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반갑습니다.
항상 회의를 개최하면 ‘오늘은 몇 명이나 오실까?’ 궁금해 합니다. 오늘 승진‧정년보장‧신임교원 임명장을 받으시는 분이 총 61분입니다. 그래서 ‘최소한 61분은 참석하시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훨씬 많이 참석하셨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전체교수회의에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어 매주 강의를 책임져야 하는 부담을 약간 덜 수 있게 되었습니다. 2개월여의 방학기간 동안 재충전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지난 봄 학기 동안 교육‧연구 활동에 더해 학교의 여러 위원회를 통해 봉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교수님들의 수고와 열정 그리고 헌신에 힘입어 큰 어려움 없이 한 학기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서울 경영대학에 계신 교수님들께서는 화상으로 참석해주셨습니다. 직접 뵙지는 못하지만 대전에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한 학기 동안 우리는 여러 가지 발전적인 변화를 겪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희망적인 변화는 우수한 신임 교수들이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우리가 그분들을 채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주까지 최종단계에 올라온 34명의 지원자를 인터뷰했습니다. 오늘은 19분이 신임교원으로 임용되어 임명장을 받습니다. 특히 신진교수 뿐만 아니라 국내 혹은 외국대학에서 이미 역량이 충분히 검증된 중견교수들을 채용하고 있는 것이 희망의 큰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교수의 이동은 북진(北進)입니다. 대부분 서울권 대학으로 가려고 합니다. 최근 그 트렌드가 깨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남진(南進)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습니다.
인터뷰 중에 “왜 서울 생활을 포기하나?” 물었습니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학자로서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 단계 뛰어넘어 세계를 무대로 하는 비전을 가지려면 KAIST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답변에서 저는 큰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교수로서 가져야 할 연구 업적, 멘토로서의 자세, 인품 등 그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훌륭한 분들이 KAIST에 오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 우리 대학에서 개최된 가장 큰 행사는 ‘KAIST VISION 2031 선포식’이었습니다. 약 140명의 교수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1년여의 시간동안 지혜를 모아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의 비전을 달성할 5대 혁신전략을 수립했습니다.
비전선포식에는 국내외에서 400여 명이 참석해주셨고, 차별화된 비전에 크게 공감하시며 KAIST의 새로운 도전에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참석자들로 인해 많은 교수님들이 자리를 찾지 못해 되돌아가시게 된 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국내 많은 언론들이 ‘비전 2031’에 큰 관심을 가지고 앞 다투어 보도했습니다. 국내 주요 언론들에서 보도되었고, 몇 언론에서는 사설로 KAIST의 새로운 비전을 크게 다루었습니다.
우리 대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컸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다음의 질문에 대해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KAIST 왜 필요한가? (Why do you need KAIST?)”
이것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고,
정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며,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제게 직접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KAIST의 존재가치는 다음의 세 가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별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수월성을 추구하며 국내외 대학들을 선도해 나갈 때 바로 KAIST의 존재가치가 있습니다.
1971년 KAIST 출범 당시, 우리나라 산업계에 긴급히 필요한 고급 과학기술인력을 배출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습니다. 반세기 전만해도 국내 대학에는 교육기능만 있었을 뿐 연구를 수행하는 문화는 없었습니다. 그 문화를 최초로 깬 것이 바로 KAIST 입니다. 산업화 혁명을 수행할 수 있는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것에 더해 대학의 연구 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차별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수월성을 보이면서 국내 대학을 선도해 나간 것입니다.
지난 반세기 국내 대학을 선도하는 것이 우리의 존재가치였다면, 이제는 국제적인 수준에서 글로벌 가치를 창출해 국민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선사하는 것이 바로 KAIST의 새로운 존재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달 말, 과기정통부 유영민 장관님께서 주재하는 ‘제3차 공공기관 R&R 재정립 협약식’이 있었습니다.
우리 대학을 비롯해 GIST, DGIST, UNIST 등 4대 과기원과 UST 총장이 모여 각 기관의 Role & Responsibility, 소위 R&R에 대해 발표하고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총장단을 대표로 한 모두발언에서 저는 “4차 산업혁명 구현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과기원의 시대적 역할과 사명”이라고 역설했습니다.
특히, 교육, 연구, 기술사업화, 사회적 가치실현의 네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육 측면에서는 초학제 융복합 창의인재를 양성해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인재를 공급하고, 연구 측면에서는 인류 난제 해결과 도전적 연구 수행에 집중해야 합니다. 기술사업화 측면에서는 지식의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해 국가 산업 고도화에 기여해야 합니다. 한편, 정부에서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실현 측면에서는 포용적 동반성장을 달성하고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합니다.
그렇다면 KAIST가 4차 산업혁명 구현의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추진전략은 무엇일까요?
첫째, 과학기술 선도인재 양성 입니다.
둘째, 세계적인 융복합 협업연구 입니다.
