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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LEADERSHIP

연설문

신임교원 간담회 모두 발언 및 마무리 발언

작성자 PR Office 작성일 2018.09.11 조회수3511

<모두 발언>

신임교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2017년 2월 말에 취임해서 가장 역점을 두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신임교원 임용입니다. 뛰어난 분들을 모시고자 노력했고, 올해 만해도 70여 분을 뽑았는데 그중에 우리 대학으로 부임한 분도 계시고 사정상 그렇지 않은 분도 있습니다.

오늘 참석대상이 57명인데 36명이 참석해 참석률이 63%입니다. 교육과 연구로 무척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은 알지만 ‘모두 참석해서 학교의 비전을 공유하고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무쪼록 오늘 신임 교원들과 함께 간담회를 가지게 되어 대단히 기쁘고, 의미 있게 생각합니다. 이번 간담회에는 특별히 처장급 이상 보직 교수와 학과장 분들을 모셨습니다. 평소에 서로 만나기 어려우니 자연스럽게 네트워킹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학교를 운영하면서 최근 여러 희망의 증거들을 봅니다. 그중 하나가 우리 대학으로 우수한 교수들이 모인다는 것입니다. 제가 1989년에 부임했는데 그 당시와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분들이 임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국내 혹은 외국에서 이미 그 역량이 입증된 중견교수님들이 KAIST로 부임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진(北進) 현상만 있는 우리나라 교수사회에서 매우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울권 대학들에서 KAIST로 향하는 남진(南進) 현상은 우리 대학에 있어 매우 큰 희망의 증거입니다.

제가 신임교원 인터뷰에서 마지막으로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해관계 충돌 시에 어떻게 처신하십니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해소합니까?”

그러면 하나 같이 성인의 경지에 다다른 답을 합니다.
“양보를 합니다.”
“인내를 합니다.”
“저는 스트레스 같은 것을 받지 않습니다.”

이러한 대답을 하면서 분명 많은 분들이 ‘총장이 학문적인 것을 질문하지 않고, 왜 저런 질문을 할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1년 혹은 1년 6개월여의 학교생활을 하면서 최종인터뷰에서 제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이해하는 분들이 생겼을 것입니다. 학과 내에서 여러 가지 갈등상황에 놓였을 수도 있겠지만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계실 것이라 믿습니다. 비록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KAIST는 여러분이 큰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기관이고, 또 느끼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KAIST는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매우 독특한 대학으로 자리 잡고 있고 그 가능성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지식 사회에서 누가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여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저는 자신 있게 KAIST라고 답합니다.

대부분 외국생활을 경험하셨기 때문에 잘 알고 계시겠지만, 많은 재외동포 분들이 한국에 대한 큰 자긍심을 갖고 계십니다. 제가 유학한 1980년도 만해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조국에 대한 자긍심을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1984년 제가 박사학위를 마치고 직장에 들어갔을 때만해도 한국을 6.25 폐허에서 일어난 나라 정도로 인식했습니다. 그러던 중 1990년 후반부터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의 최첨단 제품들이 미국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이며 일본의 소니(Sony)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을 밀어내면서 대한민국의 국격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생각합니다.

2010년 이후부터는 문화예술계가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였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가수 싸이(Psy)의 강남스타일과 말춤, 방탄소년단(BTS) 등으로 이어지는 대중문화는 한류를 이끌었고, 정통 클래식 분야에서도 우리나라가 크게 선전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식사회가 도래하면서 이제는 대학이 국격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AIST가 바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총장으로서 우리사회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만날 때면 잊지 않고 우리 대학이 가진 의미를 설명합니다. “우리나라에 350여 개의 대학이 존재하는데 KAIST를 그 대학 중 하나로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여갈 대학으로 인정하고 지원해달라”고 얘기합니다. 최근에 만난 한 중진의원께서도 KAIST가 우리나라 희망의 등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 바 있습니다.

