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6회 자성학 계절학교’ 개최에 즈음하여 영상으로 축사를 하게 되어 뜻깊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계절학교를 잘 준비해준 최석봉 교수님 및 여러 운영위원님, 그리고 강의를 하실 강사진 여러분들에게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금부터 8년 6개월 전인 2012년 7월에 우리나라 자성학 분야의 도약을 위한 획기적이고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19차 국제자성학회(The 19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gnetism, ICM2012)’가 학회 창설 반세기만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된 것입니다.
ICM은 1950년 프랑스에서 창설된 이후 3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자성학 분야의 최대 학회로서, 이제까지 학문의 선진국에서만 주로 개최되었고, 아시아에서는 일본만이 ICM 행사를 두 번 유치했었습니다. 이런 학회가 우리나라 부산에서 개최된 것입니다.
이처럼 저명한 국제학회를 개최하려면 보통 3년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조직위원들이 많은 노고를 기울여야 하며, 예산도 13억 원 이상이 소요되었기 때문에 이를 충당하기 위한 기부금의 조성도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의 대가로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2012년 ICM 학회가 우리나라의 자성학 분야를 세계에 알릴 계기이자, 우리 학자들을 세계에 노출할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통상 ICM 학회에는 초청 강연을 하는 우리나라 학자들이 매회 1~2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장벽이 매우 높았습니다. 그러나, 2012년에는 한 명의 기조 강연자를 포함해 20명의 우리나라 학자를 추천했습니다. 당시 학회에 참석했던 앙드레 가임(Andre Geim), 알베르 페르(Albert Fert) 등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을 위시한 외국 석학들이 젊은 한국 학자들의 강연을 매우 높게 평가하여 우리나라 자성학의 학문적 수준을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자성학 분야의 변방 국가에서 중심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입니다. 당시 ICM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저로서는 큰 보람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한 나라의 과학기술이 꽃을 피우기까지는 통상 3세대가 필요합니다. 과학기술의 뿌리를 내리는 1세대, 뿌리에서 나무가 자라게 하는 2세대, 그리고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는 3세대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학문의 전통을 이어가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서구 과학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이 지난 1960년대이고, 과학기술의 한 세대를 30년으로 볼 때 이제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의 3세대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성학 분야 1세대 학자로서 우리나라 자성학 분야의 뿌리를 내렸고, 본 계절 학기에 강의를 담당하시는 박사님들은 대부분 2세대 학자로서 우리나라 자성학 분야의 나무를 자라게 한 분들입니다. 오늘 계절학교에 참여하는 여러분들은 3세대 연구자로서 과학기술의 꽃을 피울 주역들입니다.
2012년 ICM 유치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자기학회가 계절학교를 개설한 이유가 자성학 분야에서 꽃을 피울 여러분들을 교육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년간 국가 연구개발 투자액이 연 11%씩 증가하여 연구비 절대 규모 면에서는 세계 5위, GDP 대비 국가 총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매년 4.5%를 상회하며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이러한 투자 확대에 힘입어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양적으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SCI 논문 출판은 세계 12위며, 국제특허 세계 5대 강국입니다.
그러나, 질적 측면에서는 논문 피인용 수가 세계 30위에 머물고 있으며, 기술무역수지 비율은 약 0.48로 기술무역 적자국입니다.
이러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제 ‘모방·추격형’ 연구개발에서 ‘창의·선도형’ 연구개발로 파라다임을 전환(Paradigm Shift)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금번 자성학 계절학교에 등록한 3세대 후배 연구자들이 가져야 할 3C 연구 정신을 이 자리를 빌려 조언해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도전(Challenge)’ 정신입니다.
세계 ‘최고(Best)’, ‘최초(First)’, 또는 ‘유일(Only)’한, 소위 ‘B·F·O’ 연구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3세대를 맞이하는 여러분들은 ‘B·F·O’ 연구개발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자신의 연구가 ‘B·F·O’ 연구인지 항상 자문하고, 지도 교수님이 제시한 연구과제가 ‘B·F·O’ 연구인지 묻기 바랍니다. 만약 ‘B·F·O’ 연구개발이 아니라면 여러분의 시간과 노력을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 ‘융합(Convergence)’ 정신입니다.
자성학은 기초학문으로서도 흥미로운 연구 분야이지만, 바이오 및 뇌과학, 전자공학, 기계공학 등 타 연구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무궁무진하게 새로운 발견과 발명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인접 학문에 대한 지식의 지평선을 넓혀가기 바랍니다.
이번 계절학교 프로그램에는 자성의 다양한 응용 분야가 포함되어 있어서 여러분이 지식의 지평선을 넓힐 유익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협업(Collaboration)’ 정신입니다.
연구자 상호간의 협업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1세대 연구자들이 활동하던 당시에는 혼자서 연구하는 분위기가 만연했었습니다. 협업할 대상도 많지 않았고, 협업해도 큰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자성학의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우수한 연구자들이 많기 때문에 상호 보완적인 협업 연구를 통해 연구 진행의 속도와 결과를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연구자들의 협업을 넘어 글로벌 협업도 매우 중요합니다. 엘스비어社의 통계분석에 의하면, 외국기관과 공동연구한 결과를 발표한 논문의 피인용 수치가 국내 연구자들로만 진행된 연구논문의 경우보다 6배 가까이 높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응용연구의 경우에는, 연구 결과의 기술사업화를 가속하기 위해 연구의 초기 단계부터 산학협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무쪼록 ‘도전’과 ‘융합’과 ‘협업’의 정신으로 연구를 수행하여 우리나라 3세대 연구자로서 자성학 분야의 꽂을 활짝 피워 주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제6회 자성학 계절학교’를 알차게 준비한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계절학교에 등록한 학생들의 건강과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