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총장 신성철 입니다.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는 교수님 열아홉 분의 정년퇴임식을 거행하게 되어 매우 뜻깊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열두 분의 교수님들께 충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또한, 개인 사정상 참석하지 못한 일곱 분의 교수님들께 같은 마음으로 축하드립니다.
세계적인 대학인 KAIST에서 많은 분들의 축복을 받으며 건강한 모습으로 정년퇴임을 하시는 것은 인생의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축복되고 자랑스러운 정년을 맞이하실 수 있는 것은 교수님 한분 한분이 치열하게 살아오셨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평생을 내조해주신 사모님, 가족들의 이해, 그리고 제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오늘의 영광이 있다고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 정년하시는 교수님들은 저와 동시대를 살아오셨습니다. 그동안 인생의 많은 공통 궤적을 그리며 동고동락하고 지내왔기에 개인적으로 각별한 감회와 의미를 갖게 됩니다.
우리는 6.25 전쟁 종전 전‧후에 태어났고, 국민소득 300불의 세계 최빈국 상황에서 대학을 다니며 미래를 치열하게 준비했습니다. 대부분 80년대에 박사학위를 마치고 KAIST에 부임해서 길게는 36여 년을, 짧게는 21여 년을 근무하면서 학문의 높은 뜻과 교육의 열정을 가지고 학교 발전과 국가 과학기술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한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KAIST는 ‘국내 일개 대학’이 아닌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KAIST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혁신의 주역인 여기 계신 교수님들이 계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여러분은 KAIST의 큰 자랑입니다.
회고영상 속에서 보신 것처럼 오늘 정년퇴임을 하시는 교수님들은 하나같이 KAIST와 국가 발전을 위해 살아온 분들입니다.
공홍진 교수님은 “KAIST에서 후배들을 가르친 것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일이었고, 든든한 가족이 있어서 무사히 정년을 할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정년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교수님들께서는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 절실히 필요했던 고급 과학기술 인력 양성에 힘쓰셨습니다. 특히, 공홍진 교수님께서는 광학분야 인재 양성에 크게 공헌하셨습니다.
장기주 교수님은 “항상 새롭게 변해가는 학문의 흐름을 따라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며 ‘도전하는 삶’을 살아오신 분입니다. 저 또한 동료 교수로서 장 교수님의 도전정신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장 교수님은 최근 ‘응집물질계산물리 초세대 협업연구실’을 개소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셨습니다. 이를 통해 지난 30여 년간 쌓아온 학문의 유산을 후배 교수들과 학교에 남기게 될 것입니다.
최상민 교수님은 “그간 받은 혜택에 감사하면서 봉사와 공헌의 자세를 다짐” 하셨습니다. 학생들을 비롯해 모든 구성원들이 ‘우리가 받고 있는 다양한 혜택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그동안 받아온 혜택을 사회 곳곳으로 환원하는 캠퍼스 문화’를 만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경종민 교수님께서는 “KAIST가 이 나라와 이 나라 젊은이들과 또 세계와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의 이유로 남기를 바란다”는 큰 메시지를 던지셨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KAIST는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의 새로운 비전 아래 국제적 수준의 학문적 가치, 기술적 가치,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세계인들의 번영과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박동조 교수님은 “다방면의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융‧복합 과제를 수행하려고 노력했다”고 하셨습니다. 시대를 앞선 교수님의 통찰력에 감탄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다학제간‧초학제 간 융‧복합 연구가 매우 중요한 시점에 우리 학생들이 시대를 꿰뚫는 혜안을 가지고 융‧복합 연구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갈 것입니다.
박홍식 교수님의 영상 속 사진들을 보니 세계를 무대로 왕성한 활동을 하신 것이 인상적입니다. 우리 대학이 ‘World Bridge KAIST’로서 성장하려면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활동을 더욱 많이 해야 할 것입니다. 교수님들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계승‧발전될 수 있도록 후배 교수들에게 많은 지도를 부탁드립니다.