지난 반세기 KAIST는 국내 선도대학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세계적인 대학(World-Class University)으로 우뚝 섰습니다. 앞으로의 반세기는 세계선도대학(World-Leading University)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2017년 KAIST 제16대 총장으로 부임하며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Global Value-Creative Leading University)’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지난 50년, 신생대학(Young University)으로서 마이너리그에서 활동을 했다면, 2021년 설립 5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는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해야 할 것입니다.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는 그 차이가 매우 큽니다.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우리가 도전해야 할 환경은 지금과는 사뭇 다를 것입니다.

저를 비롯해 부총장단과 여러 보직자들은 지금까지 마이너리그에서 노력해 온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신임교수들은 앞으로 메이저리그에서 30여 년 활동해야 할 분들입니다. KAIST가 세계선도대학(World-Leading Unviersity)로 올라설 수 있는지 여부는 여러분이 어떻게 활동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의 교육․연구․봉사에 대한 자세가 어떠냐에 따라 KAIST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시니어 보직자들은 방향키를 잡고 있을 뿐 학교가 앞으로 나아갈 동력은 여러분이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교수의 사명은 교육과 연구와 봉사입니다.

저는 교수의 첫째 사명은 교육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멘토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최종인터뷰를 통해 멘토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다양한 질문을 던집니다. 연구 실력은 출중한데 멘토로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선발하지 않습니다.

80년대부터 우리나라의 메이저대학들이 연구중심대학의 캐치프레이즈를 들면서 대학의 교육기능이 매우 약화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대학교육이 완전히 죽었다’고 까지 말씀하십니다.

저는 발전기금모금 활동을 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동안 KAIST에 100억 원대의 거액기부를 하신 분들을 살펴보면 KAIST와 아무런 연고가 없는 분들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메시지가 있습니다.

첫째, KAIST가 많은 분들께 미래의 희망과 믿음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의 메시지는 KAIST 졸업생들은 모교에 거액 기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몇 동문들을 직접 만나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반 이상의 동문들이 “학교에 감사한 마음이 없어서 기부금을 내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학교가 내게 해준 것이 없는데 어떻게 감사함이 생기고, 기부할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오히려 되묻기도 합니다. 총장으로서 매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교수로서 지금의 졸업생을 배출한 세대에 있었으니 제게도 분명 책임이 있습니다. KAIST 교육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가졌고 저 스스로도 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졸업생이 외면하는 대학, 고마움을 갖지 않는 대학은 결코 세계명문대학이 될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그런 대학은 생존할 수조차 없습니다.

지난 5월 중국의 북경대학 120주년 기념식에 초청을 받아서 갔습니다. 여러 가지 감동을 받았는데 오늘 주제와 관련해서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2시간 반 정도 진행된 당일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동문들과의 대화였습니다. 각 세대별로 여섯 분의 동문들을 30대에서부터 40대, 50대, 60대 순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의 백미는 바이두 리옌홍 회장이었습니다. 그는 49세로, 졸업 27년을 맞이했다며 6억 위안, 한화로 1,000억원을 기부했습니다. 사회자가 왜 기부를 했냐는 질문에 그는 “내게 북경대학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성공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앞으로도 북경대학에 계속 기부하겠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물론 더 기부할 것이다”고 힘주어 대답했습니다.

총장으로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학생들 교육을 잘하고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신임교원 여러분께서는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그 정성을 느끼고 기억합니다. 정성스럽게 교육하는 것에 더해 좋은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사회로 나아가 사회와 인류의 발전에 공헌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KAIST가 발전하도록 해야 합니다.

제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학문 외의 분야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을 야단쳤습니다. “논문을 읽지 않고 무엇을 하느냐?”, “논문을 쓰지 않고 무엇을 하느냐?”고 많이 혼냈던 기억이 납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좁은 생각이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사회 어느 영역으로 진출하던지 자신의 재능을 살리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인생이 인류사회에 어떤 임팩트를 주었는지, 얼마나 좋은 변화를 선도했는지가 성공의 잣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학생들을 지도하실 때 그 학생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주의 깊게 살펴보시고 지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둘째, 연구입니다. KAIST 비전2031의 5대 혁신 방안 중 연구혁신으로서 인류와 국가의 난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수행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추격형 연구에서 선도형 연구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수행하는 연구가 세계 최고(Best)이거나, 최초(First)이거나, 유일(Only)한 것인지 항상 고민해 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논문을 많이 쓰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논문이 가진 임팩트가 더욱 더 중요해 질 것입니다.