셋째, 기업가형 대학 구현입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초일류대학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제가 R&R 재정립 협약식에서 장관님께 보고 드린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과학기술 선도인재 양성’을 위해서 우리는 교육 시스템을 혁신하고 있습니다. 융합기초학부를 설치‧운영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인공지능(AI) 대학원을 설립‧운영할 예정입니다. 인류 난제에 도전할 수 있는 연구허브(KAIST Advanced Institute for Science-X, KAIX)를 구축해 기초과학 진흥에 힘쓰고, Flipped Class기반 Edu4.0을 도입해서 창의교육 시스템을 혁신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 교육의 확대 및 강화는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우선,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 교육을 강화할 것입니다. 학내에서는 재학생 AI교육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산업체 인력을 대상으로 맞춤형 AI교육프로그램을 개발‧제공하고, 일반국민 대상 AI교육을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한편, 현장중심 교육 강화 및 성과 확산에 힘쓰고자 합니다. 실시간/실감형 캠퍼스(Virtual Campus)를 구축해 산업체 인력의 re-skilling, up-skilling에 기여하고, 군 리더급 인력 양성에도 힘쓰고자 합니다. 또한, KAIST 졸업생들의 창업을 지원하고, 인재들의 중소‧벤처기업 진출도 적극 장려할 계획입니다.
‘세계적 수준의 융복합 협업 연구’와 관련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초세대 협업연구실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4개의 연구실을 선정‧운영하고 있으며 2021년까지 20개 연구실로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많은 교수님들께서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10개의 플래그십 프로젝트 중 5개를 제 임기 중에 추진할 계획입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에 융합의과학원을 설립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KAIST는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의 수월성을 확보하고, 산업체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2019년 KAIST 인공지능연구원(AI Institute) 설립을 목표로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연구원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등 재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위 ‘Double Helix Model’로 불리는 산-학 협력모델을 개발하며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협업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기업가형 대학’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교육 프로그램 중 기업가정신 및 창업교육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융합캡스톤 디자인 프로그램을 확대‧강화하고, 학생들의 창업활동을 지원‧장려해 나갈 것입니다.
선도적인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글로벌 기업 간 IP 소송 규모가 1조원을 훌쩍 뛰어넘고 있습니다. 연구 혁신을 통해 얻어진 우수한 연구 성과를 지키고 기술사업화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지식재산 관리역량을 제고하고 효율적인 성과확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우수한 연구 성과를 특허를 통해 보호하면서 기술사업화로 연결할 수 있다면 기관의 확실한 캐시카우(Cash Cow)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가형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기업체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업해야 합니다. 우리 대학은 산학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보‧인재‧연구‧비즈니스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KAIST 창업원 판교센터에 더해 산학협력단 성남센터를 신설했습니다.
더 나아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벤처창업 프로젝트를 운영하고자 합니다. 오픈 벤처 랩 플랫폼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창업의 문턱을 낮추어 창업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입니다.
KAIST는 ‘글로벌 초일류대학’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를 연결하는 가교 ‘World Bridge by KAIST’로서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기및전자공학부를 중심으로 충칭 양강-KAIST 국제 교육협력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KAIST-KUSTAR 프로그램을 통해 UAE와 신뢰를 쌓은 결과 UAE 정부의 요청으로 UAE-KAIST 협력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우수한 교육‧연구 모델을 개발도상국에 전파하는 첫 사업인 케냐과학기술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대만 교육부의 요청으로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대만 정부는 영국의 캠브리지, 옥스퍼드, 미국의 Caltech 등 세계적인 대학 13곳에 자국의 우수한 학생들을 국비유학생으로 파견하고 있습니다. 이번 협약을 통해 KAIST는 대만 정부가 국비유학생을 파견하는 아시아 최초의 대학이 되었습니다.
글로벌 캠퍼스 구축을 위해 외국인 교원 비율을 15%, 외국인 학생 비율을 10%까지 늘리려고 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이중언어 캠퍼스(Bilingual Campus)는 한‧영 두 언어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캠퍼스 입니다.
우리는 ‘글로벌 선도대학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2021년까지 QS 세계대학평가 랭킹이 20위권에 들고, QS Subject Ranking의 경우 Top20에 드는 세부전공이 현재 7개에서 9개 정도로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관이 보유한 특허를 기준으로 대학의 혁신 경쟁력을 평가하는 ‘세계혁신대학’ 평가에서 현재 2년 연속 세계 6위, 3년 연속 아시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임기를 마치는 2021년까지 ‘세계혁신대학’ Top5 내에 들어갈 수 있도록 혁신을 거듭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KAIST가 과학기술혁신대학으로서 인류의 행복과 번영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국민에게 자긍심을 주는 기관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끝으로, 총장으로서 추구하고 있는 ‘3C’ 리더십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변화(Change)를 선도하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선도대학에서 이제는 세계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의 성공에 기여하며 존재가치를 증명했고,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존재가치를 증명하고자 합니다.
또한, 구성원 간의 신뢰와 존중과 배려의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겠습니다.
둘째,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은 크게 ‘구성원들과의 원내 소통’과 ‘기관의 위상 제고를 위한 원외 소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총장으로서 구성원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구성원들의 이메일에 24시간 내에 회신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총장과 경영진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를 구축해 나가려고 합니다.
KAIST는 더 이상 과학계만의 KAIST가 아닙니다. 국가와 국민적 기대가 과학계를 훨씬 뛰어넘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무대에서도 KAIST의 역할에 대한 특별한 기대가 있습니다. 국내외의 다양한 무대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KAIST 위상 제고에 힘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배려(Caring) 입니다.
제가 2017년 KAIST 제16대 총장으로 부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존 헤네시(John L. Henessy) 스탠퍼드大 전임 총장이 학교를 방문을 했습니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스탠퍼드大를 이끌며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시킨 헤네시 총장에게 “총장의 역할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총장은 구성원들이 잘 되게끔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답했습니다.
굉장히 멋있는 말입니다. 저를 비롯해서 학교 보직자들은 구성원들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총장 및 보직자들은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자긍심을 가지며, 행복한 KAIST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모두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