유형준 교수님께서는 “부족한 여건 속에서도 열정으로 도전하여 뛰어난 성과를 일구어낸 졸업생들에게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엄사출고도(嚴師出高徒)라는 말처럼 ‘훌륭한 스승이 있었기에 훌륭한 제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규형 교수님께서는 “전력전자 분야에서 최고의 랩을 일구었고, 또 반도체회로 설계분야에 도전해 또한 최고”가 되셨습니다. 이런 교수님의 영향을 받은 학생들이 세계 최고이거나, 가장 앞서거나, 유일한 전문가를 목표로 남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인류의 난제들에 도전하며 우리나라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공헌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양현승 교수님은 우리나라 AI 로봇 연구의 1세대로서 연구 환경을 개척하셨고, 역대 대통령들께서 임기 중에 학교를 방문하시면 항상 연구결과를 시연하시는 등 학교발전에 다양한 공헌을 하셨습니다. 특히, “연구처장으로 재직 시 HRHR(High Risk High Return) 프로그램,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Undergraduate Research Program, URP) 등을 신설해 도전적‧창의적 연구개발 활성화”에 기여하셨습니다. 이러한 정신은 우리 대학의 DNA로 남아 KAIST가 3년 연속 아시아 최고혁신대학, 2년 연속 세계 최고혁신대학으로 선정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한태숙 교수님은 일찍부터 “온라인 교육 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셨습니다. 한 교수님의 노력에 힘입어 더 많은 사람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지난 3월에는 KAIST를 비롯해 과학기술 특성화대학 교수들의 명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STAR-MOOC이 개통되어 과학기술 지식 대중화와 대국민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박명철 교수님께서 “기술경영학부는 교육과 연구에는 날카롭지만 언제나 편안함을 주고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문화가 KAIST 전 캠퍼스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도전(Challenge)’과 ‘창의(Creativity)’ 정신으로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배려(Caring)’의 정신을 가지고 구성원 서로가 격려하고 칭찬하는 KAIST의 ‘C3’ 핵심가치를 확산시켜 나갈 것입니다.
김수용 교수님은 전공뿐만 아니라 뇌과학, 전통태교, 과학영재교육 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매진해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 넣어 주셨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학문적 호기심을 잃지 마시고, 더 많은 지혜를 얻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시길 바랍니다.
교수님들의 교육, 연구, 헌신과 기여가 있었기에 KAIST는 QS 선정 ‘개교 50년 미만 대학평가’에서 세계 3위, 로이터 선정 ‘최고혁신대학평가’에서 세계 6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대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월에 열 분, 이번 8월에 열아홉 분으로 올해만 스물아홉 분이 정년퇴임을 하셨습니다. 훌륭한 교수님들이 한꺼번에 정년을 하시면서 ‘KAIST의 위상’과 ‘학교발전’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여러분들이 일구어 놓은 명성에 힘입어 우수한 신진 및 중진 교수들이 우리 대학에 많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 전반기만 해도 서른여덟 분의 신임교수를 임용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이미 역량이 충분히 검증된 중견 교수들을 채용하고 있는 것은 굉장히 큰 변화입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교수의 이동은 북진(北進)입니다. 대부분 서울권 대학으로 가려고 합니다. 최근 그 트렌드가 깨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남진(南進)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희망적인 현상입니다.
우리 교수님들께서 일구신 업적과 명성에 힘입어 ‘세계를 무대로 하는 비전을 가지고 제대로 된 연구를 하려면 KAIST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국내 교수사회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기대수명은 평균 82.4세입니다. 조만간 100세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 인생을 ‘3기’로 나누어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30세까지는 전문가로서의 준비기이고, 그 다음에 65세까지는 제1활동기로 보고, 그 이후를 제2활동기로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65세 정년퇴임은 제1활동기인 전반전을 마치고, 제2활동기인 후반전으로 넘어가는 시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은퇴는 retire가 아니고, 타이어를 다시 갈아 끼우고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는 Re-Tire의 시기입니다.
그동안 삶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인생의 전반전을 치열하게 살아왔다면 후반전은 우아하고 품위 있게 늙어가는 소위 ‘노년의 품격’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합니다. ‘노년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 7가지 행동 팁, 소위 ‘7 Up’을 조언해 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Clean Up’입니다. 몸을 항상 깨끗하게 하시고, 생활 주변도 청결히 유지하시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Make Up’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외모에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합니다. 손주들을 만날 때도 화장품을 쓰시고 향수도 뿌리십시오.
세 번째는 ‘Dress Up’입니다. 의복도 계속 갖추고 다니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번째는 ‘Show Up’입니다. 모임에 초청을 받으시면 주저하지 말고 참석하십시오. 우리 대학에도 좋은 행사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행사에 자주 참석하시면 좋겠습니다.
다섯 번째는 ‘Shut Up’입니다. 행사에는 자주 참석하시되 후배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들어주시고 가능한 말을 아끼시면 좋겠습니다.
여섯 번째는 ‘Get Up’입니다. 행사에 참석하시면 후배들이 “더 계세요” 라고 말하겠지만 진짜 더 계시라는 뜻은 아닐 수 있습니다. 적당히 상황을 보신 후 자리를 이석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이 중요합니다. ‘Open Up’ 하십시오. 지갑을 열어 더 많이 베풀어주시면 좋겠습니다.
‘7 Up’의 행동 팁을 사용하시면 여러분의 노년이 더욱 품격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여러분의 은퇴 후 인생이 더욱 행복하고 축복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행사를 훌륭하게 준비해준 교학부총장과 교무처장 이하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리고, 행사에 참석한 모든 분들의 행복을 기원하며 축사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 8. 23.
KAIST 총장
신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