총장으로서 도전적인 연구를 위해 재원을 마련하겠습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실현을 위한 연구에는 펀딩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특이점 연구’에 장기적인 블록펀딩을 지원할 수 있는 재원마련을 위해 학교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KAIST의 연구업적 평가도 차차 임팩트에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학문적 임팩트, 기술적 임팩트,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과 관련된 임팩트 등 글로벌 수준의 임팩트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것입니다.

학회 참석에 대해 한 가지 조언하고자 합니다. 제대로 된 학회에 가는 것만큼 학회를 어떤 자세로 참석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학회는 동료와 대가들을 만나 학문을 논의하는 학술의 장입니다. 학회를 관광의 일부 혹은 가족과 함께 하는 휴가의 일부로 치부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KAIST는 앞으로도 관련 사항에 있어 무관용의 원칙을 고수할 것입니다.

메이저학회를 통해 세계적인 동료 학자들과 교류하고, 대가들을 만나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길 바랍니다. 기조강연 등 주요 강연장에 참석해 제일 앞에 앉아 경청하고 학문탐구에 힘쓰길 바랍니다. 이런 학문적 네트워킹은 훗날 여러분이 세계적인 대가가 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봉사입니다. 가급적 학교를 떠난 대외봉사는 학교에 적응하는 몇 년간은 자제해 주길 바랍니다. 부임 초기 한정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교육과 연구의 틀을 제대로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교생활에 충분히 적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은 후에 각종 위원회, 자문활동 등에 참여하는 대외봉사를 통해 여러분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자리에 계신 학과장 분들께 부탁을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 학과에서도 약 2년간은 신임교원들이 적응하고 정착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 부담을 줄여주시길 바랍니다.

아무쪼록 KAIST를 통해서 여러분들의 꿈, 비전이 이루어지고 또 그런 꿈과 비전이 모여서 KAIST가 세계 선도대학으로 도약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제 인사말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무리 발언>

오늘 참석하신 신임교원들을 보면서 ‘정말 잘 뽑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 한분 한분을 만나니 최종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나고, 여러분들이 교육과 연구를 통해 학교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KAIST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간담회에서 여러분들이 말씀해주신 건의 혹은 불편사항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검토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별히, 어린이집과 행정서비스에 대해서 잠깐 설명 드릴까 합니다. 작년에 취임과 동시에 어린이집 증축의 필요성을 느끼고 현재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계획대로 어린이집이 현재의 2배로 증축이 되면 박사과정생들의 자녀들도 충분히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조금 더 효율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와 인력운영 면을 검토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발언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한국의 미래가 매우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12년간 이어온 2만 불 시대를 마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가 열렸지만 여전히 ‘중진국의 덫에 갇히고 말 것인지, 아니면 한 단계 더 도약해 선진국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이렇듯 미래가 불안할 때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이 있는 사람이 결국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 가는 것 같습니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현재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이 현재를 만들어간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의 시대에 매우 의미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의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여러분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KAIST의 새로운 비전 실현을 위해 힘써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세월은 참으로 빨리 흘러갑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벌써 30년이 흘렀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여러분 인생을 돌아보는 순간이 왔을 때 정말 보람된 나날을 보냈다는 생각을 하실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열심히 생활하다보면 순간순간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면 학과장, 학장, 부총장 등 단계를 밟아가며 어려움을 알려주시고, 학교는 여러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학교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거나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이 되지만 행정적 절차에 막혀 의견개진이 어려울 경우 직접 총장을 찾아오셔도 좋습니다. 최선을 다해 의견을 청취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며, 여러분으로 인해 KAIST의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의 비전이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8. 9. 11.
KAIST 총장 신 성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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