직업관 4.0’을 주제로 직업정신에 대해 특강을 해주실 예정인데 여러분께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대학은 여러분들의 수고와 헌신에 힘입어 지난 1년간 발전적인 큰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KAIST를 한국에서 가장 독보적인 대학이라고 생각하고 자긍심을 가져도 될 것 같습니다. 6월 26일자 한국경제 1면에 ‘KAIST, 국내 최고 이공계 대학’이라는 기사를 보셨을 것입니다. 이렇듯 국내에서 우리는 KAIST의 높아진 위상을 쉽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이 해외에서 가지고 있는 위상은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직원 분들께서 해외 활동을 비롯해 외국인들과 교류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해외에서 KAIST가 갖는 높은 위상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총장으로서 학교를 대표해 해외 기관들을 방문하거나 외국 인사들을 만나게 되면 우리 대학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국제적 위상을 느끼게 됩니다.
일례로, 개도국의 주요 인사들과 주한 대사 분들께서 끊임없이 KAIST를 방문합니다. 이 개도국들은 반세기 전 KAIST가 설립될 당시만 해도 한국보다 훨씬 잘 살던 나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반세기가 지난 지금 역사가 반전되었습니다. 반전의 중심에는 KAIST가 있었고, 그 노하우를 배우고자하는 개도국 리더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에티오피아 과학기술부 차관과 아다마대학 총장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아다마대학은 에티오피아 명문 과학기술대학입니다. 환담 중에 아다마대학 총장께서 KAIST가 걸어온 발자취를 똑같이 쫓아하고 싶다며 “We would like to exactly follow the footsteps of KAIST.”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동안 우리 대학을 연구해서 현재 80% 가까이 동일한 커리큘럼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도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우리 대학에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선진국의 주한 대사관에서 개최하는 주요 행사에 항상 초대를 받습니다. 얼마 전에는 주한 일본 특명대사께서 KAIST의 혁신을 배우고, 협업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다며 찾아오셨습니다.
지난 주 초에는 대만에서 열린 환태평양대학협회(Association of Pacific Rim Universities, APRU) 총장포럼에 참석했습니다. APRU는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16개국 60개 대학 총장들의 모임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스탠퍼드대, 캘리포니아공대, UC버클리 등과 싱가포르국립대, 도쿄대 등 아시아의 대표적인 대학들이 회원교입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APRU의 멤버가 되고 싶어 합니다. KAIST는 오래전부터 초청을 받아오다가 고민 끝에 이번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언론에도 보도된 것처럼 지난 화요일에는 대만 교육부장관의 초청으로 교육부를 방문해 ‘KAIST-대만교육부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대만 정부는 자국의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유학을 보내는 국비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만 교육부는 현재 영국 캠브리지, 옥스퍼드, 미국의 캘리포니아공대, 컬럼비아대 등 13개의 세계적인 명문대학들과 협약을 맺고 국비 유학생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이번 협약은 대만 교육부가 자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KAIST에서 박사과정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마련되었고, 아시아 대학으로는 최초로 KAIST가 선정되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대만 교육부장관은 협약식에서 “설립 반세기도 안 된 역사 속에서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한 KAIST 혁신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행사장에는 교육부 공무원들을 비롯해 대만국립대학, 대만칭화대학, 대만국립과학기술대학 등 대만의 대표적인 대학들의 국제협력 업무를 맡고 있는 부총장급 인사들이 대거 배석했습니다. 이 협약은 KAIST와 대만의 한 대학이 맺은 협약이 아니라 KAIST와 대만 정부가 맺은 협약으로서 우리 대학의 높은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3월 ‘비전2031 선포식’을 열고,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천명한바 있습니다.
비전 성취를 위해서는 우수인력이 필요합니다. 우수한 교수가 필요하고, 우수한 학생이 필요하고, 우수 행정 직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작년에는 22명의 신입 행정 직원을 뽑았고, 올해는 12명을 선발했습니다. 채용과정 최종단계가 기관장 인터뷰인데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어 최종 인터뷰를 했고 우수한 신입직원을 채용했습니다.
한편, 시설분야에서 11명이 복직을 했고, 7월 1일부로 158명의 비정규직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입니다. 우리 대학 인원현황을 살펴보면 전임직 교수 수가 640여 명, 정규직 행정 직원이 721 명으로 행정 직원이 교수보다 많은 학교로 진입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행정 직원 여러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총장으로 1년여 간 일 하면서 KAIST가 세계선도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행정 직원들의 직업정신 제고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 국제행사에 참석해 세계적인 대학의 총장들과 동행하는 행정 직원들을 만나면서 우리 직원들도 세계선도대학의 수준에 걸 맞는 자세와 마인드를 시급히 갖추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워크숍에서 ‘직업정신을 어떻게 제고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세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명사초청특강도 직업정신에 관한 주제를 다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직업정신 제고를 위해 3가지를 당부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프로정신’ 입니다. 아마 오늘 새벽 대한민국과 독일의 월드컵 경기를 보느라 잠을 설치셨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세계 최강국 독일팀을 2:0으로 이기면서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앞선 스웨덴 경기에서는 유효슈팅이 한 개도 없었습니다. 정말 무기력했습니다. 그랬던 국가대표팀이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어떻게 디펜딩 챔피언인 독일을 2:0으로 꺾을 수 있었을까요? 제가 해석하는 답은 바로 ‘프로정신’이 발동했기 때문입니다. 프로정신은 ‘혼을 바쳐서 최선을 다 하는 정신’을 말합니다.
