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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LEADERSHIP

연설문

‘하자 유욱준홀’현판식 축사

작성자 PR Office 작성일 2021.02.17 조회수906


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제가 요즘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마지막’ 입니다. 오늘은 제16대 총장으로 마지막 축사를 하는 날이자, 어제 개교 50주년을 맞이해 지난 반세기를 마무리하고 오늘 새로운 50년을 시작하는 첫날에 전하는 첫 축사라 더욱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유욱준 교수님의 업적을 기리는 ‘하자 유욱준홀’을 지정하고, 이를 기념하는 현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33년간 의과학 교육과 연구에 헌신하시며 KAIST는 물론 우리나라 바이오·의료 연구역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신 유욱준 교수님께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수고해주신 한용만 생명과학기술대학장님, 김인준 의과학대학원장님과 김하일 의과학연구센터장님을 비롯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축하를 위해 참석하신 교직원과 학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사모님께서도 이 자리를 빛내주고 계셔서 더욱 뜻깊게 생각합니다.

축사해 주실 장순흥 한동대 총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우리나라 ‘제1호 유전공학자’로 유치되신 유욱준 교수님께서 1982년 부임하셨을 때는 국내 유전공학 연구가 첫발을 내딛던 시기였고, 이듬해에 ‘유전공학육성법’이 제정되며 정부의 바이오·의료 분야 육성 정책이 비로소 착수되던 초창기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기계와 반도체 분야에 비해 바이오·의료 분야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었고, 정부의 연구비 투자도 크지 않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유욱준 교수님께서는 의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선각자적인 생각을 갖고 1992년부터 10년간 ‘바이오메디컬 워크숍’을 진행하며 전국의 임상 의사와 의대 연구진의 연구역량 강화를 도모하셨고, 1995년에는 ‘의과학연구센터’를 설립하며 이 분야의 우수한 교수진 확보에 앞장서셨습니다.

특별히, 제가 부총장직을 맡고 있던 2004년에 저와 유욱준 교수님은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하면서 입학생들에게도 병역 특례가 부여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를 함께 다니며 설득했었습니다. 의사 면허증을 취득하고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병역 특례는 이중 혜택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국 저희의 노력으로 좋은 결실을 보았습니다.

‘KAIST 클리닉’ 설립의 아이디어를 파팔라도 회장에게 처음 제안해 성사시킨 분도 바로 유욱준 교수님이십니다. 작년 설립 10주년을 맞이한 ‘KAIST 클리닉’은 우리 대학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며 병원이 없는 대학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유욱준 교수님께서 세운 ‘의과학연구센터’와 ‘의과학대학원’이 기초가 되어 ‘생명과학과’, ‘바이오및뇌공학과’ 등 바이오·의료 관련 학과에 우수한 연구자들의 합류가 본격화되었고, 이제는 전체 교원의 약 25%에 해당하는 150여 명의 교수님들이 바이오·의료 분야의 최첨단 연구를 수행하고 계십니다. 아울러, 1,000여 명의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연구에 매진하며 바이오·의료 분야의 새로운 미래를 선도할 인재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작년 코로나19 위기 초기에는 병원과 의대가 없는 KAIST가 어떻게 국가적인 감염병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중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여러 교수님이 참여해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을 기획하고 정부에 제안해서 추경예산으로 400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사업에는 ‘의과학대학원’ 및 ‘생명과학과’ 등 바이오·의료 전공 교수님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계셔서 사업의 추진과 성공에 큰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은 KAIST가 바이오·의료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도 기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한 나라의 과학이 찬란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3세대에 걸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학문의 1세대는 학문의 뿌리를 내리고, 2세대가 학문의 나무를 자라게 하며, 이러한 기반 위에 3세대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과학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1960년 말에서 1970년대 초이며, 학문의 한 세대를 30여 년으로 생각하면 유욱준 교수님과 저는 학문의 1.5세대 또는 2세대로써 나무를 자라게 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나무의 역할을 담당하신 2세대의 대표적인 과학자가 유욱준 교수님이며, 이 자리에 함께하신 3세대의 젊은 교수님들은 학문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할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거행하는 ‘유욱준 홀 현판식’은 3세대 학자들이 자랑스러운 학문적 역사를 기억하며 우리나라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2세대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신 유욱준 교수님을 기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을 추진하신 후배 교수님들에게 총장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30여 년간 유욱준 교수님의 삶을 지근거리에서 봤던 저는 유 교수님을 ‘통찰력(Insight)’, ‘배려(Caring)’, ‘재능(Talent)’의 세 가지 자질을 겸비한 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역사의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는 ‘통찰력(Insight)’을 갖고 계십니다.

‘의과학대학원’을 출범해 바이오·의료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유욱준 교수님께서 미래를 보는 통찰력을 갖고 계셨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삼성이 바이오산업에 진출하게 된 것도 유욱준 교수님의 통찰력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에 저와 유욱준 교수님은 삼성 미래기술연구회 멤버로 함께 활동했었는데, 당시 유 교수님께서는 삼성의 임원들에게 신약산업의 중요성을 지속해서 강조하셨습니다. 이는 오늘날 삼성이 바이오산업에 진출하는 중요한 계기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Caring)’의 정신을 실천하셨습니다.

유욱준 교수님은 자신의 일을 열정적으로 하시면서도 다른 사람의 부탁을 자신의 일 못지않게 열심히 도와주시는 배려 정신이 충만한 분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많은 교수님께서도 유 교수님의 도움을 받으셨을 것이며, 저도 유욱준 교수님께 부탁을 드릴 때마다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습니다.

셋째, 다재다능한 ‘재능(Talent)’을 갖고 계십니다.

어려운 바이오·의료 관련 내용을 국회의원이나 다른 분야의 전공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도록 탁월한 프리젠테이션 능력을 발휘하셨습니다. 또한,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도 남다른 운동 실력으로 동료 교수님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미래를 보는 ‘통찰력(Insight)’,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Caring)’, 그리고 다재다능한 ‘재능(Talent)’을 겸비하신 유욱준 교수님께서 KAIST에 30여 년간 재직하셨다는 것은 우리 대학에 행운이고, 동시대를 함께 한 저를 비롯해 우리 후배 교수들에게도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욱준 교수님의 갖고 계신 세 가지 특징을 표현하는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하면 ‘I·C·T’가 됩니다. 오늘 헌정하는 ‘하자 유욱준홀’을 볼 때마다 후배 교수님들과 학생 여러분께서 ‘I·C·T’를 겸비하고 실천하신 유욱준 교수님의 삶을 회고하며 교훈을 얻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유욱준 교수님과 사모님의 노후의 삶에도 축복과 은총이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참석하신 모든 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풍요롭고 활기찬 신축년(辛丑年) 한 해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1. 2. 17.

KAIST 총장 신 성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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