KAIST가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행정에 프로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프로정신을 가지고 혼을 다해 행정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총장으로서 1년간 접해본 결과 성의 없이 일하는 직원들을 종종 발견합니다. 일례로 자료 작성 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무성의한 자세로 일관해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만들어 냅니다. 절차에 따라 보고 라인을 밟지 않고 완성도가 부족한 문건을 총장에게 직접 가져오기도 합니다.
저는 평소에 직업과 자리에 귀천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일하는 자세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총장이 열정을 보이지 않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존경하지 않을 것입니다. DGIST 총장으로 재직할 때 총장실이 있는 층을 담당하던 환경미화원 한 분이 계셨습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 일하셨습니다. 사무실을 오가다가 그 분을 뵐 때면 항상 존경의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직장에는 신입 직원도 있고, 팀장도 있고, 처장도 있지만 이는 모두 학교에서 부여한 직책일 뿐 여러분이 그 직장 내에서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판단하는 척도는 아닙니다. 여러분이 귀한 존재인지 아닌지는 일하는 자세에 달려 있습니다.
영어로 일을 Job이라고 합니다. Job을 Occupation(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Vocation(천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Occupation(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고, Vocation(천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소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입니다. KAIST가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Job을 Vocation(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합니다.
둘째는 ‘도전정신’ 입니다. 저는 행정 직원에게도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행정 업무를 하다보면 비슷한 일을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신입직원으로 입사하면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아 한동안 긴장감을 가지고 일하지만 1년 정도 지나 업무에 익숙해지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내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 계발해야 할 능력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그 능력을 계발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은퇴할 때까지 큰 발전을 이루는 것은 물론 보람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KAIST는 Bilingual Campus를 추구하며 구성원들의 영어 소통능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캠퍼스가 국제화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영어 소통능력이 더욱 필요해 질 것입니다. 이 시기를 대비해 영어능력을 신장해 보길 바랍니다. 지금 영어 소통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은 그 다음 단계로 영어 작문능력을 키워보길 바랍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특히,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작문을 잘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영문서적을 다독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습작하면서 영작능력을 계발하길 바랍니다. 한발 더 나아가 동시통역 능력을 갖출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영어능력 계발 외에도 워드나 파워포인트 등 문서작성 역량을 키워보는 것도 권장합니다. 행정 업무를 잘하려면 오피스 프로그램을 전문가 못지않게 다룰 수 있어야 하고 자료를 논리적으로 작성하는 능력도 갖추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우리 학교에는 많지 않습니다. KAIST가 세계선도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전문역량을 가진 직원이 최소한 팀 단위로 모두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능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개인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KAIST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능력을 계발한다면 여러분은 대체 불가능한 특별한 인재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인정신’ 입니다. 작년 워크숍 특강에서도 주인정신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을 살펴보면 70년 이상 존속한 기업이 2%에 불과합니다. 100개 중 2개의 기업만이 70년을 존속했습니다. 그 비결을 살펴보니 구성원 모두가 창업주의 주인정신을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대성그룹 설립 71주년 기념 학술포럼에서 축사를 했는데 국민들에게 따뜻함을 선사하겠다는 창업주의 배려정신이 그대로 기업정신으로 이어져오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더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기업은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합니다. 공공기관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공공기관의 경쟁력이 기업에 비해 떨어진다는 얘기를 듣는 이유는 바로 구성원의 주인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공공기관입니다. 우리에게 주인정신이 없으면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습니다.
많은 공공기관을 살펴보면 권리를 주장하는 데는 주인이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책임을 져야 할 때는 주인이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기관의 구성원들이 주인정신을 가져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KAIST의 주인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국가도 국민도 총장도 아닙니다. 총장은 한시적인 대표자일 뿐입니다. KAIST의 주인은 바로 미래를 향해서 프로정신을 가지고 일하는 구성원들입니다. KAIST가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이 되기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하며 최선을 다하는 프로정신을 갖고 있다면 여러분이 바로 주인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분 한분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KAIST는 머지않은 미래에 MIT와 스탠퍼드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가진 세계선도대학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KAIST에 도움이 된다면 국제회의에 가급적 참석하려고 합니다. KAIST의 국제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세계대학평가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국제회의에 참석할 때는 대한민국 선도대학의 총장으로서 학교와 국가를 대표한다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철저히 준비하고 자신 있게 행동합니다.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때 제 행동 하나하나가 KAIST의 수준과 대한민국의 국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프로정신을 가지고 학교의 비전성취를 위해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면 여러분이야 말로 KAIST의 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프로정신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월급만 받는 삯꾼에 불과합니다.
아무쪼록 행정직원 한 분 한 분이 프로정신, 도전정신, 그리고 주인정신으로 무장해서 KAIST가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의 비전을 성취하는데 기여하는 귀중한 인재들이 되어 주길 바랍니다. 또한, 여러분의 공헌에 힘입어 학교가 더욱 발전해 보람과 자긍심을 갖는 직장이 될 수 있도록 저 또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 6. 28.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